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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사형수 석방' 막는다...'시효 30년' 조항 폐지 의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형이 확정되고도 실제 집행 없이 30년을 채우면 석방될 수 있는 규정을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국회가 이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30년간 사형집행되지 않은 사형수가 사회에 나올 가능성은 사라지게 된다.

여호와의 증인 예배 중 불을 지르고 경찰에 자수한 원언식씨. 중앙포토

여호와의 증인 예배 중 불을 지르고 경찰에 자수한 원언식씨. 중앙포토

사형수들, 사실상 무기징역… "석방 없다"

법무부는 5일 ‘사형 집행시효 30년’ 조항을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측은 “사형 확정 이후 30년이 될 경우 석방 여부를 놓고 해석상 논란이 있었다. 형 집행의 공백을 방지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해당 규정에 대한 논란은 오는 11월 사형수 원언식씨가 복역 30년을 채우는데서 촉발됐다. 원씨는 1992년 “아내를 내놓으라”며 여호와의 증인 건물에 불을 질러 15명을 숨지게 했다. 원씨는 1993년 11월 23일 사형이 확정됐다. 사형 집행시효를 30년으로 규정한 현행 형법의 “형 집행 없이 시효가 지나면 면제된다”(형법 77조)는 조항에 근거하면 원씨의 석방 가능성이 있었다. 다만 “시효는 사형, 징역, 금고와 구류에 있어서는 수형자를 체포함으로 중단된다”(형법 80조)는 규정에 따라, 교정시설에 있는 사형수는 시효가 중단돼 석방 가능성은 없다는 정반대의 해석도 있었다.

과거에는 사형이 확정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집행해 논란이 없었지만, 우리나라가 1997년 12월 이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으면 해석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현재 수감 중인 전체 사형수 59명 가운데 앞으로 5년간 사형수 10여명이 집행시효를 채울 예정이었다. 법무부는 “현행법에 의하더라도 사형수의 수용에 따라 집행 시효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석되나, 법률을 보다 명확히 하려는 취지의 개정”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 일부에선 “사형수들에겐 법적 신뢰가 지켜지지 않는 조치”라는 지적이 있다. 한 변호사는 “사형수가 사망할 때까지 구금하는 건데, 실질적으로 같은 형벌을 받는 무기징역은 가석방이 가능해 법적으로 하자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형수의 기대를 저버리는 상황에도 사형 집행시효 폐지는 위헌이 아니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형수 입장에서 보호해야 할 법적 신뢰와 공공의 이익으로 볼 때 규정을 바꿔야 할 이유 중에 후자가 훨씬 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개정법이 시행될 시점에 집행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사형수에 대해 예외없이 바뀐 규정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형제 '위헌'도 세 번째 심리 중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남부교도소에서 열린 순직 교도관 충혼탑 제막식에 참석했다. 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남부교도소에서 열린 순직 교도관 충혼탑 제막식에 참석했다. 뉴스1

이번 논의를 계기로 사형제 유지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 마지막 사형 집행은 1997년 12월 김영삼 정부 때다. 이후에도 종종 사형이 선고됐지만, 실제 집행은 하지 않은 불일치 상태가 25년째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7월 사형제 관련 공개 심리를 여는 등 세번째 위헌 여부를 따지고 있다. 헌재는 1996년(합헌 7, 위헌 2)에 이어 2010년(합헌 5, 위헌 4)에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선 “윤석열 정부에서 새로운 헌재 재판관이 임명되기 전에 결정이 내려지면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반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최근 헌재에 ‘사형제 유지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강일신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에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정치적으로 결정하는 게 맞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번에도 사형제 위헌 결정이 안 나온다면 한동안 사형제 폐지 가능성은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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