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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배 폭리에도 "말처럼 힘솟아"…농촌서 무섭게 퍼지는 '미친 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천경찰청이 최근 국내 야바 유통책과 투약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압수한 야바. 사진 인천경찰청

인천경찰청이 최근 국내 야바 유통책과 투약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압수한 야바. 사진 인천경찰청

비닐하우스·공장 숙소서…불법체류 외국인 투약 성행 

태국어로 ‘미친 약’을 뜻하는 합성 마약 ‘야바’가 국내 불법체류 노동자를 중심으로 전국에 유통되고 있다.

11일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야바 밀반입 규모는 2018년 7.9㎏, 2019년 13.3㎏, 2020년 13.8㎏, 2021년 49.5㎏으로 증가 추세다. 수년 전부터 농어촌과 중소규모 공장에서 일하는 태국 국적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제 택배를 통해 야바를 수령한 뒤 단속에 적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야바는 태국에서 ‘말처럼 힘이 솟는 약’으로도 불리며 필로폰보다 싼 가격으로 밀거래된다. 야바는 필로폰과 카페인 성분 등을 혼합해 만든다. 태국에서 알약 형태로 만들어 현지 총책이 국제 우편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알약을 불에 태워 연기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투약한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태국 현지서 한 알당 1000원 하는 야바 시세가 국내로 넘어오면서 3만~5만원까지 솟아오른다”며 “플라스틱 빨대에 68정씩 넣고 밀봉한 뒤 건강기능식품, 일반 식품 등으로 위장해 국제 택배로 보내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인천경찰청은 국제 우편에 넣어 밀반입한 합성마약 야바를 찾았다. 사진 인천경찰청

인천경찰청은 국제 우편에 넣어 밀반입한 합성마약 야바를 찾았다. 사진 인천경찰청

플라스틱 빨대에 넣어 국제우편 밀반입 

야바를 포함한 택배는 수령자가 누구인지 모를 때가 많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최근 적발한 야바 밀수입 사건에서 국내 유통책은 다른 태국인 주거지나 근무지에 야바가 든 국제 우편을 보냈다. 우편 수령인 이름은 외국인등록증에 기재된 이름이 아닌 가명을 사용해 단속을 피했다.

경찰은 밀수입책 1명과 유통책 28명, 매수·투약자 20명 등 태국인 49명을 구속했다. 이들이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국내에 들여온 야바는 1970정(시가 1억원)에 달한다. 국내 판매책은 ‘던지기’ 수법으로 충남 서산, 경기 화성, 전북 정읍, 대구 등에 야바를 유통했다.

전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최근 호남 지역 야바 공급책으로 지목된 태국인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자국 마약상으로부터 야바를 도매로 사들여 중간 판매책 등을 거쳐 전남·북 지역에 거주하는 태국인에게 팔았다. 경찰은 A씨 등에게서 야바 1198정을 압수했다. 야바 투약자는 농·어촌과 공장에서 일하는 태국인 노동자들이었다.

밀수입한 야바. 사진 광주지검

밀수입한 야바. 사진 광주지검

“필로폰 성분 포함…야바 경각심 알려야” 

강원경찰청도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대대적으로 단속해 야바 등 마약류를 유통한 65명을 검거했다. 이들 다수는 농촌 지역 비닐하우스나 숙소 등에서 술을 마시고 투약했다.

경찰 관계자는 “적발된 태국인 대부분은 본국에 있을 때처럼 고된 일을 마치고 별 죄의식 없이 야바를 투약하고 잠을 자는 상습범이었다”며 “야바가 동남아에서 보편화해 있다고는 하나, 필로폰 성분을 포함한 만큼 유해성을 알리는 계도 활동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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