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년중앙] “개는 안 돼” 아니죠! 안내견은 어디든지 갈 수 있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개 적성’ 맞아야 될 수 있는 안내견, 길에서도 집에서도 장애인의 생활 동반자예요

사람들은 개를 삶의 동반자로 선택하고 희로애락을 함께합니다. 반면 선택이 아닌 필요에 의해 개를 찾는 사람들이 있죠. 신체 활동이 불편한 장애인들, 특히 시각장애인에게 안내견은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안내견 관련 인식 개선은 아직 미흡한데요. 간혹 뉴스를 통해 시각장애인과 안내견 출입을 금지한 식당이 화두에 오를 때 반짝 화제가 되는 정도입니다. 여전히 만연한 편견과 여러 제약 사항은 안내견과 시각장애인의 아름다운 동행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죠. 우리는 안내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안내견은 어떻게 양성되고, 안내견을 만났을 때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며, 안내견에 대한 오해는 없는지, 소중 학생기자단이 삼성화재안내견학교를 찾아 안내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습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를 방문해 안내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 손서영·오윤서·이이삭(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시범견 ‘지니’와 보행체험을 완수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를 방문해 안내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 손서영·오윤서·이이삭(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시범견 ‘지니’와 보행체험을 완수했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이 안전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행을 돕기 위해 훈련된 장애인 보조견을 말해요. 시각장애인이 안전하게 횡단보도와 계단을 지나고 장애물을 피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언제 어디서나 함께해 그들이 스스로 독립된 삶을 꾸려나가며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단순 보행의 수단을 넘어 보행 방법의 선택폭을 넓혀주고 생활의 동반자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매개체가 되어주는 셈이죠.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양성하기 시작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때입니다. 전쟁 중 군인들이 부상을 입고 시력을 잃으면서 재활을 위해 1916년 독일 올덴부르크에 안내견 훈련센터가 개설됐죠. 1926년까지 약 500여 마리의 안내견이 분양됐고, 공식적인 첫 안내견의 이름은 남아있지 않지만 1916년에 탄생한 독일 셰퍼드 종으로 알려졌어요. 일부 지역에 국한되었던 안내견을 세계로 확산시킨 사람은 미국의 ‘도로시 유스티스 여사’입니다. 유스티스 여사는 ‘모리스 프랭크’라는 시각장애인에게 ‘버디’라는 안내견을 분양해 미국 최초의 안내견으로 등록시켰죠.

유스티스 여사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안내견학교인 ‘더 씽 아이(The Seeing Eye)'를 설립하고 국제적인 활동을 시작했어요. 훈련사 ‘니콜라스 라이아코프’를 영국에 파견하고 안내견학교 설립비용을 지원하는 등 영국의 안내견학교 설립 기틀을 마련하죠. 영국은 유스티스 여사의 도움을 받아 1931년 최초로 안내견 4마리를 분양하게 됩니다. 1950년대 이후 안내견은 본격적인 세계화의 길에 들어서요. 1951년 호주, 1952년 프랑스, 1957년 일본, 1973년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에 안내견학교가 세워졌고, 현재 세계안내견협회가 인정하는 안내견 양성기관은 33개 나라 96곳입니다.

한국에서는 1972년 임안수 전 대구대 교수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셰퍼드 종 안내견 ‘사라’와 함께 들어오면서 안내견이 알려졌죠. 이후 외국기관으로부터 분양이 몇 차례 있었지만 관리의 어려움과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 등으로 정상적인 활동을 한 경우가 드물었다고 해요. 국내 양성기관에 의해 체계적으로 배출된 첫 안내견은 1994년 양현봉씨가 삼성화재안내견학교로부터 분양받은 리트리버종의 ‘바다’입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는 가장 적합한 성품과 건강상태를 지닌 종견과 모견 사이에서 1년에 50마리 정도 강아지가 태어난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는 가장 적합한 성품과 건강상태를 지닌 종견과 모견 사이에서 1년에 50마리 정도 강아지가 태어난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안내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인근에 있는 삼성화재안내견학교를 찾았습니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뜻에 따라 설립, 세계에서 유일하게 기업이 운영하는 곳이에요. 대부분의 안내견 양성기관은 비영리단체로 기부와 자원봉사 등으로 운영되죠. 번식 업무를 담당하는 장바론 프로가 “세계안내견협회에 정회원으로 등록된 건 우리나라에서 삼성화재안내견학교가 유일해요. 삼성의 사회공헌활동이죠. 국내 활동하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대부분 여기에서 양성됐다고 생각하면 됩니다”라고 소개했죠.

