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달 남은 중대재해 TF…경영계 "형사처벌 수위 낮춰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6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중대재해 처벌 무력화하는 윤석열 정권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중대재해 처벌 무력화하는 윤석열 정권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 산하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태스크포스(TF)’ 활동 기한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영계에서 처벌 수위를 낮추고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적용을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31일 밝혔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1명 이상의 근로자가 사망했을 때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경영계는 경영책임자의 범위가 모호하고, 처벌 수위가 과하기 때문에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우선 경총은 중대산업재해 사망자 범위를 확대하고 경영책임자에 대한 정의도 명확하게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현행 ‘1명 이상’을 ‘동시 2명 또는 최근 1년간 2명 이상’으로 수정하고, 경영책임자를 ‘해당 산업의 안전보건에 관한 조직·인력·예산 등을 관리하도록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은 사람’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최고경영자(CEO)는 처벌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형사처벌 수위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행법상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실제로 현재까지 나온 2건의 중대재해처벌법 판결 모두 중형이 선고됐다. 온유파트너스 대표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한국제강 대표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에 경총은 ▶경영책임자 형사처벌 조항을 삭제해 합리적인 수준의 경제벌만 부과하거나 ▶하한 설정 방식(1년 이상 징역)을 상한 설정 방식(7년 이하 징역)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내년부터 적용 예정인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도 시행시기를 2년 유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정부는 2년간의 유예기간을 뒀지만, 여전히 인프라가 갖춰지지 못한 만큼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구축할 시간을 더 줘야 한다는 취지다. 경총은 “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통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 및 실행해 나갈 수 있도록 법 준수 준비기간을 추가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계 중심 8명의 전문가로 구성돼 올 1월 발족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선TF는 이러한 건의 내용을 포함한 각계각층 의견을 취합해 막바지 개선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TF 활동 기한은 6월 말까지다. 고용부 관계자는 “마무리를 위해 TF 위원들이 각각의 주제별로 의견을 종합하는 단계”라며 “활동이 종료되면 논의된 개선안이 권고 방식으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TF 권고안이 나오더라도 실제 개선이 이뤄지기까진 산 넘어 산이다. 대부분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보니 거야(巨野) 정국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크고, 하반기부턴 본격적인 총선 국면에 들어가면서 노동개혁 동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는 시점은 총선 직전인 내년 1월 27일이다. TF에서 소규모 사업장 적용 시기 유예를 권고하더라도 입법 시기가 늦어진다면 도루묵이 될 수 있다.

노동계의 거센 반발도 맞닥뜨려야 한다. 앞서 한국노총은 “불확실성 해소라는 빌미로 안전보건 확보의무 축소를 시도하고 상습·반복, 다수 사망사고 등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확행하겠다는 것은 개악 시도”라며 “자연인과 법인에 대해 금고형과 벌금이 아닌 법인에 과태료 등을 부여하는 방식이 유력한데, 이러한 행정질서벌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서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현행법 체계로 과연 중대재해를 유의미하게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무엇보다 법의 명확성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뭘 위반해야 누가 어떻게 처벌받는지 명확하고 압축적이어야 산업 현장에서 혼란이 덜해지고, 실제 중대재해 감축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