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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달 썼어요"…역대급 폭염 앞 쏟아지는 '중고 방방컨'

중앙일보

입력

서울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 진열된 창문형 에어컨. 연합뉴스

서울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 진열된 창문형 에어컨. 연합뉴스

경기침체로 소비자 지갑이 닫힌 데다가 전기료까지 오르며 이른바 ‘방방컨’(각 방방마다 에어컨)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덩달아 관련 제품의 중고거래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올여름 역대급 무더위가 예고된 상황이라 국내 가전 업계는 에어컨 판매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일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는 현재 1200여 개의 창문형 에어컨 중고 제품이 매물로 나와 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최근 한 달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플랫폼 당근마켓·중고장터 등에도 하루 평균 수십 개의 매물이 올라오고 있다. 판매자들은 “딱 한 달 써서 거의 새것이다” “개봉해서 테스트만 해본 S급(신제품급)” 등의 문구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9일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거래중인 창문형 에어컨. 사진 번개장터

9일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거래중인 창문형 에어컨. 사진 번개장터

통상 타워형 에어컨의 경우 부피가 크고 별도의 실외기 때문에 이전 설치가 쉽지 않다. 이전 설치비용도 들어 중고거래 빈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2006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건물 외부에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할 수 없어, 이전 설치가 용이한 ‘방방컨’을 보조냉방기구로 선택하는 가구가 늘어났다.

업계는 ‘방방컨’ 중고거래가 늘어난 이유 중 하나로 코로나19 엔데믹을 꼽는다. 지난해까진 집에 있는 시간이 길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며 ‘방방컨’수요가 폭등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창문형 에어컨 시장이 커지다 보니 최근 자연스럽게 중고거래도 늘어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방방컨이 설치형 제품보다 떨어지는 성능 탓에 중고 매물이 많아진 것으로 본다. 실외기까지 일체형으로 만들다 보니 소음이 제품에 고스란히 흡수돼, 소비자들 사이에서 “공부방엔 못 놓겠다” “차라리 더운 게 낫다” 등 불만이 쏟아져 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음·열기 문제가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일체형 제품 특성상 설치형 에어컨보다 소음이 크고 열 방출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며 “구형 제품의 경우 소음이 크고 냉방성능이 기대에 미치는 경우가 많아 중고 매물이 속속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창문형 에어컨의 인기는 점점 늘고 있다. 전자랜드는 지난달 1일부터 지난 7일까지의 판매량 조사 결과 창문형 에어컨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이동식 에어컨은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멀티형 에어컨 등 대형 냉방 가전의 판매량은 지난해와 비슷했다.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중소기업이 주로 경쟁하던 방방컨 시장에 삼성전자·LG전자 등이 올해 또 신제품을 내놓으면서다. 과거엔 여관이나 모텔에 주로 설치돼 ‘싸구려’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엔 디자인, 에너지 효율, 성능 등을 앞세워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무풍 냉방 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한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윈도우핏'을 출시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올해 무풍 냉방 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한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윈도우핏'을 출시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설치형 에어컨에서 인기를 끌었던 ‘무풍’ 기능을 방방컨에 처음으로 적용해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윈도우핏’을 출시했다. 무풍 모드 사용 시 최대 냉방 모드보다 소비 전력을 많게는 74%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설치 편의성을 높인 ‘LG 휘센 오브제컬렉션 엣지’를 내놨다. 기존 제품은 105∼150㎝ 높이 창호에 설치할 수 있었지만, 설치 키트를 확대해 240㎝ 대형 창까지 설치가 가능해졌다.

가전 업계는 창문형 에어컨 시장이 2019년 5만 대에서 지난해 50만 대로 10배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창문형 에어컨이 틈새시장을 공략한 제품이라 에어컨 시장에서 주류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라면서도 “다만 반짝 무더위와 전기료 인상 등으로 당분간 소형 냉방기기 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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