안내견의 일생

태어난 강아지는 엄마와 함께 놀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초기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 생후 5주 된 예비 안내견들이 훈련생용 주황색 유니폼을 입은 모습.

태어난 강아지는 엄마와 함께 놀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초기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 생후 5주 된 예비 안내견들이 훈련생용 주황색 유니폼을 입은 모습.

1994년 첫 안내견 ‘바다’를 시작으로 매년 12~15마리를 무상 분양해 올해 5월 기준으로 280마리를 길러냈고, 현재 72마리가 사회에서 시각장애인 곁을 지키며 안내견으로 활약하고 있어요. “장애인 보조견에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외에도 지체장애인 보조견, 청각장애인 보조견이 있죠. 장애 유형에 따라서 하는 역할도 달라요.” 지체장애인 보조견은 불을 껐다 켜주고, 창문을 여닫는 것을 도와주기도 하고, 청각장애인 보조견은 누군가 오거나 화재 등 비상 상황일 때 짖거나 건드리면서 도와주기도 하죠. 한 마리의 안내견이 탄생하기까지는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안내견 훈련사뿐만 아니라 많은 자원봉사자의 참여와 노력이 있어야만 좋은 안내견을 양성할 수 있죠.

강당 벽면에는 안내견들이 퍼피워킹 때 어떤 활동을 했는지 자원봉사자들이 다양하게 꾸며놨다.

강당 벽면에는 안내견들이 퍼피워킹 때 어떤 활동을 했는지 자원봉사자들이 다양하게 꾸며놨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번식되는 강아지들은 가장 적합한 성품과 건강상태를 지닌 종견과 모견, 즉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태어납니다. 1년에 50마리 정도 태어나죠.” 태어난 예비 안내견은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보살핌을 받고 생후 8주가 되면 자원봉사자의 가정에서 1년 동안 머물며 사회화 과정을 거칩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거나 인근 마트에도 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일상 생활의 여러 상황을 경험하는 것이죠. 이 과정을 퍼피워킹이라 부르고 이를 돕는 자원봉사자를 퍼피워커라 합니다. 이를 마치면 안내견으로 적합성 유무를 테스트해 합격한 경우 본격적인 훈련을 받게 되죠. 안내견학교 강당 벽면에는 안내견들이 퍼피워킹 때 어떤 활동을 했는지 자원봉사자들이 꾸며준 흔적이 있었어요. “막냇동생 기르듯이 잘 길러주셨죠. 1년 동안 정든 강아지를 훈련한다고 다시 보내야 하니 아쉬워하시면서도 이 친구들이 시각장애인에게 또 다른 삶을 살게 해준다는 뿌듯한 마음도 든다고 해요.“

퍼피워킹 과정을 마치면 안내견 훈련을 받게 되는데, 지하철·인도·횡단보도 등 공공장소를 다니면서 대응 훈련을 한다.

퍼피워킹 과정을 마치면 안내견 훈련을 받게 되는데, 지하철·인도·횡단보도 등 공공장소를 다니면서 대응 훈련을 한다.

