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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문13' 선명했다…北발사 96분만에 드러난 원통형 잔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합동참모본부는 31일 오전 8시 5분쯤 서해 어청도 서쪽 200㎞ 바다에서 북한이 우주발사체라 주장하는 로켓의 잔해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날 오전 6시 29분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로켓을 쏜 지 1시간 36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군 당국이 31일 오전 8시 5분쯤 서해 어청도 서쪽 200㎞ 바다에서 건져 낸 북한 로켓 잔해. 사진 합참

군 당국이 31일 오전 8시 5분쯤 서해 어청도 서쪽 200㎞ 바다에서 건져 낸 북한 로켓 잔해. 사진 합참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해군의 수상구조구난함인 통영함(ATS-31)이 서해 공해에서 떠다니고 있던 잔해를 발견했다. 군 당국은 이 잔해가 1단 로켓과 2단 로켓 사이 원통형 연결단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합참이 공개한 잔해 사진을 확대해보니 겉에 빨간 글시로 ‘점검문 13 (기구조립)’이란고 적혀 있다. 북한 로켓의 잔해라는 증거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29일 일본에 위성발사를) 공지한 뒤 군은 경계태세 유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이 1단체가 떨어지는 지점이라고 밝힌 전북 군산 쪽 서해 먼바다에서 통영함을 미리 보낸 뒤 대기하게 했다는 의미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지난 2012년과 2016년 북한의 장거리 로켓의 잔해를 바닷속에서 건져 올렸다.

해군의 또 다른 수상구조구난함인 광양함(ATS-32)도 현장에 추가로 투입됐다.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정박 중인 수상구조구난함 통영함(ATS-31) 중앙포토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정박 중인 수상구조구난함 통영함(ATS-31) 중앙포토

군 당국은 수상구조구난함의 소나 등 장비를 동원해 가라앉은 북한 로켓 잔해를 수색한 뒤 해난구조전대(SSU)의 심해잠수사와 수중무인탐사기(ROV)를 내려보내 물 밖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바다 깊이는 70m 정도”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 로켓과 미사일의 잔해를 3번 인양한 적 있다. 2012년 12월 군산 서쪽 160㎞ 바다에서 은하-3호의 1단 추진체 연료통 등을 확보했다. 2016년 2월엔 서해 어청도 서남쪽 광명성호 페어링ㆍ추진체 등 잔해를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북한의 장거리 로켓에 대한 정보를 상당히 알아낼 수 있었다는 평가다.

군 당국이 31일 오전 8시 5분쯤 서해 어청도 서쪽 200㎞ 바다에서 건져 낸 북한 로켓 잔해. 합참

군 당국이 31일 오전 8시 5분쯤 서해 어청도 서쪽 200㎞ 바다에서 건져 낸 북한 로켓 잔해. 합참

2022년 11월 울릉도 서북쪽 167㎞ 바닷속 1700m 지점에서 북한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쏜 SA-5 지대공 미사일의 잔해물을 건진 뒤 언론에 공개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바다를 샅샅이 훑어 북한 로켓 잔해를 인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해군 1함대 사령관을 지냈던 김진형 합참 전력부장은 ”서해는 얇지만, 바다 밑은 대부분 펄이기 때문에 찾기도 어렵고 건져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참이 수거한 북한 로켓 표면엔 빨간색으로 '점검문 13(기구조립)'이라고 적혀 있다. 합참

합참이 수거한 북한 로켓 표면엔 빨간색으로 '점검문 13(기구조립)'이라고 적혀 있다. 합참

군 당국은 나머지 잔해를 수거한 뒤 전반적인 성능과 외국 부품 사용 여부, 기술 수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군 당국은 북한 로켓의 잔해 일부가 한ㆍ중 잠정조치수역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했다. 잠정조치수역은 서해에서 한국과 중국 어선에 한해 신고 없이 자유롭게 조업할 수 있도록 수역이다. 익명의 정부 소식통은 “중국 측도 예상 낙하지점에 함선을 보내 수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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