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성인, 밤엔 악마"라 불린 그놈…아동 100명이 당했다

스페인 출신 성직자 알폰소 페드라하스에게 성추행 당했다고 신고했다가 예수회 교단에서 제명당했다고 주장한 볼리비아 전 예수회 신부 페드로 리마. AFP=연합뉴스

인구 1200만명 중 80%가량이 가톨릭 신자인 남미 볼리비아에서 사제들이 오랫동안 아동을 포함한 100여명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8일(현지시각) 볼리비아 일간지 엘데베르와 파히나시에테, AFP 통신 등에 따르면 1971년부터 볼리비아에서 지내다 2009년 사망한 스페인 출신 성직자 알폰소 페드라하스가 85명에 이르는 이들에게 학대 등 피해를 줬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는 페드라하스가 남긴 '고백록' 형태의 일기 내용이 그의 사후 십수년 만에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드러났다.

추행 피해자 중 한 명이라는 페드로 리마는 AFP에 "미성년자뿐만 아니라 신부 훈련을 받던 나와 같은 사람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해자들은 자신을 '나쁜 사람',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믿는 어린이들을 세뇌했다"면서 "아이들은 지옥에서 살았다. 이 사제들은 낮에는 성인이었고 밤에는 악마였다"고 말했다.

피해를 신고했다가 종교계에서 추방됐다는 리마는 이후 범죄 혐의자 명단을 작성했는데, 현재 '가해' 성직자들은 대부분 사망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단 한 명의 신부가 문제가 아니라, 그들끼리 서로 눈감아주는 구조가 있어 학대가 계속 일어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에서 한 여성이 가톨릭 교회의 학대 혐의 관련해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언론의 폭로 이후 수도 라파스를 비롯해 코차밤바, 산타크루스 등지에서 "나도 피해자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지 일간지인 파히나시에테는 학대 피해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숫자가 적어도 170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볼리비아 검찰은 페드라하스를 포함한 성직자들의 학대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 중 일부는 리마의 말처럼 사망했지만, 몇 명은 아직 살아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볼리비아 가톨릭계는 "그간 피해자들의 고통에 귀를 막고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리마의 주장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이번 스캔들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