훈련 과정은 배변·식사와 같은 기본훈련부터 복종훈련, 위험대비훈련까지 다양한 상황에서의 보행 및 교통훈련으로 구성됩니다. “불복종훈련이라고 장애물이나 위험상황을 인지해 주인의 명령과는 관계없이 안전한 방향으로 행동하게 하는 훈련도 하죠.” 통과 비율은 30% 정도. 10마리 중 3마리만 정식 안내견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 홍보를 맡고 있는 하우종 프로는 “안내견이 되는 개와 반려견이 되는 개를 ‘법대’와 ‘체대’로 나눠 비유하기도 한다”고 얘기했죠. “법학이 적성에 맞는 사람이 있고 예체능이 적성에 맞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개도 그래요. 사람을 좋아하고 걷는 걸 좋아해야 하죠. 안내견이 됐다고 성공이고 떨어졌다고 실패가 아니에요. 안내견이 적성에 맞으면 안내견 하면 되고 반려견이 적성에 맞으면 반려견을 하면 돼요”라고 덧붙였죠.

홍아름 훈련사와 야외 훈련 중인 안내견 ‘고리’가 쇼핑몰을 찾아 에스컬레이터를 타보고 있다.

홍아름 훈련사와 야외 훈련 중인 안내견 ‘고리’가 쇼핑몰을 찾아 에스컬레이터를 타보고 있다.

안내견 분양을 원하는 시각장애인에게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안내견이 매칭되면 시각장애인도 4주간의 교육과정을 받습니다. 2주 동안 안내견학교에 마련된 숙소에 지내면서 안내견의 일반 관리를 위한 기초교육을 받고, 나머지 2주 동안은 시각장애인의 주거지와 주요 보행지역을 중심으로 한 현지교육이 이뤄지죠.

안내견이 분양된 후에도 정기적으로 훈련사들이 가정을 방문해 시각장애인의 보행 상태와 안내견 건강 등을 점검하며 사후 관리를 해요. 안내견은 9살 전후로 10살이 되기 전 은퇴를 고려하는데, 건강 상태에 따라서 은퇴시기를 조절하죠. “은퇴한 안내견은 시각장애인 파트너가 돌보거나 퍼피워킹해줬던 가정에서 데려가 돌봐주는 경우도 있고. ‘은퇴견 홈케어’를 신청한 자원봉사자 가정으로 위탁되는 등 편안히 여생을 보내게 됩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며 함께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장) 안내견이 은퇴한 시각장애인에게는 새로운 안내견이 대체분양됩니다.

은퇴한 안내견은 퍼피워킹해줬던 가정에서 다시 데려가 돌봐주기도 한다. 은퇴 후 퍼피워킹했던 가정으로 돌아가 편안히 노후를 보내는 ‘아랑’.

은퇴한 안내견은 퍼피워킹해줬던 가정에서 다시 데려가 돌봐주기도 한다. 은퇴 후 퍼피워킹했던 가정으로 돌아가 편안히 노후를 보내는 ‘아랑’.

오윤서 학생기자가 어떤 종의 개가 안내견으로 활동을 많이 하는지 궁금해했죠. 장 프로는 “최초의 안내견은 독일 셰퍼드였지만 현재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안내견의 90% 이상은 리트리버종입니다“라고 답했어요. 크게 래브라도 리트리버, 골든 리트리버로 나뉘는데 최근엔 골든 리트리버에 비해 털이 짧아 관리하기 쉽고 성격이 온순하며 친화력이 뛰어나 사람의 말을 잘 따르는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주로 활동하죠. “외국에서는 다양한 종으로 시도하기도 해요. 처음엔 진돗개로도 해보려고 했는데 주인 한 사람만 따르는 습성 때문에 맞지 않았죠.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사람을 좋아하고 안 좋은 일이 있어도 금방 잊어버리고 회복력도 빠르죠.”

