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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중단 아닌 건너뛰기"…혼란한 지표에 퇴로 둔 Fed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고위인사들이 이달 13~14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다만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것이 아닌 잠시 쉬어가는 것이라며 하반기 추가 인상 여지를 남겼다.

필립 제퍼슨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AP=연합뉴스

필립 제퍼슨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AP=연합뉴스

Fed 차기 부의장에 지명된 필립 제퍼슨 이사는 3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금융 부문 정책 과제에 관한 연례 콘퍼런스에서 6월 기준금리를 현 수준(5.00~5.25%)으로 유지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금리를 유지한다는 결정이 나오더라도 최종 금리에 도달했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동결(pause)이 아니라 건너뛰기(skip)라고 표현했다.

이날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금리 동결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올해 FOMC에서 투표권이 있는 그는 “분명히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건너뛰는 것을 고려하는 진영에 있다”고 했다. 다만 “5월 고용 지표가 내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며 최종 결정까지 경제 지표를 면밀히 보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패트릭 하커 미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패트릭 하커 미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두 인사의 비둘기(통화완화 선호)적 발언은 그동안의 고강도 긴축을 숨고르기 하면서 정책 효과를 살피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에 시장의 6월 금리 전망은 빠르게 방향을 틀었다. 두 인사의 발언 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6월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70% 수준으로 올랐다. 이날 미 노동통계국이 4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점치는 비율이 약 70%였다.

JOLTS에 따르면 4월 미 민간 기업의 구인 건수는 1010만 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975만 건에서 1000만 건대로 재진입했고, 블룸버그 전망치(940만)를 크게 웃돌았다. Fed가 주목하는 지표인 실업자 1명당 빈 일자리도 전월보다 늘어(1.7→1.8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전(1.2개)을 웃돌고 있다. 미국의 4월 실업률은 3.4%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고용시장 활황은 인플레이션에 상방 압력을 가하는 요소로 꼽힌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하지만 이날 나온 Fed의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은 미국의 고용과 인플레이션이 둔화 조짐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고용이 대부분 지역에서 증가했지만 이전보다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요 약화와 경기 불확실성으로 민간 기업들이 고용을 동결하거나 인력 감원에 나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물가는 보통 수준으로 올랐다”며 “많은 지역에서 물가 인상 속도가 느려졌다”고 했다.

베이지북은 중소 규모 지역은행들의 붕괴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금융 여건은 안정적이거나 다소 더 긴축적인 상태라고 밝혔다. Fed가 신용긴축 가능성을 계속 고려하고 있어, 데이터에 따라 통화정책 향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베이지북은 지난 4월 중순부터 5월 22일까지 12개 연은 관할 구역의 경기 흐름을 평가한 내용으로, FOMC에서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Fed는 미 경제의 둔화 조짐과 은행권 불안 등 상황에서 데이터에 따라 신중하게 통화정책을 펴는 쪽으로 퇴로를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금리 인상 ‘스킵’은 인플레이션이 아직 통제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와 은행들의 신용 경색으로 경기가 급격히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 사이에서의 절충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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