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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국악의 바이올린' 해금…줄은 2개지만 음색은 풍부하죠

중앙일보

입력

피아노·기타·바이올린·리코더 등은 일상생활에서 접할 기회도 많고 취미로 많이 배우는 악기입니다. 반면 가야금·대금·해금 등 우리 전통 악기는 특별한 행사나 TV·라디오 등 미디어에서 접하는 악기라고 생각하곤 하죠. 하지만 요즘은 전통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교육 과정도 늘고 취미로 접할 기회가 많아졌어요. 전통 악기 중에서도 해금(奚琴)은 '국악의 바이올린'으로 꼽히는데요. 박재인·정아인 학생기자가 해금의 매력을 체험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운니동에 있는 국악이꽃피는나무를 찾아 송한나 선생님과 만났습니다.

해금은 몸통과 활대 모두 60~70cm 내외 길이로 크기가 작아, 바이올린·기타처럼 휴대해 배우거나 연습하기 적합한 악기다.

해금은 몸통과 활대 모두 60~70cm 내외 길이로 크기가 작아, 바이올린·기타처럼 휴대해 배우거나 연습하기 적합한 악기다.

고려 예종 때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한 악기인 해금은 궁중제사·연례용 향악에서 시작해 민속악에도 널리 쓰이고 현재는 아악·속악 등 쓰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보편화했죠. 해금은 바이올린처럼 활총과 줄의 마찰로 소리를 내는 찰현악기인데요. 서양 오케스트라에서의 바이올린 포지션과 국악에서의 위치 또한 비슷하죠. 다만 바이올린은 현이 4줄인데 해금은 2줄이고, 연주자가 손가락으로 줄을 눌렀을 때 연주할 음의 높이를 정하는 지판이 있는 바이올린과 달리 해금은 지판이 없죠. 그래서 원하는 음을 정확하게 연주하기가 상당히 까다롭지만 그만큼 제약 없이 풍부한 음색을 낼 수 있습니다. 해금은 보통 몸통과 활대 모두 60~70cm 내외 길이에 악기 폭도 크지 않아 휴대하기도 쉬워요.

송 선생님이 건넨 해금을 요모조모 살펴보던 아인 학생기자가 "해금의 구조와 역할이 궁금해요"라고 질문했어요. "해금은 크게 몸통과 활로 구성돼요. 몸통은 대나무·오동나무 등으로 만든 공명통에 긴 막대처럼 생긴 입죽을 세우고, 줄을 감은 형태죠. 직경 8~12cm의 공명통의 한쪽은 오동나무를 얇게 다듬어 만든 복판으로 막혔고, 다른 한쪽은 뚫려있어요. 이런 구조 때문에 연주자가 활총으로 줄을 문질러 연주했을 때 몸통에서 소리가 울려서 나오죠." 공명통이 작아 코맹맹이 같은 소리가 난다고 깡깡이 또는 깡깽이라고도 부릅니다.

해금의 공명통은 직경 8~12cm 정도로 작기 때문에 날카로운 음색이 특징이다.

해금의 공명통은 직경 8~12cm 정도로 작기 때문에 날카로운 음색이 특징이다.

복판의 위에서 1/3지점에는 두 개의 줄이 지나가는 작은 나뭇조각이 붙어있는데, 이것은 복판과 줄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주는 원산(遠山)입니다. 줄을 활로 켤 때 발생하는 진동을 몸통으로 전달해 음량의 크기를 조절하는 역할도 하죠. 줄을 따라 올라오면 입죽의 상단에 줄을 감아 고정하는 두 개의 장치가 있어요. 이 줄감개를 주아(周兒)라고 하며, 돌리거나 풀어 조율합니다. 주아에 건 두 줄을 실로 묶어 입죽에 고정해 탄성을 더하는 끈은 산성(散聲)이라고 해요.

