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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청년 부모뻘인데…"49세까지 청년" 결혼축하금·월세 준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 태양의 정원 광장에서 열린 '2023 종로구 온오프 청년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문서작성대에서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 태양의 정원 광장에서 열린 '2023 종로구 온오프 청년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문서작성대에서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영향으로 ‘청년’이 늘고 있다. 전국 상당수 자치단체가 과거 중년으로 불렸던 40대 중·후반까지 청년으로 간주하면서다.

전국 지자체 중 최소 54곳 40대도 청년  

7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전국 광역·기초지자체 243곳 중 최소 54곳(지난해 12월 기준)이 40대를 청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3년 전 시행한 청년기본법상 청년 연령은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다. 하지만 지자체가 조례를 만들어 35세 이상도 청년 대접을 해주고 있다. 행정안전부로부터 인구감소지역으로 분류된 전남 고흥을 비롯해 전북 장수, 경북 봉화·예천, 경남 창녕, 충북 괴산 등은 49세까지 청년이다.

늦깎이 청년이라도 혜택은 쏠쏠하다. 전남 고흥에선 49세 이하 청년이 혼인신고를 하면 결혼축하금 명목으로 최대 4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고흥의 주민등록 인구는 지난달 말 현재 6만1542명이다. 60대 이상이 55.3%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청년 숫자를 늘려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필요성이 제기됐다. 경북 봉화는 지역에 이사 온 19~49세 청년 전입자에게는 월 10만원씩 최대 3년간 주택 임차료를 지원한다. 봉화 인구는 3만명 수준이다.

40대 청년 서울에도 있다 

서울 등 대도시도 40대 청년을 만들고 있다. 서울 도봉구는 지난 4월 청년 조례를 만들어 청년연령 상한선을 기존 39세에서 45세로 올렸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처음이다. 청년 임차보증금 융자사업, 예비 청년창업자 지원사업 등 청년정책 대상자가 8만여명에서 10만여명으로 늘게 됐다. 도봉구 관계자는 “고령화로 기존 청년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청년 연령을 높인 것”이라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중위연령은 45.6세다. 중위연령이란 총인구를 연령순으로 쭉 줄 세웠을 때 정중앙 나이를 말한다. 중위연령은 꾸준히 상승세다. 2014년엔 40.3세였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청년연령도 오르는 추세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청년 사회·경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체감 청년 나이는 32.9세로 나타났다. 2016년엔 29.5세였다.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학 졸업과 취업·결혼 등 성인기에 이뤄지는 일을 이행하는 시기가 늦어진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폐허가 된 시골 마을. 김정석 기자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폐허가 된 시골 마을. 김정석 기자

늦깎이 청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청년 연령 상향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우선 기준이 ‘고무줄’이란 지적이 많다. 지자체마다 청년 나이가 다양하기 때문에 15세 자녀와 49세 부모가 같은 ‘청년’으로 묶일 수 있다. 또 다양한 청년지원 혜택 대상자가 늘면서 사회에서 아직 자리 잡지 못한 20~30대는 소외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청년 나이를 늘림에 따른 예산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3040대 유권자를 의식한 포퓰리즘성 정책이란 비판도 만만치 않다.

반면, 청년 연령 상향에 따른 공감 목소리도 있다. 비수도권 지자체 관계자는 “인구감소지역에선 사실상 40~50대가 청년 역할을 해오고 있다”며 “청년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선 이들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 목적 또는 취지에 따라 연령기준을 조정한 것”이라며 “(법에 맞춰) 획일적으로 규정하면, 청년 관련 정책이 편의적이거나 경직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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