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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재호 주중대사 초치 '맞불'…中매체도 "韓, 반드시 후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17년 12월 15일 한국 대통령의 국빈 방중을 기념해 양국 국기가 베이징 천안문에 게양되어 있다. 최근 한국과 중국은 대사를 초치하며 불만을 제기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7년 12월 15일 한국 대통령의 국빈 방중을 기념해 양국 국기가 베이징 천안문에 게양되어 있다. 최근 한국과 중국은 대사를 초치하며 불만을 제기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외교부가 정재호 주중 대사를 불러 들여 한국 외교부가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한 데 항의했다고 11일 밝혔다. 싱 대사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를 만나 한국 외교에 대해 ‘내정간섭’ 수준의 발언을 한 것에 우리 정부가 엄중히 경고하자 오히려 ‘대사 초치’로 맞불을 놓은 모양새다.

중국 외교부는 “눙룽(農融)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가 10일 정재호 대사를 약견(約見, 회동을 약속하고 만남)하고, 한국 측이 중국 주한대사와 이재명 한국 야당 대표의 교류에 부당하게 반응하고 항의한 데 엄중한 우려와 불만을 표명했다”고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중국은 아시아 역내 양자 관계를 담당하는 쑨웨이둥(孫衛東) 부부장(차관)이 아닌 아시아 다자 관계를 담당하는 눙 차관보를 내세워 한국을 대하는 격을 낮췄다.

이날 만남에서 눙 차관보는 “싱하이밍 대사가 한국 각계 인사와 광범하게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은 그의 직책이며, 목적은 이해를 증진하고, 협력을 촉진하며 중·한 관계의 발전을 수호하고 추동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은 최근 중·한 관계 문제의 소재를 심각하게 다시 생각하고 진지하게 대처해 중·한 수교 공동성명의 정신을 확실히 준수하고 중국과 마주 보고 가며 더불어 양국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된 발전을 추동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9일 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이 싱 대사를 초치한 데 맞불 성격으로 싱 대사의 ‘베팅’ 발언은 두둔하면서 양국 관계 책임을 한국에 돌리려는 취지다. 앞서 지난 4월 장 1차관이 전날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참견을 허용 못한다(不容置喙 ·부용치훼)” 발언과 관련해 싱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했을 때보다 한발 나아갔다. 당시 중국은 밤늦게 쑨웨이둥 부부장(차관)이 긴급 요청으로 정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우려를 전달했고 통화 사실은 사흘 뒤인 23일 발표했다.

11일 오후 주중 대사관은 보도자료를 내고 “정재호 대사는 10일 중측 요청으로 중국 외교부 눙룽 부장 조리를 면담하여 주한중국대사가 8일 우리나라 야당 대표와의 회동 계기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이며 사실과 다른 언행을 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엄중한 항의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아울러 정 대사는 상호존중과 호혜 공동이익을 기반으로 한 중 관계가 건강하고 성숙하게 발전해나가기 위해서는 양측의 공동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한·중 간 더욱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가 자국 입장만 일방적으로 전하고 정 대사의 발언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한 대응 조치로 풀이된다.

中 신화사 “한국, 나중에 후회 말라” 

정 대사 초치와 별개로 중국 관영 신화사는 10일 싱하이밍 대사가 이재명 대표에게 했던 ‘베팅’ 발언을 두둔했다.

신화사가 운영하는 웨이신(微信, 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인 ‘뉴탄친(牛彈琴)’이 10일 “중국 주한대사가 남긴 이 말은 실로 일침견혈(一針見血, 정곡을 찌르는 말)”이란 글을 싣고 싱 대사의 이른바 ‘베팅’ 발언을 두둔했다. 웨이신 캡쳐

신화사가 운영하는 웨이신(微信, 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인 ‘뉴탄친(牛彈琴)’이 10일 “중국 주한대사가 남긴 이 말은 실로 일침견혈(一針見血, 정곡을 찌르는 말)”이란 글을 싣고 싱 대사의 이른바 ‘베팅’ 발언을 두둔했다. 웨이신 캡쳐

신화사가 운영하는 웨이신(微信, 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인 ‘뉴탄친(牛彈琴)’은 이날 “중국 주한대사가 남긴 이 말은 실로 일침견혈(一針見血, 정곡을 찌르는 말)”이란 글을 싣고 “현재 중국이 진다는 데 베팅한 사람은 이후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다시 강조했다.

뉴탄친은 “흥미롭게도 한국은 정확하게 대응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신이 났다”며 싱 대사 초치를 비아냥 투로 언급했다.

뉴탄친은 이어 북한의 협박, 한·일 ‘굴욕 외교’, 러시아의 불만, 미국의 감청, 한·중 무역 보복 가능성 등을 열거하면서 한국의 외교 정책을 우회적으로 폄훼했다. “한반도 문제에서 불길한 징조가 보인다. 한·미·일의 여러 거동에 반도 북쪽이 버릇을 숨길 수 있을까. 한반도 최근 정세가 갈수록 우려스럽다”는 식이다. 끝으로 “한국아, 한국아, 많은 일이 서너번 생각한 뒤에 행동해야 한다. 때가 돼서 또 후회하지 말라”며 맺었다.

선전위성방송 “파멸 전에 짧은 즐거움”

한편 홍콩과 인접한 선전(深圳)위성방송 산하의 인터넷 매체 직신문(直新聞)의 장쓰난(張思南) 주필은 10일 “책임은 중국에 없다”는 기사에서 한국을 ‘소국’이라며 폄하했다.

장 주필은 “대국 주변의 소국은 통상 두 갈래 길이 있다”며 “하나는 대국을 선택해 따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역외 대국의 지지 아래 신변의 대국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자는 왕왕 자아를 잃고, 후자는 남의 꼬임에 넘어가 위험한 일을 자행한다(火中取栗·화중취율)”며 “이는 악마와 거래와 마찬가지로 최종적으로 파멸 전에 짧은 즐거움이 있을 뿐”이라며 막말을 불사했다.

그는 또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전략인 ‘글로벌 중추 국가(Global Pivotal State)’와 관련해 “중추란 단어(pivotal)는 10년 전 미국의 대중국 정책 전환의 시작이 된 ‘아시아 재균형(Pivot to Asia)’ 전략을 연상시킨다”며 “윤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 아시아·태평양 사무의 중심축이 되기를 바라지만, 한국의 셈법은 틀렸다”고 폄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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