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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남는 교육용 재산 처분 가능해진다…"부실 사학 퇴로"

중앙일보

입력

한 지역 사립대학 캠퍼스 내 건물 복도에 낙엽과 쓰레기가 가득하다. 안대훈 기자

한 지역 사립대학 캠퍼스 내 건물 복도에 낙엽과 쓰레기가 가득하다. 안대훈 기자

앞으로 사립대가 교육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남는 교육용 재산을 처분할 수 있게 된다. 사용하지 않는 재산을 처분해 재정난을 해소할 수 있도록 사립대 규제를 완화해준다는 취지다.

교육부는 5일 국무회의에서 ‘사립학교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학교 교육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부지나 건물 등의 유휴 교육용 재산을 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 이전이나 통폐합으로 용도가 폐지되는 재산에 대해서도 처분 제한이 사라졌다. 기존에는 교지·교사·체육장만 처분할 수 있었지만, 실습장·연구시설·교재 등 모든 교육용 재산을 처분할 수 있게 됐다.

일반대학 뿐 아니라 전문대도 기본재산을 처분할 때 관할청의 허가 대신 신고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처분 재산 금액은 3억원 미만에서 5억원 미만으로 늘리고, 은행 차입비율을 기존 200억원 내 20%에서 30%로 통일했다. 기금 융자에 대해서도 대학 유형이나 금액과 상관없이 모두 신고만 하면 된다.

“재정난 심각, 퇴로 필요해” vs “학습권 침해 우려

교육부가 사립대학 재산 규제 완화에 나선 것은 지방 사립대들의 재정난이 크게 악화했다는 판단에서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데다 잇따른 대학 통폐합으로 유휴 재산이 늘어나는만큼, 이를 활용해 재정난을 해결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교육계에선 황폐해진 부실 사학들의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됐다. 백정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장은 “퇴출을 원하지만 실질적으로 실행하지 못하던 대학들에게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일부 어려움이 있는 대학들이 경쟁력 있고 튼튼한 기능을 중심으로 개편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교육부는 사립대학의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으로 조건 없이 바꿀 수 있도록 완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학 재단이 교육용 재산을 무분별하게 처분해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한계 사립대학의 해산 장려금을 언급하자 교육계에서 논란이 일었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해산 장려금 지급을 규정한 사립대 구조개선 지원법안을 발의했지만 이 같은 비판에 밀려 계류 중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교육공무원 승진규정’ 일부개정령안도 의결됐다. 금품 비위나 성범죄 등으로 조사나 수사를 받아 직위해제 처분을 받은 교육공무원의 징계처분이 무효·취소되거나 형사사건이 무죄로 확정된 경우 직위해제 기간을경력 기간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교사에 대한 다면평가 시 다면평가자의 수를 3명 이상으로 하던 것을 평가대상자의 수에 따라 다르게 정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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