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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스케이와 엎치락뒤치락’ 中 반도체 장비 유니콘 어디?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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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30일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3 박람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연설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반도체기업 최초로 ‘1조 달러’ 클럽에 진입했다. EPA

5월 30일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3 박람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연설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반도체기업 최초로 ‘1조 달러’ 클럽에 진입했다. EPA

반도체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20조원)’를 달성한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 노력을 얕봐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황 CEO는 지난달 3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정보기술 박람회 ‘컴퓨텍스’에서 기자들을 만나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규제를) 자국 기업을 육성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엄청난 자원을 쏟아붓고 있는 만큼 그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젠슨 황이 언급한, 중국이 쏟아부은 엄청난 자원 중 일부는 오늘 소개할 ‘이 기업’으로 흘러 들어갔다. 베이징시 산하 국유투자회사인 이좡궈퉈(亦莊國投)의 손자회사로, 2015년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에 설립된 이탕반도체(屹唐半導體·Beijing E-Town Semiconductor Technology)다.

이탕반도체 로고. 사진 텐옌차 캡처

이탕반도체 로고. 사진 텐옌차 캡처

이탕반도체는 국내외 글로벌 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한 반도체 장비 회사이다.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건식 제거(Dry Strip), 건식 식각(Dry Etch), 급속 열처리(RTP · Rapid Thermal Processing) 장비와 솔루션을 제조 및 판매한다.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미국과 독일에도 연구개발 및 제조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탕반도체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주역으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를 받으며 ‘전정특신(專精特新, 전문화 정밀화 특색화 참신화) 강소기업’으로 선정됐다. 중국 산업 컨설팅 기관인 후룬(胡潤)경제연구원이 발표하는 ‘글로벌 유니콘 기업’ 명단에도 3년 연속(2021~2023) 이름을 올렸다. 특히 ‘2023년 글로벌 유니콘 기업’ 명단에 오른 반도체 기업 7곳 중에선 가장 높은 순위와 기업 가치(205억 위안, 약 3조 7221억원)를 인정받았다.

“실리콘밸리 유전자 받자” 설립과 함께 美 반도체 장비 업체 인수 

이탕반도체는 설립 직후인 2016년, 미국 반도체 장비 회사인 맷손 테크놀로지(Mattson Technology Inc., 이하 맷손)를 인수했다. 인수 가격은 3억 달러(약 3885억원)로, 중국 자본이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 인수에 성공한 첫 번째 사례로 알려졌다. 맷손(Mattson)은 1988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프리몬트에서 탄생했다. 건식 제거(Dry Strip) 장비 생산으로 사업을 시작해 플라스마 식각(Plasma Etch), 급속 열처리(RTP · Rapid Thermal Processing)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일찍이 시장에 진출한 맷손은 1999년 전 세계 건식 제거(Dry Strip) 시장점유율 1위(27.8%)를 차지했다.

📌여기서 잠깐

반도체 공정은 크게 1) 웨이퍼 제조 2) 산화 공정 3) 포토 공정 4) 식각 공정 5) 증착 및 이온 주입 공정 6) 금속 배선 공정 7) EDS 공정 8) 패키지 공정 순으로 이뤄진다. 이 중 건식 제거(Dry Strip) 장비는 포토 공정(웨이퍼 위에 반도체 회로를 그려 넣는 과정)이 끝난 후 식각 공정(필요한 회로 패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남은 감광액(Photo Resist)을 날릴 때 사용된다.

맷손의 대표 장비. 사진 맷손 캡처

맷손의 대표 장비. 사진 맷손 캡처

30년 넘게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기술을 선도해온 맷손. 이탕반도체는 이러한 맷손을 국유자본의 지원을 받아 손에 넣었다. 이후 기술·인프라·인재 등 여러 방면에서 노하우를 전수해 짧은 기간 내 순탄하게 성공 가도에 올랐다.

2019~2021년 상반기, 이탕반도체의 매출액은 각각 15억 7400만 위안(2858억 3800만원), 23억 1300만 위안(4199억 9400만원), 14억 1700만 위안(2572억 9800만원, 반기)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8800만 위안(-159억 7000만원), 2470만 위안(44억 8500만원), 9520만 위안(약 172억 9700만원)으로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3년간 연구개발비 1500억원, 피에스케이 긴장해야 

설립 초기 맷손에 의존한 것은 사실이나, 기술 자립을 위한 노력도 쉬지 않았다. 현지 매체 증권시장홍주간(證券市場紅週刊)에 따르면 이탕반도체는 2019~2021년까지 누적 8억 6000만 위안(1561억 6700만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했다. 이는 같은 기간 매출 총합의 16%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밖에, 이탕반도체의 연구개발 인력은 157명(전체 인력의 23%), 발명 특허 수는 315건으로 집계됐다.

한편, 이탕반도체의 최대 경쟁사가 한국의 피에스케이(PSK, 319660)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2020년 건식 제거(Dry Strip) 장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이탕반도체가 31.3%로 1위, 피에스케이가 25.8%로 2위를 차지했다. 가장 최근의 시장점유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커지는 건식 제거 장비 시장에서 양사 간 경쟁도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권가영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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