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명수 마지막 제청권에…"균형이 가장 중요" 고심하는 용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앞서 마련된 사전환담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앞서 마련된 사전환담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대통령실이 차기 대법관 인선을 앞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7월 퇴임하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의 후임 후보 8명을 압축했다. 윤준 서울고등법원장, 서경환 서울고법 부장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엄상필 서울고법 부장판사, 권영준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순영 서울고법 판사, 신숙희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정계선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가 최종 후보군에 올랐다.

외부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김명수 대법원장이 내달 2일까지 2명을 선택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하면 윤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9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명수 대법원장의 마지막 대법관 제청권 행사다.

대통령실이 고심하는 건 현재 대법관의 인적 구성이 불균형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김 대법원장은 특정 성향의 연구회 소속이거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 진보 성향 인사를 주로 대법관으로 제청해왔고, 문 전 대통령도 이를 수용해 임명했다. 그 결과 현재 13명의 대법관 중 박정화·노정희·이흥구 대법관은 법원 내 진보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고, 김상환·오경미 대법관도 우리법연구회의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김선수 대법관은 민변 회장을 지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달 30일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회의에 앞서 최영애 위원장과 함께 접견실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달 30일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회의에 앞서 최영애 위원장과 함께 접견실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나머지 대법관은 주로 중도 성향으로 분류돼 현재 대법원은 진보 성향의 대법관이 우위를 차지한 구조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일 “차기 대법관 인선에선 균형을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과 대법원장, 국회의 지명 몫이 나뉜 헌법재판관과 달리 대법관의 경우 제청권과 임명권이 명확히 분리돼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대법관 임명에 있어 대통령의 임명권은 형식적이 아닌 실질적 임명권”이라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무총리도 국무위원에 대한 제청권을 갖고 있지만, 임명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며 “현행법상 대법원장의 임명제청권을 대통령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대법원장이 제청하는 대법관과 윤 대통령이 임명하려는 대법관이 다를 경우, 윤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퇴임하는 박 대법관이 여성인 만큼, 차기 대법관도 여성을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여성 대법관 배출도 중요하나 인위적으로 성별을 할당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과거 이명박(MB) 정부 때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용훈 전 대법원장과 MB 사이에 비슷한 문제가 불거졌다. 2009년 8월 대법관 제청 당시 청와대에선 길기봉 당시 대전지방법원장을 대법관 후보로 원했으나, 이 전 대법원장이 난색을 표했다. 이후 보름 가까운 추가 협의 끝에 길 전 법원장이 아닌 민일영 당시 청주지방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로 제청됐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2명의 대법관을 임명해야 하는 만큼 대법원과 대통령실간의 협의의 공간은 열려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