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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야당 입법폭주, 막지 않는 게 대통령 직무유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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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앞줄 왼쪽부터) 등 의원들이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앞줄 왼쪽부터) 등 의원들이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 주도로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5일 “대통령의 재의 요구(거부권 행사)는 야당의 입법 폭주를 막기 위한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헌법적 책무”라며 “오히려 행사하지 않는 것이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입법·사법·행정 삼권 분립 정신에 기반한 권한이 있는데도 입법권 남용을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헌법기관으로서 대통령의 직무유기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국회 입법권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야당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이 관계자는 “야당의 비난은 협치를 빙자한 ‘할리우드 액션 협치’”라며 “겉으로는 협치를 요구하며 거부권 행사를 비난하지만, 실제로는 갈등 당사자 간 갈라치기 입법을 통해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수적 우위를 가지고 입법권을 남용해 ▶헌법 위배의 입법을 하거나 ▶국가 재정 낭비 등 국민경제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치거나 ▶국민 갈등을 조장하는 법안을 추진할 경우, 헌법적 책무에 따라 재의 요구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란봉투법이 30일간의 숙려기간 이후 본회의에서 표결 강행 처리되고 이에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양곡관리법(4월 4일), 간호법(5월 16일)에 이어 현 정부 3번째 재의 요구 사례가 된다.

대통령실 내부적으론 야당의 무리한 입법 강행이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기류가 적지 않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이 밀어붙이는 법은 대부분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스스로 반대했던 법”이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돌변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지속해서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야의 입법 강행·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라는 악순환 구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노란봉투법에 이어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야당은 강행 처리를 예고하는 반면에 여권은 공영방송을 영구 장악하기 위한 악법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한 참모는 “거대 야당은 입법권을 휘두르고, 여당은 타협과 조율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여야 간 극한 대립이 총선을 앞두고 더 깊어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무회의 비공개 마무리 발언 중에 “야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정치와 정쟁의 문제로만 보는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은 세계 경제를 살릴 계기로, 우리도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며 이런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위원들에게 “G7 정상회의에 가보니 각국이 수천억 달러에 달할 재건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며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선 우리 역시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손 놓고 있다가 나중에 재건 사업에 들어가겠다고 하면 우크라이나가 받아줄 리 없다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추산 재건 사업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7500억 달러, 약 995조원에 달한다. 김성수 한양대 국제학부 겸임교수는 “전쟁을 지원하지 않은 나라에는 재건 사업에 참여할 기회도 주지 않는 것이 국제사회의 당연한 관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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