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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 화장실 살인" 예고에 출동한 경찰, 여학생에 "들어가봐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소셜미디어(SNS) 글을 올린 네티즌이 붙잡힌 가운데, 현장에 출동한 경찰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자화장실이라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수색을 부탁한 정황이 뒤늦게 드러나면서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송파구에 거주 중인 20대 남성 A씨를 조사 중이다.

앞서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21일 새벽 SNS에 ‘막무가내 살인을 하겠다’며 지난 2016년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을 언급한 게시글이 올라왔다는 신고를 받고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캠퍼스에 출동했다.

경찰은 학교 내부와 주변을 수색한 뒤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으며, 이후 A씨의 신원을 파악해 사건을 거주지 관할인 송파경찰서로 넘겼다.

그러나 경찰이 현장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지나가던 여학생들에게 “화장실에 누가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졌다.

학생이 화장실을 살펴보는 사이 경찰 세 명은 문밖에 서 있었다고 한다. 학생이 “아무도 없다”고 말하자 경찰들은 별다른 설명 없이 고맙다는 인사 후 현장을 떠났다. 이같은 부탁을 받은 학생은 모두 3명이었다고 한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살인 예고 글. KBS 방송화면 캡처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살인 예고 글. KBS 방송화면 캡처

부탁을 받은 학생 중 한 명은 SBS와 인터뷰에서 “몰카(불법촬영 카메라) 같은 거 확인해 달라는 말씀인 줄 알고 가볍게 응했던 것”이라며 “나중에야 친구들로부터 살인 예고 글이 올라와 경찰이 출동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빠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학생도 “정말 큰일 날 뻔한 일이었는데 왜 저한테 그런 일을 시키시는지 좀 많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경찰 측은 수색해야 할 숙대 내 건물이 36개에 달하고, 여경이 도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자화장실 수색을 위해 불가피하게 부탁을 했다는 입장이다. 또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에 대한 징계는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시간이 촉박해 수색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남경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면 인권 침해 소지가 있어 부득이하게 대처한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화장실 문을 손으로 밀어주면서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고, 부탁하면서도 준비는 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런 부분을 알려줬어야 했는데 세심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출동한 경찰관들에게도 주의를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행법상 경찰관은 사람에 대한 위해를 막기 위해서라면 화장실을 포함해 공개된 장소에 출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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