"해금의 현은 여러 가닥의 명주실을 꼬아서 만들어요. 둘 중 굵은 줄인 중현(中絃·안줄)은 낮은음, 가는 줄인 유현(遊絃·바깥줄)은 높은음을 담당해요. 활에서 실제로 줄과 마찰하는 부위인 활총이 중현과 유현을 오가면서 소리를 냅니다. 활총은 말의 꼬리털인 말총으로 만들며, 바이올린 활총과 재료가 같죠. 연주할 때는 항상 활총에 송진을 발라야 해금의 줄과 마찰을 일으키면서 소리가 잘 나요."

해금의 구조를 알았으니 이제 실제로 소리를 내봅시다. 먼저 해금을 제대로 잡는 자세부터 알아야 해요. 오른발이 왼발 위로 오도록 가부좌를 틀고, 오른발 끝에 해금을 올려놔요. 이때 중현·유현과 주아가 오른쪽을 보게 해야 합니다. 먼저 왼손으로 몸통부터 잡아볼까요. 산성에서 밑으로 약 10cm 떨어진 지점의 2개의 줄이 기준이에요. 왼쪽 손바닥 가운데 부분으로 입죽을 잡은 뒤, 검지·장지·무명지·소지로 두 개의 줄을 가볍게 감싸 안습니다. 이때 검지는 첫째 마디금 부분, 장지·무명지는 둘째 마디 중간 부분, 소지는 첫째 마디금 부분이 줄에 닿아야 해요. 입죽 쪽에 남아있는 엄지는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둡니다.

해금은 바이올린과 달리 음의 높이를 결정하는 지판이 없기 때문에 원하는 음을 정확히 연주하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해금은 바이올린과 달리 음의 높이를 결정하는 지판이 없기 때문에 원하는 음을 정확히 연주하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이제 오른손으로 활을 잡는데요. 활의 가죽 손잡이 부분이 오른쪽을 향하게 한 뒤 오른쪽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도록 펴서 활대와 활총 사이로 넣어요. 그런 뒤 오른손 장지·무명지·소지로 가죽 부분을 살짝 감싸고, 엄지와 검지는 막대를 잡습니다. 이 상태에서 손목을 내 몸쪽으로 살짝 돌리면 활총이 팽팽해져요. 활의 가죽 손잡이 부분을 원산에 가깝게 대면 소리 낼 준비 끝이죠."

유현부터 소리를 내봅시다. 오른쪽으로 활을 당기면서 활총으로 줄을 긁으세요. 이걸 '당김 활'이라 하고, 반대로 왼쪽으로 활을 미는 것을 '미는 활'이라 해요. 당김 활과 미는 활을 반복하며 유현으로 소리를 내는 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활총으로 중현을 긁어 소리를 내는 연습도 합니다. 송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열심히 활을 오른쪽과 왼쪽으로 밀어 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처음에는 '지지직' '끼이이잉' 하는 소리만 났지만, 연습을 반복하니 고운 음색이 들리기 시작했어요.

열심히 활을 움직이며 소리를 내던 재인 학생기자가 "해금도 서양악기처럼 음계가 있나요?"라고 말했어요. "물론 있죠. 해금은 황태중임남(黃太仲林南)이라는 5음을 많이 써요. 원래는 소리 내는 연습만 일주일 이상은 해야 하지만, 여러분이 생각보다 잘 따라오고 있기 때문에 해금으로 5음을 내는 법을 알려줄게요."

활총과 줄의 마찰로 소리를 내는 현악기인 해금은 서양의 오케스트라로 치면 바이올린에 해당하는 우리 전통 악기다.

활총과 줄의 마찰로 소리를 내는 현악기인 해금은 서양의 오케스트라로 치면 바이올린에 해당하는 우리 전통 악기다.

국악에도 서양음악처럼 한 옥타브 내에 12개의 음이 있어요. 황종(黃鐘)·대려(大呂)·태주(太簇)·협종(夾鐘)·고선(姑洗)·중려(仲呂)·유빈(蕤賓)·임종(林鐘)·이칙(夷則)·남려(南呂)·무역(無射)·응종(應鐘)이 그 주인공으로, 통틀어 십이율이라 부르죠. 서양음악에서는 오케스트라 합주 시 오보에의 A음(라)을 기준점으로 삼아 여러 악기를 조율하는데요. 국악에서는 합주 시 대금 등의 악기가 내는 임종을 기준점으로 잡으며, 이 음은 서양음악의 Bb음과 비슷해요.

