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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세계화'에…최근 10년 수출증가율, 경제성장률 밑돌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2일 수출입 화물을 실은 컨테이너선이 부산항으로 입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수출입 화물을 실은 컨테이너선이 부산항으로 입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십년간 이어진 '세계화'가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가운데, 한국의 수출 환경도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이전과 달리 최근 10년간 수출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은 미국·중국 갈등 등으로 교역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성장률 유지를 위한 민간 소비 활성화를 주문했다.

산업연은 25일 이러한 내용의 '제2차 세계화의 종언과 한국경제'(강두용 선임연구위원)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반세기 이상 지속한 세계 GDP(국내총생산) 대비 교역 비율의 상승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멸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내세운 글로벌 전략인 '신(新) 워싱턴 컨센서스'가 사실상 세계화 종료를 선언했다고 짚었다. 컨센서스가 자국 우선 산업정책을 첫 번째 의제로 내세우는 등 선진국의 보호주의적 경향이 강화되는 추세다.

세계화 종료 기조 속에 한국의 수출주도형 성장도 끝나가는 양상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으로 최근 10년간(2013~2022년) 세계 교역의 연평균 증가율은 3.1%로 금융위기 이전인 1990~2007년(7%)과 비교해 절반 아래로 둔화했다.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같은 기간 12.9%에서 2.8%로 떨어지면서 그보다 훨씬 큰 낙폭을 보였다.

한때 경제성장률을 두 배 이상 웃돌았던 수출증가율의 질주는 흘러간 이야기가 됐다. 산업연이 한국은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2013년 1분기~2023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2.45%로 수출증가율(2.43%)을 소폭 앞질렀다. 그나마 수출 전선을 견인해준 코로나19 특수를 뺀 2013~2019년으로 범위를 좁히면 둘의 격차는 거의 1%포인트로 더 벌어진다. 경제성장률 6.32%, 수출증가율 13.18%였던 1990~2007년과는 완전히 달라진 수치다. 수출증가율이 경제성장률에 못 미치는 만큼 더 이상 수출주도형 성장이라 부를 수 없는 셈이다. 또한 수출 부진은 제조업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제조업 성장률과 경제성장률의 관계도 최근 10년간 함께 뒤집어졌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산업연은 향후 세계 교역 환경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특히 격화되는 미·중 갈등이 세계 경제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이어지면 글로벌 경제·교역 침체가 가속할 거란 전망이다. IMF는 전면적 디커플링의 경우 세계 GDP가 최대 7%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중과의 교역 비중이 높고, 중간재 수출이 많은 한국은 매우 큰 충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짧게는 수년, 길게는 10여년 간의 각국 대응이 세계화 종료 이후 교역 환경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꼽혔다. 보고서는 세계 8대 교역 대국인 한국이 비슷한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과 손잡고 개방적·비차별적 교역 환경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부적인 변화 노력도 필수적이다. 수출의 성장 기여도 하락을 보전하기 위한 내수 활성화가 대안으로 꼽혔다. 다른 선진국보다 GDP에서 민간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유의미하게 낮은 만큼 향후 소비가 증가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민간 소비 비중은 48.4%로 미국(68.2%), 일본(53.5%), 유럽연합(EU·52.3%)보다 아래였다.

강두용 산업연 선임연구위원은 "세계화 종언 이후 한국 경제는 민간 소비와 수출이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나눠 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민간 소비 활성화가 필요하다"면서 "경제 역동성을 유지하려면 수출의 중요성도 크다. 새로운 상품·시장 발굴 등 수출 증가세를 유지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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