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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네" 500억짜리 수영장이 '침수'…수억 또 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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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아쿠아드림파크 전경.[사진 기장군]

정관아쿠아드림파크 전경.[사진 기장군]

기계실 침수로 개장 2달 만에 문 닫았던 부산 기장군 정관 아쿠아드림파크가 10개월 만에 운영을 재개한다. 500억원 넘는 예산을 들여 지은 국내 최대 규모의 공공 실내수영장이다. 다만 설계ㆍ시공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확인하기 위한 감사원 감사는 아직 진행되고 있다.

20일 재개장, 이달말까지 군민 무료

부산 기장군은 기장읍에 위치한 정관아쿠아드림파크 운영을 오는 20일부터 재개한다고 9일 밝혔다. 지하 1층~지상 2층(전체 면적 1만1567㎡)에 성인 풀장 등 27개 레인과 헬스ㆍ레저 시설을 갖췄다. 이달 말까지는 시범운영 기간이며, 이 기간 기장군 주민에겐 입장료(성인 2000원ㆍ미성년자 1000원)를 받지 않는다.

정관아쿠아드림파크 내부 수영장. [사진 기장군]

정관아쿠아드림파크 내부 수영장. [사진 기장군]

기장군은 전임 군수 시절 레저 활동은 물론 생존수영 등 수상·레저 교육시설 거점이 필요하다고 봐 정관아쿠아드림파크 건립을 추진했다. 애초 행정안전부 공모로 국비를 확보해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행안부가 ‘계획보다 7개 레인을 축소해야 49억원 지원 가능’이라는 조건을 달고 승인하자 국비를 포기하고 전액 군비를 들여 짓는 걸로 방향을 틀었다. 규모도 줄이지 않고 건립, 지난해 6월 준공됐다. 524억원의 예산이 쓰였는데, 기장군 올해 살림살이(8164억원)와 비교해도 상당한 규모다.

개장 2달만 ‘기계실 침수’ 왜    

하지만 개장한 지 2달 만인 지난해 8월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기계실과 전기실 침수 탓에 시설 운영이 불가능해졌다는 이유에서다. 기장군이 원인을 찾기 위해 벌인 외부 용역에서는 기계실 밸런싱 탱크에서 일어난 물 넘침 현상과 유아 풀장쪽서 발생한 물 빠짐 등 문제가 침수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1월 17일 부산 기장군이 정관아쿠아드림파크 무기한 휴업 관련 주민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기장군]

지난 1월 17일 부산 기장군이 정관아쿠아드림파크 무기한 휴업 관련 주민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기장군]

기장군은 특히 기계실 내부에 자리한 밸런싱 탱크에서 물이 넘친 게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파악했다. 밸런싱 탱크는 성인ㆍ유아풀장 등 수영장 수조 안팎에서 흘러든 물을 모아 정화하고, 이 물을 수영장 전체에 순환시키는 역할을 하는 시설이다. 밸런싱 탱크의 수위를 제어하는 스위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에 탱크가 수용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물이 흘러들며 기계실 침수로 이어졌다는 게 기장군 설명이다. 기계실엔 침수에 대비한 저수조와 물을 빼내기 위한 배수펌프 가동 장치 등이 있지만, 이 또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기장군은 지난 1월 주민설명회를 열어 침수 원인을 설명하며 “(외부 용역 등을 통해) 60건 넘는 문제점을 파악했다. 이에 따른 피해 금액은 2억5700만원 수준”이라며 “수영장을 포함한 모든 부대시설을 5월 말까지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설명회 이후에도 추가로 문제점이 드러나며 예상했던 것보다 한 달가량 재개장이 밀렸다. 보수 공사에는 약 4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투입됐다.

전임 군수 치적 때문? 감사원 감사 진행 중

지난 1월 13일 기장군의회가 정관아쿠아드림파크 무기한 휴업과 관련해 감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기장군의회]

지난 1월 13일 기장군의회가 정관아쿠아드림파크 무기한 휴업과 관련해 감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기장군의회]

수백억원을 들여 지은 시설 운영이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중단되자 기장군의회는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전임 오규석 기장군수가 본인의 임기가 끝나기 전 정관아쿠아드림파크 개장을 서두른 탓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감사원은 지난 1월부터 기장군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기장군 관계자는 “감사 결과에 따라 책임자 처벌 등 조치할 계획”이라며 “설계ㆍ시공 업체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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