손서영 학생기자가 “유기견도 안내견이 될 수 있나요?”라고 질문했습니다. “저희는 안내견학교에서 태어난 강아지들만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유기견들은 어떤 질병이 있는지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정보가 없잖아요. 많이 걷기 때문에 관절 쪽 유전적 질환이 없는 애들만 번식하죠.” 이이삭 학생기자는 시각장애인 수에 비해 안내견 분양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 대해서 안타까워했습니다. 하 프로가 “우리나라에 등록된 시각장애인 숫자가 한 25만 명 정도 돼요. 25만 명에 안내견 72마리면 되게 적죠. 근데 장애인이 보행할 때 흰지팡이를 사용할 수도 있고 활동 보조인이 있을 수도 있어요. 본인이 개를 좋아할 수도 있고 안 좋아할 수도 있고요. 안내견과 다니려면 정기적으로 외출해야 하고, 직업도 약간 있어야 하며 개도 좋아해야 해요. 그런 조건을 맞춰보면 한 1000명 정도로 생각하고 안내견 숫자를 비유할 수 있겠죠. 물론 그래도 부족한 건 사실이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장바론 프로와 함께 안내견에 관해 더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장바론(왼쪽 둘째) 프로에게 안내견 양성 과정을 듣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장바론(왼쪽 둘째) 프로에게 안내견 양성 과정을 듣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이삭 안내견을 키우는 것은 어떤 기분인지, 힘든 점과 보람된 점을 알려주세요.
제가 하는 일은 번식이라고 엄마·아빠 강아지를 관리해요. 엄마·아빠 강아지도 여기에 있는 게 아니라 퍼피워킹처럼 종모견 홈케어라고 해서 자원봉사자 가정에 있거든요. 암컷이 임신이 가능한 시기에 학교에 들어와서 임신을 준비하고 그 과정을 옆에서 봐주고, 새끼가 태어나서 퍼피워킹 나가기 전까지 키우는 역할을 합니다. 매년 강아지 50여 마리를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하는 게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지만, 이 강아지로 인해 누군가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고 또 어떤 가정에 가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며 삶이 바뀌는 얘기를 들으면 그만큼 보람된 게 없어요. 의사만 사람을 살리는 게 아니라 나도 사람을 살리는구나, 생각이 들죠. 물론 생명을 탄생시키고 키워낸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뿌듯한 일 같아요. 부모님이 여러분을 낳고 기르면서 느끼는 거를 저는 매일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저희 중에 안내견과 생활하는 직원이 있는데 밖에서 함께 걷는 평균 하루 2~3시간을 제외하고는 그냥 반려견이나 다름없어서 반려견 보호자들이 느끼는 모든 감정을 똑같이 경험한다고 해요. 시각장애인으로서 나도 힘든데 누군가를 지키며 보호해 주고 책임진다는 게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고, 이타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게 자신의 내면을 키워가는 과정이라고 얘기하셨죠.

윤서 안내견들이 활동할 때 처음 보는 장소나 상황에 대비하여 어떻게 훈련을 시키나요.  
시각장애인 직원분이 얘기해준 게 있는데 그냥 평소에 익숙한 환경뿐 아니라 낯선 곳들도 다니면서 훈련해요. 어떤 곳에 가든지 안전한 인도를 찾는 거, 길 가장자리를 따라 걷는 것 등의 훈련을 하기 때문에 사실 낯선 장소를 간다고 해서 특별히 안내견이 힘들어하거나 그러지 않는다고 해요. 또 사람하고 같이 가니까, 뭘 하든 칭찬해 주고 먹이 주고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기분 나쁜 게 없을 거예요.

안내견 훈련 과정은 기본훈련부터 복종훈련, 위험대비훈련까지 다양한 상황에서의 보행 및 교통훈련으로 구성된다. 지하철 개찰구를 찾는 것도 훈련의 일종이다.

안내견 훈련 과정은 기본훈련부터 복종훈련, 위험대비훈련까지 다양한 상황에서의 보행 및 교통훈련으로 구성된다. 지하철 개찰구를 찾는 것도 훈련의 일종이다.

서영 안내견을 보내주는 우선순위가 있나요.
일단 성인한테만 보내고요.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분들은 안내견도 집에만 있을 확률이 굉장히 높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시각장애인이 누구 도움 없이도 혼자 걸을 수 있어야 돼요. 흰지팡이를 들고 집을 찾아갈 때 이때쯤 왼쪽으로 틀어야 우리 집이 나온다 이런 감이 있잖아요. 그런 감이 전혀 없이는 안내견과 함께 다니니가 어렵거든요. 안내견한테 방향 지시는 시각장애인이 해야 하고 안내견은 장애물만 피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독립 보행이 되는 사람들을 우선순위로 합니다.

