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해외인력 이탈' 우려했나…北, 올림픽 출전권 걸린 대회 '노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출전을 예고했던 국제역도연맹(IWF) 그랑프리 대회에 돌연 불참했다. 북한은 당초 지난 5일까지 개최지인 쿠바 아바나에 도착해 8~18일(현지시간)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었지만, 별도 통보 없이 대회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9일 보도했다.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서널 엑스포(지엑스포) 역도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역도 77kg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북한 최전위와 은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김우재가 시상대에 나란히 올라가 있다. 뉴스1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서널 엑스포(지엑스포) 역도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역도 77kg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북한 최전위와 은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김우재가 시상대에 나란히 올라가 있다. 뉴스1

북한은 당초 이번 대회에 14명의 선수를 출전시킬 계획이었다. 지난달 IWA가 공개한 출전자 명단에도 이들의 이름이 확인된다.

역도는 북한의 올림픽 주력 종목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 불참하면서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역도 종목에 출전할 수 없게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올림픽 역도 본선에 출전하려면 IWF가 지정한 국제대회 중 의무대회 2개와 추가 대회 3개 등 최소 5개 대회에 나가야 하는데, 추가 대회인 이번 대회에 불참하면서 올림픽 전까지 남은 추가 대회는 2개뿐이기 때문이다.

핵ㆍ미사일 도발과 코로나 봉쇄 등으로 오랜 고립을 자초해 온 북한은 스포츠 행사를 계기로 국제무대에 복귀할 움직임을 보여왔다.

2018년 2월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북한 응원단이 개막식 공연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2월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북한 응원단이 개막식 공연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코로나를 이유로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에 일방적으로 불참하면서 지난해 말까지 국제대회 출전이 금지됐다. 그러다 출전 금지가 풀린 올해 4월 중국 타이저우에서 열린 동아시아 가라테 선수권 대회에 3년 3개월만에 선수 2명을 출전시켰다. 오는 9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대규모 선수단이 출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주력 종목인 역도에서까지 사실상 올림픽 출전을 포기한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외교가에선 북한의 국제무대 복귀 시나리오에 차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 계획에 차질을 불러온 핵심 원인으로는 국경개방을 앞둔 북한 내·외적인 극심한 동요와 코로나 재확산에 대한 불활실성, 그리고 국제무대 복귀의 ‘시발점’으로 삼으려고 감행했던 ‘소위 군사위성’ 발사의 실패 등이 꼽힌다.

8일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내에서 북한 식당 '고려관'을 운영하던 자리에 들어선 중국 식당의 모습. 식당은 리모델링을 마치고 성업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강동완 동아대 교수

8일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내에서 북한 식당 '고려관'을 운영하던 자리에 들어선 중국 식당의 모습. 식당은 리모델링을 마치고 성업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강동완 동아대 교수

이 가운데 ‘외화 벌이’를 위해 해외에 파견됐다가 코로나 봉쇄 해제를 앞두고 북한 송환을 앞두게 된 해외 파견자들의 동요는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최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고려관’이란 식당을 ‘고려항공’ 소속 무역대표부 파견 주재원 박모씨의 아내 김모(43)씨와 아들 박모(15)군이 북한에서 발이 묶여 있는 남편과 아버지와의 ‘생이별’을 감수하고 탈출을 감행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유럽에서 근무하던 북한 외교관들이 탈북을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도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북 소식통들은 “북한 국내적으로도 오랜 봉쇄 이후 국경개방에 따른 경제적 충격과 코로나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상당한 수준으로 파악된다”며 “북한이 국경개방 시점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1일 군사위성이라고 주장하는 ‘만리경-1호’를 실은 발사체 ‘천리마-1형’의 발사에 실패하면서, 이를 국경개방과 국제무대 복귀와 관련한 분기점으로 삼으려고 했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을 1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이 로켓은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발사 후 2시간 30여분 만에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을 1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이 로켓은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발사 후 2시간 30여분 만에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연합뉴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언제까지 국경을 닫고 있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해외파견자들의 동요와 국경개방 이후 대규모 탈북 등에 따른 극심한 혼란을 걱정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며 “이 때문에 북한은 내외부적 동요를 철저히 통제할 수단을 마련했다고 확신하기 전까지는 국경의 전면 개방 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