으뜸음인 황종부터 연습해 볼까요. 검지·장지·무명지·소지로 중현·유현을 살짝 감싼 상태에서, 검지로 산성에서 밑으로 5~10cm 떨어진 지점의 중현·유현을 살짝 누르고 활총으로 유현을 긁으면 들을 수 있는 음이죠.

또 산성에서 밑으로 5~10cm 떨어진 지점에서 검지·장지 둘 다 사용해 중현·유현을 살짝 누르면 그다음 음인 태주, 검지·장지·무명지를 사용해 중현·유현을 힘을 줘 누르면 중려, 검지·장지·무명지·소지를 사용해 중현·유현을 살짝 누르면 임종, 검지·장지·무명지·소지로 중현·유현을 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세게 누르면 남려가 됩니다. 이렇게 줄에서 원하는 음에 해당하는 부분을 누른 뒤 활총으로 긁으면 소리가 나요.

해금을 연주할 때는 활총에 송진을 발라야 줄과 마찰이 돼 소리가 잘 난다.

해금을 연주할 때는 활총에 송진을 발라야 줄과 마찰이 돼 소리가 잘 난다.

유현으로 황종·태주·중려·임종·남려를 내는 게 익숙해지면 중현으로 한 옥타브 낮은 소리도 낼 수 있어요. 국악에서는 옥타브가 낮은 소리를 율명 앞에 탁(濯)자를 붙여 표기합니다. 황종(黃鍾)보다 한 옥타브 낮은 황종은 탁황종(濁黃鍾)이 되는 식이죠.

중현으로는 기본적으로 탁중려·탁임종·탁남려·탁무역에 해당하는 음을 낼 수 있어요. 유현의 5음을 내는 것과 방법은 같습니다. 검지·장지·무명지·소지로 두 줄을 살짝 감싼 상태에서, 검지로 산성에서 밑으로 5~10cm 떨어진 지점의 중현·유현을 살짝 누르고 활총으로 중현을 긁으면 탁중려에 해당하는 음을 낼 수 있죠. 검지·장지를 사용해 중현·유현을 살짝 누르면 탁임종, 검지·장지·무명지를 사용해 중현·유현을 살짝 누르면 탁남려, 검지·장지·무명지로 중현·유현을 세게 누르면 탁무역음이 됩니다.

송한나(맨 왼쪽) 선생님은 해금을 막 배우기 시작한 초보자들은 저렴한 가격대의 악기를 구입해 연습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송한나(맨 왼쪽) 선생님은 해금을 막 배우기 시작한 초보자들은 저렴한 가격대의 악기를 구입해 연습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해금은 손가락이 줄을 누르는 위치와 줄의 당김 정도에 따라 음이 달라져요. 그래서 연주자가 원하는 음을 낼 손가락의 위치와 줄 당김 정도를 습득하고, 거기에 익숙해져야 해요."

해금으로 낼 수 있는 기본음에 익숙해지면 정간보를 보고 간단한 노래를 연습할 수 있어요. 정간보(井間譜)는 조선 세종 때 소리의 장단·고저를 표시하기 위해 만든 악보로, 우물 정(井)자 모양의 칸이 세로로 연달아 있는 모양이에요. 그 안에 음의 고저를 나타내는 율을 표기하죠. 정간보는 세로 방향으로 위에서 아래로 읽으며, 1칸이 1박에 해당합니다.

해금의 구조부터 운지법과 국악에서 사용하는 음계를 배우고 간단한 연주를 해본 정아인(왼쪽)·박재인 학생기자.

해금의 구조부터 운지법과 국악에서 사용하는 음계를 배우고 간단한 연주를 해본 정아인(왼쪽)·박재인 학생기자.