이삭 안내견에 대해 오해하는 점이 있다면요.
안내견은 빨리 죽는다, 스트레스를 받아 병에 많이 걸릴 거라는 오해가 있는데요. 전담 병원도 있고 은퇴견까지 추적해 건강검진을 제공하니까 일반 리트리버보다 1년 정도 더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반려견 리트리버는 죽으면 부검을 안 하니까 왜 죽었는지 모를 때가 많아요. 근데 저희는 부검해서 암으로 죽었다 심장병으로 죽었다 그런 원인을 아니까 각종 질병 때문에 죽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불쌍하게 보는 시선도 많은데 주인과 항상 함께 있으니까 더 행복할 것 같아요. 보행할 때만 딱 멋있게 걷고 하네스와 조끼를 벗는 순간 똑같은 개예요. 칭찬해 주면 좋아하고 주인에게 애정 표현을 하죠.

윤서 안내견에 대한 국내 인식은 어떤 편인가요.
아직도 거부가 많아요. 택시라면 왜 내가 태워야 하냐, 식당이라면 나는 괜찮지만 손님들이 불편해한다 이렇게 얘기하면서 거부하시는 경우가 있죠. 과태료를 내면서도 거부하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이제 저희도 좀 바꾸려고 노력해요. 안내견을 환영해 주는 업체·가게에 스티커를 나눠드리고 있거든요. 거부했을 때 과태료를 주는 것보다는 ‘우리는 환영해’ 하는 데를 가시는 걸로 얘기하고 있죠.

서영 안내견 인식 개선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오늘처럼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너무 좋고요. 오늘 안내견이나 퍼피워킹 중인 강아지도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거 알게 됐잖아요. 혹시나 거부당하고 있는 강아지를 본다면 목소리를 내주셨으면 좋겠어요. “장애인 보조견 표지가 있는 안내견은 어디든 갈 수 있다”라고 한번 얘기해 주세요.

안내견 표시

하네스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안내견은 서로의 움직임을 전달하고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가죽 장구인 하네스(Harness)를 착용해요. 보행 중 노란색 안내견 옷 위에 착용합니다.

장애인 보조견 표지
모든 안내견과 퍼피워킹 중인 강아지들은 보건복지부에서 발행한 장애인 보조견 표지를 부착합니다. 장애인 보조견임을 증명하는 것으로, 대중교통 수단에 탑승하거나 공공장소 및 숙박시설, 식당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안내견인식 목걸이
안내견 훈련을 마치고 시각장애인에게 분양되면서 지급되는 것으로 활동 중인 모든 안내견은 인식 목걸이를 차고 있습니다. 안내견학교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기재돼 비상 상황이나 급한 연락이 필요할 때 연락 가능하죠.

안내견 옷(조끼)
훈련 또는 활동 중인 안내견이 입는 노란색 옷에는 ‘안내견’이라는 문구와 함께 안내견 양성기관이 명시됐죠. 퍼피워킹 중인 1년 미만 강아지들이 입는 주황색 옷에는 ‘저는 안내견 공부 중입니다’라고 씌어있어요.

안내견을 직접 만나다

안내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삼성화재안내견학교를 찾은 손서영·이이삭·오윤서(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시범견 ‘지니’와 함께 보행체험을 하며 안내견에 대해 더 공감하고 이해했다.

안내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삼성화재안내견학교를 찾은 손서영·이이삭·오윤서(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시범견 ‘지니’와 함께 보행체험을 하며 안내견에 대해 더 공감하고 이해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의 견사를 둘러보러 간 소중 학생기자단은 벽에 제1대 종모견으로 활동하며 대를 이어준 개들의 사진이 걸린 것을 유심히 살펴봤죠. 일종의 기숙사인 견사에 들어서자 찹쌀떡 콩고물 색을 띠어 별명이 인절미인 래브라도 리트리버들이 멍멍 짖으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반겼습니다. 안내견 훈련을 받다가 적합하지 않아 그만둔 개가 있는 일반 견사와 안내견 훈련을 하는 훈련 견사로 나뉘어 있었는데, 일반 견사에서는 멍멍 짖는 소리가 들리고 훈련 견사에서는 연신 꼬리만 흔들 뿐 어디에서도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요.

