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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독재에 노벨평화상…수상한 3개국 모두 불만, 우크라는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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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평화상의 공동 수상자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영향권에 맞선 인권 운동가와 단체 2곳이 선정된 것에 대해 “노벨위원회가 푸틴에게 강한 질책과 반전 메시지를 전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번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는 푸틴 대통령의 70세 생일에 이뤄졌다.

앞서 지난 7일(현지시간) 노벨위원회는 벨라루스 인권운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60), 러시아의 인권단체 메모리알, 우크라이나 시민단체 시민자유센터(CCL)를 올해의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발표한 바 있다.

7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베리트 라이스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이 올해의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7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베리트 라이스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이 올해의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우크라이나 시민자유센터 측은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 상은 우크라이나에서 자유를 위해 싸우는 모든 사람에게 수여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푸틴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그리고 전쟁범죄를 저지른 모든 사람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권을 무시하는 행동은 언젠가는 반드시 전쟁으로 이어진다”고도 했다.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 CCL 대표는 “이 상이 인권을 위한 싸움에 더 큰 힘을 준다”며 “그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알자지라에 전했다. CCL은 2007년 옛 소련 연방의 9개국 인권단체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설립한 주요 비정부기구다. 2014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서 정치적 박해를 감시했고,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엔 러시아군의 민간인 대상 전쟁범죄를 기록해왔다.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 우크라이나 시민자유센터(Center for Civil Liberties‧CCL) 대표가 8일(현지시간) 단체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 우크라이나 시민자유센터(Center for Civil Liberties‧CCL) 대표가 8일(현지시간) 단체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공동 수상 단체인 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알의 얀 라친스키 이사회 의장도 전날인 7일 “우울한 시대에 도덕적 힘을 얻었다”며 “이 상은 러시아에서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모든 이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들이 노벨평화상 수상 축하 행사를 여는 대신, 모스크바 법원에서의 공판을 마치고 길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와의 일방적인 싸움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메모리알은 지난 1987년 당시 소련에서 설립된 인권단체로, 소련 붕괴 이후에도 러시아의 정치적 탄압과 전쟁 범죄를 기록하며 인권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왔다.

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알(Memorial)의 얀 라친스키 이사회 의장과 이사회 소속 올레그 오를로프가 7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의 법원 공판이 끝나고 길거리에서 기자들을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알(Memorial)의 얀 라친스키 이사회 의장과 이사회 소속 올레그 오를로프가 7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의 법원 공판이 끝나고 길거리에서 기자들을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개인 자격으로 수상한 벨라루스의 인권 운동가 비알리아츠키는 1980년대 중반부터 민주화 운동을 시작했으며, 지난 2020년 대선 선거 부정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에서도 활동했다. 지난해 탈세 혐의로 체포돼 재판 없이 구금된 상태다. 벨라루스의 야권 지도자 스비아틀라나 치하누스카야는 “비알리아츠키가 평생 벨라루스 국민의 인권을 위해 활동했다는 점에서 그의 수상이 자랑스럽다. 이를 계기로 세계가 벨라루스에 있는 1350명의 정치범에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벨라루스 당국은 비알리아츠키에게 탈세 혐의에 이어 최근 해외 불법 송금 혐의를 추가했다.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고 12년 형을 받게 된다. 노벨위원회는 “그가 노벨평화상을 직접 받으러 올 수 있게 석방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번 수상자 결정에 대해 “이들은 전쟁범죄‧인권침해‧권력남용을 기록하는 데 현저한 노력을 해왔으며,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사회의 중요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7일(현지시간)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벨라루스의 인권 운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 2011년 11월 24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재판에서 알레스 비알리아츠키가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벨라루스의 인권 운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 2011년 11월 24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재판에서 알레스 비알리아츠키가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을 통해 “수많은 사람이 독재 정권 아래에서 고통을 겪지만, 이에 맞서는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번 노벨평화상은 러시아‧벨라루스‧우크라이나에서 그런 활동을 한 이들에게 돌아갔다”고 평가했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70세 생일을 맞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강한 질책”이라고 했다.

하지만 노벨평화상 수상자와 단체가 소속된 국가 세 곳은 모두 노벨위원회의 선정 기준에 불만을 터뜨렸다. 아나톨리 글라스 벨라루스 외무부 대변인은 “최근 노벨위원회의 정치적인 결정은 알프레드 노벨도 놀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발레리 파데예프 러시아 인권위원회(HRC) 위원장도 타스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수상 결정으로 노벨위원회는 완전히 신뢰를 잃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은 7일 트위터에 “어떻게 세 번째 수상자(우크라이나)의 나라를 공격한 두 나라(러시아‧벨라루스)의 대표가 함께 수상할 수 있나”면서 “노벨위원회는 평화에 대한 흥미로운 시각을 가졌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다만 수상자인 마트비추크 CCL 대표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인권단체와의 연대를 촉구했다고 NYT는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동북부 하르키우주 이지움을 방문해 군인들을 격려했다.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동북부 하르키우주 이지움을 방문해 군인들을 격려했다. AFP=연합뉴스

한편, 영국 타임지 등에서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수상은 불발됐다. 앞서 댄 스미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장은 “노벨평화상은 분쟁을 종식한 인물에 수여해왔다는 점에서 전쟁을 지휘하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수상할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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