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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중국, 쿠바에 스파이 기지 운영” 파문…백악관도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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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다음 주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이 쿠바에 미군 등을 대상으로 한 스파이 기지를 운영 중”이란 보도가 나오며 미·중 갈등의 새 불씨가 되고 있다. 백악관은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성사시키기 위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2월 방중 직전 중국발 정찰풍선 사태가 벌어지면서 방문을 전격 취소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쿠바 내 중국의 스파이 기지가 미군 및 민간 빌딩의 전자신호를 탈취할 수 있으며, 해당 기지가 업그레이드된 2019년이나 그 이전부터 가동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쿠바 도청 기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물려받은 문제”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중국이 쿠바 기지는 물론 전 세계에 유사한 시설을 건설하려는 계획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 “중국은 2019년 혹은 그전부터 쿠바에 스파이 기지를 두고 있으며, 정보 수집 기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며 보도를 인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1월 취임하면서 관련 보고를 받았고, 관련 대응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이틀 전 반응과 대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8일 “쿠바에 중국의 전자 도청 기지를 짓기로 양국 정부가 합의했으며, 중국이 그 대가로 수십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보도하자,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미국은 해킹의 글로벌 챔피언이자 감시의 초강대국”이라며 반발했다. 카를로스 데 코시오 쿠바 외교부 차관도 “비방적인 추측”이라며 부인했다.

미 공화당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미 하원 ‘미국과 중국 공산당의 전략적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중국특위) 위원장인 마이크 갤러거(공화당) 의원은 이날 “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공산당의 쿠바 스파이 기지 보도를 부인하고 중국 공산당의 어리석은 정찰 풍선을 경시했냐”고 비판했다.

백악관의 신중한 반응은 쿠바 도청 기지 사태로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무산되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 의회 등에서 쿠바 도청 기지와 관련해 문제 제기가 계속될 경우, 재선 도전을 공식화한 조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악재가 될 수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다음 주 베이징을 방문해 외교 사령탑인 왕이(王毅)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친강(秦剛) 외교부장 등을 만나 미·중 간 무력 충돌 방지를 위한 ‘가드레일’(안전장치)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관측한다. 최근 남중국해 등에서 미·중 군용기와 군함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연출하는 등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쿠바 남동부 해안에 관타나모 해군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미국 마이애미까지 거리는 370㎞ 정도다. 1960년대 초반엔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면서 ‘핵전쟁’ 위기까지 간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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