목욕 후 털을 말리고 있는데도 짖지 않고 얌전한 안내견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목욕 후 털을 말리고 있는데도 짖지 않고 얌전한 안내견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관절이 안 좋은 안내견이 수중 재활 및 목욕할 수 있는 수영장.

관절이 안 좋은 안내견이 수중 재활 및 목욕할 수 있는 수영장.

훈련견이 지내는 견사는 온돌바닥을 갖추거나, 일상 소음에 적응하라고 TV를 틀어놓는 등 안내견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실제 가정과 비슷한 환경을 갖췄죠. 목욕 후 드라이기로 털을 말려도, 드라이룸에 들어가도 얌전하게 짖지 않는 모습이 기특했어요. 견사 안에는 안내견 조끼와 하네스(안내견과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손잡이가 달린 가죽 장구) 등을 보관하는 장구실과 관절이 안 좋은 안내견이 수중 재활 및 목욕하는 수영장도 있었습니다.

훈련견이 지내는 견사에서 만난 은퇴견 ‘리버’를 직접 만져 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앞에서 먼저 손등을 내밀어 냄새를 맡게 해서 경계심을 풀어준 다음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

훈련견이 지내는 견사에서 만난 은퇴견 ‘리버’를 직접 만져 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앞에서 먼저 손등을 내밀어 냄새를 맡게 해서 경계심을 풀어준 다음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는 ‘리버’와 만났죠. 리버는 시범견으로 활동하다가 은퇴한 강아지입니다. 하 프로가 “강아지 만질 때는 뒤에서 다가가면 안 돼요. 누가 갑자기 머리 만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안 좋죠. 앞에서 먼저 손등을 내밀어 냄새를 맡게 해서 경계심을 풀어준 다음 만지세요”라고 팁을 알려줬죠. 학생기자들이 손을 내밀어 냄새를 맡게 하자 리버가 꼬리를 신나게 흔들었죠. 경계심이 사라지면 만져도 됩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는 세상을 떠난 안내견들을 추모하는 추모 공원도 마련됐다. 추모비에는 지금까지 안내견으로 활동한 뒤 세상을 떠난 모든 안내견의 이름표가 붙어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는 세상을 떠난 안내견들을 추모하는 추모 공원도 마련됐다. 추모비에는 지금까지 안내견으로 활동한 뒤 세상을 떠난 모든 안내견의 이름표가 붙어있다.

리버와 교감한 뒤 바깥으로 나가니 넓은 잔디밭의 운동장이 갖춰져 있었죠. 견사에서 운동장까지 문을 열어주면 한 번에 나올 수 있어 훈련견들이 놀고,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는 ‘프리런’ 시간을 준다고 해요. 세상을 떠난 안내견들을 추모하는 추모 공원도 마련됐죠. 추모비에는 지금까지 삼성화재안내견학교를 거쳐 안내견으로 활동한 뒤 세상을 떠난 모든 안내견의 이름표가 붙어 있었죠. 시각장애인 파트너도 같이 추모할 수 있게 점자 명패도 함께였죠. 장 프로가 “안내견이 죽으면 화장한 다음, 퍼피워킹 가정, 파트너였던 시각장애인, 은퇴한 경우에는 은퇴견 홈케어 가정까지 다 모여서 추도식을 하고 명패를 붙여줘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 동물병원 김승호(오른쪽) 수의사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삼성화재안내견학교 동물병원 김승호(오른쪽) 수의사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동물병원에선 김승호 수의사가 반갑게 맞아줬어요. “훈련견·안내견·은퇴견까지 아프면 치료하는 곳이에요. 오전에도 시각장애인분이 안내견 검진을 받으러 왔죠.” 진찰실엔 혈액 검사 장비도 있고 관절 질환 등을 검사하기 위한 엑스레이실도 보였어요. “개들에게 있는 유전적 문제부터 항상 관리하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 사는 래브라도 리트리버보다 관절 질환이 없어요.”

