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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 노벨상’ 벨라루스 인권운동가, 악명 높은 감옥서 연락두절

중앙일보

입력

벨라루스의 인권 운동가인 알레스 비알리아츠키가 올해 1월 5일(현지시간) 수도 민스크의 법정에서 구금돼 있다. AP=연합뉴스

벨라루스의 인권 운동가인 알레스 비알리아츠키가 올해 1월 5일(현지시간) 수도 민스크의 법정에서 구금돼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옥중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벨라루스의 인권 운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60)가 악명 높기로 손꼽히는 감옥에 이감된 뒤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AP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비알리아츠키는 올해 3월 벨라루스 법원에서 공공질서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10년형을 선고 받고 고리키시의 N9 교도소로 옮겨졌다. AP통신은 “N9 감옥은 수감자들이 구타를 당하고 중노역에 시달리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벨라루스 동부의 작은 도시인 고리키 소재 N9 교도소는 1957년 지어진 이래 벨라루스의 정치사범들을 수용해왔다고 한다. 창문 없는 독방에 장기간 가두는 등 재소자에 대한 폭력이 만연한 곳이다.

비알리아츠키의 부인 나탈리아 핀추크는 AP에 “당국이 알레스가 견딜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외부와 연락조차 차단하고 있다”면서 “최근 한 달동안 편지 한통 주고 받지 못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초)가장 최근에 받은 편지에서도 필체가 이상해질 정도로 시력· 건강 문제 등 상황이 얼마나 악화되고 있는지 보였다”면서 “유엔(UN)이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독일 매체 DW는 2018년 벨라루스 동부의 정치사범 수용소 고리키 N9 교도소를 집중 조명했다. 이곳에 수감됐던 한 야당 인사는 ″두달 넘게 독방에 수감되기도 했다″면서 ″이곳은 한 인간을 부서뜨리기 위한 시설″이라고 말했다. DW 홈페이지 캡처

독일 매체 DW는 2018년 벨라루스 동부의 정치사범 수용소 고리키 N9 교도소를 집중 조명했다. 이곳에 수감됐던 한 야당 인사는 ″두달 넘게 독방에 수감되기도 했다″면서 ″이곳은 한 인간을 부서뜨리기 위한 시설″이라고 말했다. DW 홈페이지 캡처

벨라루스의 대표적인 인권 운동가인 비알리아츠키는 벨라루스가 옛 소련의 지배 하에 있었던 1980년대 중반부터 자국의 독립과 민주주의 운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1994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론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꼽히는 루카셴코를 비판하는데 앞장 서 왔다고 BBC는 전했다. 비알리아츠키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집권 직후 반정부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것을 목도하고 1996년 인권단체 비아스나(Viasna·벨라루스어로 봄이라는 뜻)를 설립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이 2020년 8월 대선에서 야당 후보들을 무더기 체포하는 등 정적을 제거하며 연임하자, 비알리아츠키는 수만 명이 참여한 반정부 시위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벨라루스 당국은 이듬해 7월 중대한 공공질서 위반과 범죄 단체를 위한 자금 밀수 혐의를 씌워 그를 체포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왼쪽)이 2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모스크바에서 열린 유라시아경제연합(EEU) 대표들과 비공식 만찬 후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타스=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왼쪽)이 2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모스크바에서 열린 유라시아경제연합(EEU) 대표들과 비공식 만찬 후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타스=연합뉴스

비알리아츠키는 수감 상태이던 지난해 10월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인권단체들과 함께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노벨상 위원회는 그를 가리켜 “벨라루스와 동유럽 전역에서 민주주의·인권 증진을 위해 활동한 등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 5개월 만인 올해 3월 민스크 법원은 그에게 징역 10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그와 함께 기소된 동료 세 명도 각각 징역 7~9년을 선고 받았다. 이에 유엔의 아나이스 마린 벨라루스 인권 특별보고관은 “벨라루스 정권이 억압적인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사법 시스템을 정치 도구화하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

인권단체 비아스나에 따르면 벨라루스에서 현재 정치범으로 구금된 이들은 1516명에 이른다. 2020년 대선에서 루카셴코의 대항마로 출사표를 던졌다가 대선 직전 체포된 은행가 출신의 야당 후보 빅토르 바바리카도 징역 14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올초 교도소에서 구타를 당해 위독한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는데, 그 이후 생사가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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