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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 출산·육아 지원에 힘준다…부동산·법인세는 숨고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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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는 7월 말 세제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본격적인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큰 폭의 손질은 없지만, 저출산 대응을 위한 세제 지원은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산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우선 기업의 양육 관련 지원금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들이 출산ㆍ보육 관련해서 근로자한테 지원금을 주거나, 복리후생 분야로 지출을 하는 경우 이를 비용으로 추가적으로 인정한다. 지원금을 받은 근로자도 세금부담이 되는 부분을 줄여주는 쪽으로 세법을 개정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과세표준(세금을 매길 때 기준이 되는 금액)을 낮춰 세금을 줄일 수 있고, 아기를 키우는 근로자도 세금을 제하고 실제 손에 쥐는 돈이 많아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자녀장려금 제도도 혜택을 늘린다. 현재 환급형 세액공제 형태로 운영 중인 자녀장려금(CTC)의 경우 부부합산소득이 4000만원 이하일 때 8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는 부부합산소득기준을 상향하고 지원 규모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는 세계 주요국에선 자녀가 있는 집에 더 많은 세제 혜택을 주는데, 한국은 아이가 있든 없든 비슷한 세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지적이 커져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2자녀 홑벌이 가구'의 조세부담은 '독신 가구'보다 3.8%포인트 낮다. 둘 간의 격차는 OECD 평균이 9%포인트인데, 한국은 이의 절반도 안된다. 폴란드(21.7%포인트)·룩셈부르크(20.3%포인트)는 '2자녀 홑벌이 가구'의 세부담이 '독신 가구'보다 20%포인트 이상 낮다. 혼인율을 높이고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세제 혜택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른 세제 분야는 지난해 이뤄졌던 굵직한 세제 완화의 후속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부동산 세제와 관련, 종합부동산세의 손질은 이번 개편안에서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상당폭 완화 조치를 취한 데다, 공시가 하락과 맞물려 전반적인 세부담이 크게 줄어든 점을 고려한 것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배제’ 방침은 양도세 중과가 내년 5월 9일까지 한시 유예된 만큼,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완화’의 경우, 이미 의원 입법으로 법안이 발의된 상황이어서 국회 논의에 달렸다.

법인세 개편도 내년 과제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 재계에서는 추가적인 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지난해 여야 진통 끝에 개편한 법인세를 또다시 테이블에 올리기는 부담이 크다. 상속세의 유산취득세 개편도 당장이 아니라, 장기 과제로 추진한다. 재계에서는 가업승계, 대주주 지분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상속세 개편론을 지속해 이슈화하고 있지만, ‘부자감세 프레임’이라는 정치적 공세를 감수해야 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이와 관련 “(지난해) 진통 끝에 법인세제를 개편했는데 올해 또 정부가 지난해와 같은 법안을 제출하면 국회에서 논의가 잘 안 될 것 같다”며 “(상속세 개편은) 사회적인 공론화와 공감대 형성이 먼저 필요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세제 개편 ‘숨고르기’에 나선 데에는 올해 세수 부족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1∼4월 국세수입은 작년 같은 시기보다 33조9000억원이 덜 걷혔다. 5월 이후 연말까지 작년과 똑같은 수준의 세금을 걷는다고 해도 올해 세수는 세입 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38조5000억원 부족하다. 부동산 시장 관련 세수와 법인세가 국세 수입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는 초기 단계로 세제 개편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얘기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며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세제 개편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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