훈련견·안내견·은퇴견까지 관리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동물병원도 있다. 수술실에서는 대부분 중성화 수술이 이루어진다.

훈련견·안내견·은퇴견까지 관리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동물병원도 있다. 수술실에서는 대부분 중성화 수술이 이루어진다.

수술실에서는 대부분 중성화 수술이 이루어지는데, 입원실에는 오늘 오전에 수술한 안내견이 쉬고 있었죠. 인공수정실에는 아빠 개의 정자를 얼려놓은 동결 정액을 보관해요. 근친교배를 방지하고 좋은 품종을 교배하기 위해 세계안내견협회에서 정액을 받기도 한다고 했죠. 우수한 안내견을 양성하기 위해선 교육뿐 아니라 우수한 종견과 모견을 통한 혈통 관리와 번식도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안내견 체험 시범장 바닥에는 지그재그형, A자 프레임, H자 프레임, 계단 등의 가상 장애물이 있다. 안대를 가려 아무것도 안 보이는 상황에 시범견 ‘지니’만 의지해 걷고 있다.

안내견 체험 시범장 바닥에는 지그재그형, A자 프레임, H자 프레임, 계단 등의 가상 장애물이 있다. 안대를 가려 아무것도 안 보이는 상황에 시범견 ‘지니’만 의지해 걷고 있다.

견사 시설을 둘러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안내견 체험 시범장으로 향했습니다. 바닥에는 지그재그형, A자 프레임, H자 프레임, 계단 등의 가상 장애물이 있었죠. 장 프로가 안내견임을 알리는 노란색 조끼와 하네스를 착용한 지니를 데리고 왔어요. “시범견으로 활동하는 지니는 올해 다섯 살인 예쁜 여자아이랍니다. 제가 한 바퀴 도는 것을 본 후에 각자 체험할 거예요.” 체험을 끝낸 후에는 지니에게 잘했다고 피드백을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죠. “안내견은 칭찬을 먹고 살아요. 의무감이 없고 그냥 사람하고 걷는 게 재밌어서 걷는 거예요. 잘했다고 하면 또 하고 싶죠.”

지그재그형 바닥도 지니의 안내를 따르면 문제없다. 지니가 밀면 자연스럽게 밀리면 된다.

지그재그형 바닥도 지니의 안내를 따르면 문제없다. 지니가 밀면 자연스럽게 밀리면 된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한 명씩 보행 체험을 해봤습니다. 안대로 눈을 가리고 인도 한가운데 서니 아무것도 안 보이고, 덜컥 겁이 나는데요.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안식처는 지니뿐. 지니의 오른쪽 다리 옆에 한 뼘 정도 공간을 두고 선 다음에 하네스를 붙잡고 지니를 믿고 따라가야 합니다. “생각보다 빠를 거예요. 내가 걷는 속도의 1.5배 빠르게 걷는다 생각하고 걸으면 지니랑 속도가 맞을 거예요.”

계단에 다다르면 잠시 멈춰 파트너가 손잡이를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손으로 계단 난간을 짚어 확인한 후 조심스럽게 발을 올리면 지니도 천천히 올라간다.

계단에 다다르면 잠시 멈춰 파트너가 손잡이를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손으로 계단 난간을 짚어 확인한 후 조심스럽게 발을 올리면 지니도 천천히 올라간다.

