“치료기에서 빔이 나가는 시간은 길어야 2분 30초 정도예요. 환자 자세 체크 등 사전 준비시간을 합쳐도 20분 내외면 치료가 끝납니다.”
12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서 만난 홍채선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국내에 처음 들여온 고정형 중입자치료기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암세포 외 정상 조직 영향 최소화…후유증 적어
후유증이 적고 치료효과가 뛰어나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중입자치료기를 국내에 처음 선보인 연세대학교 의료원은 이날 공식 개소식을 진행했다. 중입자치료는 가속기를 사용해 탄소원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뒤 고정형 또는 회전형 치료기를 통해 에너지빔을 환자의 암세포에 정밀하게 조사하는 방식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중입자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10여 곳이며 그 중 회전형 기기가 도입된 일본 2곳, 독일 1곳이다.
기존 방사선치료에 사용되는 X-선은 몸속 암세포에 도달하기까지 모든 생체 조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상 세포의 손상을 감수해야 했지만, 중입자는 목표한 암 조직에만 에너지 대부분을 발산한다. 암세포 외에 다른 정상 조직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그만큼 환자가 겪는 치료 부작용과 후유증이 적다. 중입자치료의 생물학적 효과는 X-선보다 2~3배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000억원 들여…이르면 올해 말 회전형 기기 가동 예정
연세의료원이 약 3000억원을 들여 도입한 중입자치료기는 고정형 1대와 회전형 2대다. 고정형은 빔이 한 곳에서 조사되는 반면 회전형은 360도 회전하며 중입자를 조사하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도 환자 암세포에 집중 조사가 가능하다.
연세의료원은 지난 4월 28일 고정형 치료기를 사용해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첫 치료를 시작했다. 홍채선 교수는 “고정형은 한 군데서 빔이 나가기 때문에 환자 종양 위치를 잘 조절해야 하는데 전립선암의 경우 왼쪽에서 한번, 오른쪽에서 한번 쏴주면 되기 때문에 여러 각도가 필요하지 않다”라며 “현재 고정형 치료기는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 중”이라고 말했다.
당시 첫 치료를 받은 60대 전립선암 2기 환자는 “치료를 시작한 지 몇 분 되지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중입자치료가 끝났다고 해서 놀랐고 통증 등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내 환자들의 치료 결과를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연세의료원은 이르면 오는 12월 회전형 치료기 2대의 가동을 추가로 시작해 적용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홍 교수는 “회전형 치료기는 폐암이나 간암, 췌장암 등 보다 다양한 암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세의료원의 전립선암 대상 중입자치료 비용은 5000만~5500만원 선이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모두 환자 부담이다. 중입자 치료기를 개발한 일본에선 전립선암 기준 총비용이 1600만원 정도가 들며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돼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건 전체의 10~30%인 160만~480만원 선이다.
윤동섭 연세의료원장은 “난치 암을 대상으로 중입자치료라는 큰 치료 옵션을 갖춘 만큼 암 정복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