소중 학생기자단은 정간보를 보고 전래 민요 '달아 달아 밝은 달아'의 일부를 연습해 봤어요. 정간보상의 음은 '달아(황종·탁임종) / 달아(태주·황종) / 밝은(태주·황종) / 달아(탁임종·탁임종)'입니다. 유현과 중현을 번갈아 가면서 해당 음에 해당하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누르면서 활총을 줄에 문지르자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왔죠.

해금의 구조와 명칭부터 운지법과 맛보기 연주까지. 난생처음 해금을 손에 잡아봤던 재인·아인 학생기자의 해금 원데이 클래스는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특별한 날에만 보고 듣는 것으로 여기던 전통 악기, 알고 보니 쉽게 배울 수 있었네요.

해금의 구조와 명칭

① 입죽: 공명통에 수직으로 꽂아 세우는 대나무 기둥. 줏대라고도 불리며 상단에는 두 개의 주아가, 하단에는 공명통이 부착돼 있다.

② 주아: 줄감개. 주아 하나에 줄 하나씩 감아 고정하며 주아를 돌려 줄을 조이거나 풀어 조율한다.

③ 유현: 입죽을 기준으로 바깥쪽에 있는 줄로 높은음을 담당한다. 바깥 줄로도 불리며 중현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이 가늘다.

④ 중현: 입죽을 기준으로 안쪽에 있는 줄로 낮은음을 담당한다. 안쪽 줄로도 불리며 유현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이 굵다.

⑤ 산성: 입죽에 있는 두 개의 주아에 건 유현·중현을 한데 묶고, 그 실을 당겨 입죽 쪽에 고정해 탄성을 더하는 끈.

⑥ 활: 활대에 말 꼬리털로 만든 활총을 매단 것. 연주할 때는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활총에 송진을 바른다.

⑦ 공명통: 한쪽은 오동나무를 얇게 다듬어 만든 복판으로 막혀있고, 다른 한쪽은 뚫린 형태로 해금의 음량과 음색을 좌우한다.

⑧ 원산: 복판과 줄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주고, 줄을 활로 켤 때 발생하는 진동을 몸통으로 전달한다. 현악기의 브리지(Bridge)에 해당.

십이율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국악이꽃피는나무에서 송한나 선생님에게 해금을 배웠습니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전통 악기 해금은 현이 2줄이지만 다양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어요. 저는 해금 연주가 처음이라 '삐빅' 소리가 많이 났지만요. 해금은 바른 자세로 앉아서 연주하는 게 중요해요. 처음에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허리가 조금씩 아파지더라고요. 긴 시간 바른 자세로 연주하는 해금 연주자들은 참 대단한 것 같아요. 해금의 아름다운 소리를 내려면 불편한 자세도 익숙해져야 하니까요. 서양 악기와 다르게 우리나라 전통 악기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자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 역시 많이 접해보지 못했어요. 앞으로 우리전통 악기인 해금·가야금·단소·장구·꽹과리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싶어요.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재인(서울 가원초 4) 학생기자

해금은 속이 빈 둥근 나무의 한쪽에 복판을 붙이고 긴 나무(입죽)를 꽂은 악기입니다. 두 줄 현을 활로 문질러 소리를 내는 현악기죠. 순수 한국 악기인 줄 알았는데 고려 예종 때 중국에서 들여온 것이라는 사실을 취재하며 처음 알게 됐어요. 해금을 처음 잡아봐서 어색하고 낯설었는데 송한나 선생님께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알려주신 대로 줄에 활총을 문지르자 소리가 나기 시작했죠. 신기하기도 하고, 소리가 예뻐서 배우다 보니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초반에는 가만히 앉아서 연주하는 쉬운 악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손가락 하나하나 온 신경을 써서 연주하는 악기였어요. 단순히 공연장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보거나 연주 영상을 봤을 때보다 연주방법이 어려웠어요. 활을 잡은 손도 아팠고, 해금을 연주할 때 취하는 반가좌 자세는 다리에 쥐가 날 정도였죠. 직접 체험해보지 않았다면 절대 생각하지 못했을 부분인데 이번 취재를 통해 해금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정아인(서울 영훈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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