계단에 다다르자 잠시 멈춰 파트너가 손잡이를 찾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계단에 다다르자 잠시 멈춰 파트너가 손잡이를 찾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잔뜩 긴장한 손으로 하네스를 꽉 쥐고 “지니야 앞으로 가”라고 말하자 슬슬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지니의 속도는 다소 빨랐지만 몸을 의지해 한 발 한 발 내디뎠죠. 발에 다른 감각이 느껴져서 흠칫했지만, 지니를 신뢰하고 자신 있게 나아갑니다. 능숙하게 길을 안내하던 지니는 중간에 장애물이 포착되자 슬쩍 피해 계속 걸었어요. 지니가 밀면 자연스럽게 밀리면 됩니다. 계단에 다다르자 잠시 멈춰 파트너가 손잡이를 찾을 수 있도록 배려했죠. 손으로 계단 난간을 짚어 확인한 후 조심스럽게 발을 올리자 지니도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계단에서는 지니의 걸음이 느려져 평지를 빠르게 걷던 것과 달리 배려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위험해 보여도 지니에게 의지하면 문제없이 계단을 내려갈 수 있다.

계단에서는 지니의 걸음이 느려져 평지를 빠르게 걷던 것과 달리 배려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위험해 보여도 지니에게 의지하면 문제없이 계단을 내려갈 수 있다.

평지를 빠르게 걷던 것과 달리 배려하는 것이 느껴지죠. 계단을 내려갈 때도 마찬가지. 자칫 위험할 수 있는 구간이었지만 지니에 의지하니 아무런 위협을 느끼지 못합니다.A자·H자 프레임 등의 장애물은 지니 혼자라면 통과할 수 있지만 파트너를 생각해서 돌아가는 방향으로 이끌었죠. 덕분에 무사히 원래 시작점에 도착했어요.

H자 프레임 등의 장애물은 지니 혼자라면 통과할 수 있지만 파트너를 생각해서 돌아가는 방향으로 이끌었다.

H자 프레임 등의 장애물은 지니 혼자라면 통과할 수 있지만 파트너를 생각해서 돌아가는 방향으로 이끌었다.

체험이 끝난 후 지니에게 사료 선물을 주고 하이톤 목소리로 “옳지, 잘했어” 폭풍 칭찬을 해줬죠. 시각장애인이 일상에서 겪어야 하는 어려움과 안내견의 필요성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는 체험이었습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봤을 때, 지켜야 할 에티켓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봤을 때, 지켜야 할 에티켓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손서영 학생기자

손서영 학생기자

평소 강아지를 좋아해서 이번 취재가 정말 기대되고 설레었습니다. 안대를 쓰고 보행 체험을 해 보는 활동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안내견만 믿고 다녀야 하니까 무섭기도 했어요. 하지만 마지막까지 부딪히지 않고 도착지점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고, 강아지가 저를 배려해 주는 것 같기도 해서 놀랍고 믿음직스러웠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안내견들이 아직도 들어가지 못하는 장소가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런 상황이 오면 안내견도, 시각장애인분들께서도 매우 당황하시겠죠. 앞으로 안내견들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와 관심이 더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안내견들이 어디든지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었음 좋겠어요.

손서영(서울 연가초 5) 학생기자

오윤서 학생기자

오윤서 학생기자

시각장애인들을 도와주는 안내견에 대해 취재하는 게 꿈만 같았죠. 취재 전엔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며 견생을 바치는 게 안쓰럽기도 했지만 이번 취재 덕에 안내견들은 반려견보다 많은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안내견이 냄새를 맡으며 한 명 한 명 살피고 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살짝 두려웠던 마음도 사르르 녹아내렸어요. 안내견 지니와의 체험도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안내견에 대한 오해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죠. 길에서 안내견들을 만나면 에티켓을 잘 지킬 거예요.

오윤서(서울 원명초 6) 학생기자

이이삭 학생기자

이이삭 학생기자

이번 취재에서 안내견과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 대해 배웠습니다. 도시에서도 가끔 보이던 안내견들이 이렇게 많은 과정을 거쳐 여러 훈련을 받으며 키워진 것을 알게 된 점도 흥미로웠고, 안내견학교에서 장애인들을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멋졌습니다. 설명도 잘해 주셨죠. 무엇보다 멋지고 훈련도 잘된 개들을 보니, 퍼피워킹과 은퇴견 홈케어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 취재도 기대가 됩니다.

이이삭(경기도 홈스쿨링 중2) 학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