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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로 남편 잃고 새 아파트선 녹물 콸콸…‘을의 현실’ 다뤘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드림팰리스’는 산업재해로 죽은 남편의 목숨 값으로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혜정(김선영)과 입주를 앞둔 수인(이윤지·아래 사진)의 이야기를 통해 미분양 아파트 할인 사태 등의 사회적 갈등을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낸 영화다. [사진 인디스토리]

‘드림팰리스’는 산업재해로 죽은 남편의 목숨 값으로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혜정(김선영)과 입주를 앞둔 수인(이윤지·아래 사진)의 이야기를 통해 미분양 아파트 할인 사태 등의 사회적 갈등을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낸 영화다. [사진 인디스토리]

2014년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집회 도중 입주민 대표가 분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년 넘게 미분양이 쌓여있던 아파트를 건설사가 분양가보다 싸게 팔기 시작한 게 발단이었다. 기존 입주민들은 “내가 4억 준 아파트를 옆집은 3억에 입주하는 걸 두고 볼 수 없다”며 싸게 입주하는 세대의 이사를 막아섰고, 이 집회가 격해져 분신까지 치달은 것이다.

사망 사고까지 가지 않더라도, 비슷한 갈등은 경기도 파주·부천·고양 등지에서도 벌어졌다. 수요 예측을 못 하고 공급 정책을 편 정부, 무리한 고분양가를 책정한 건설사 등의 책임이 컸지만, 입주민들끼리 서로를 겨누게 된 비극이었다.

‘드림팰리스’는 산업재해로 죽은 남편의 목숨 값으로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혜정(김선영·위 사진)과 입주를 앞둔 수인(이윤지)의 이야기를 통해 미분양 아파트 할인 사태 등의 사회적 갈등을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낸 영화다. [사진 인디스토리]

‘드림팰리스’는 산업재해로 죽은 남편의 목숨 값으로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혜정(김선영·위 사진)과 입주를 앞둔 수인(이윤지)의 이야기를 통해 미분양 아파트 할인 사태 등의 사회적 갈등을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낸 영화다. [사진 인디스토리]

31일 개봉하는 영화 ‘드림팰리스’는 바로 이런 ‘미분양 아파트 할인 사태’를 주요 소재로 다룬, 사회밀착형 리얼리즘 영화다. 이 영화가 장편 데뷔작인 가성문(35) 감독은 위와 같은 실제 사건에서 단초를 얻어 시나리오를 썼다. 개봉을 앞두고 만난 가 감독은 “책임 있는 자들은 빠져나가고, 피해자들끼리 서로 미워하고 원망하게 되는 갈등은 한국사회에서 이름표만 바꿔 다양한 유형으로 계속 존재하고 있다”며 “을들이 갑과 싸우는 판타지를 보여주는 영화가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는 마취제 같다면, 이 영화는 고통의 원인을 낱낱이 들여다보는 각성제 같은 영화”라고 소개했다.

영화는 산업재해로 남편을 잃고 진상규명 시위를 벌이는 혜정(김선영)과 수인(이윤지)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일찌감치 현실과 타협해 시위를 멈추고 사측으로부터 합의금을 받은 혜정은 그 돈을 보태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는다. 하지만 수도꼭지에서 녹물이 쏟아지는 걸 발견했고, 아파트 분양이 100% 완료된 이후에나 하자 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분양상담사로부터 듣는다.

‘드림팰리스’는 산업재해로 죽은 남편의 목숨 값으로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혜정(김선영)과 입주를 앞둔 수인(이윤지)의 이야기를 통해 미분양 아파트 할인 사태 등의 사회적 갈등을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낸 영화다. [사진 인디스토리]

‘드림팰리스’는 산업재해로 죽은 남편의 목숨 값으로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혜정(김선영)과 입주를 앞둔 수인(이윤지)의 이야기를 통해 미분양 아파트 할인 사태 등의 사회적 갈등을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낸 영화다. [사진 인디스토리]

결국 혜정은 직접 아파트 홍보에 나서고, 아직 시위 중이던 수인을 끌어들여 할인가에 계약을 성사시킨다. 같은 아파트 이웃으로 살 날만을 기대하던 두 여자는, 그러나 ‘할인 분양’ 세대의 이사를 막아서는 기존 입주민들의 바리케이드에 직면한다. 이 공고한 울타리는 또다시 둘의 처지를 갈라놓고, 예기치 못한 파국을 낳는다.

영화는 그저 멀쩡한 보금자리에서 살고 싶었을 뿐인 주인공들의 작은 이기심이 구조적 문제 속에서 어떻게 억눌리고 좌절되는지를 현실적이면서도 긴장감 넘치게 펼쳐낸다.

가성문 감독

가성문 감독

주인공들이 산재 피해자의 유가족이라는 설정 역시 꽤나 중요하다. 동료 유족들의 손가락질을 받아가며 ‘남편 목숨값’으로 받은 합의금으로 아파트를 마련한 사람들이 아파트의 기존 입주민들과 또 다른 ‘을들의 전쟁’에 휘말리는 이야기는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부조리와 아이러니를 증폭시키는 효과를 발한다. 가 감독은 “비극적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위 유족들 간에도 갈등이 있다는 보도를 보면서, 진짜 잘못한 사람 대신 피해를 본 사람들끼리 미워하고 원망하는 일이 반복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번 그런 갈등을 겪은 사람이 또다시 비슷한 일에 휘말리는 구조를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드림팰리스’는 수많은 대립과 갈등을 다루면서도 선악을 무 자르듯 재단하지 않는 신중하고도 사려 깊은 시선을 고수한다. 당장 주인공 혜정만 해도, 보는 이에 따라 이기적이라 생각할 수도, 한없이 가엾은 여자로 여길 수도 있다. 영화엔 분명한 ‘빌런’이라 지목할 만한 인물은 등장하지 않는다. 감독은 “이기적이면서도 죄책감을 느끼고, 마냥 선하면서도 악하지 않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고찰해야만 사회적 갈등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김선영·이윤지, 노련한 두 여성 배우들은 반대 성향의 두 인물을 각자 섬세하게 빚어낸다. 특히 김선영은 이 영화로 지난달 제20회 아시안필름페스티벌에서 “부조리의 무게를 짊어지고 폭발하는 연기”라는 호평을 받으며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혜정과 수인이 자신들만의 ‘드림팰리스’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 같은 인상이 남는다.

가 감독은 “주인공들 역시 현실의 우리와 너무 닮아있어 슬프면서도 뭔가 해소되는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대개 포기하지 않아요. 포기하는 순간 영화가 끝나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는 ‘중도 포기’를 택한 사람들의 영화라는 점에서 포기와 타협의 연속인 우리 삶과 닮아있습니다. 누구를 원망해야 할지 몰라 주변에 분노를 표출하는 일도 살다 보면 많잖아요. 현실의 그 뜨거운 감정들이 이 영화를 보며 조금이나마 정리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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