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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美에 무단전송"…페북 메타, 유럽서 1.7조 과징금 폭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Meta)가 유럽연합(EU)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역대 최대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메타는 즉각 “부당하고 불필요한 과징금에 대해 항소하겠다”며 “법원을 통해 집행정지를 신청하겠다”고 맞섰다.

페이스북과 메타의 로고가 노트북 키보드 위에 놓여 있는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페이스북과 메타의 로고가 노트북 키보드 위에 놓여 있는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DPC)는 메타가 유럽의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미국으로 전송하는 과정에서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을 위반했다면서 과징금 12억 유로(약 1조7000억원)를 부과했다. 또 유럽 페이스북 사용자의 데이터를 미국으로 전송하는 것도 중단하고, 이미 전송된 데이터는 6개월 이내에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아일랜드 당국이 EU의 27개 회원국을 대표해 메타에 대한 제재에 나선 것은, 메타의 유럽 본부가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과징금 액수는 EU 내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부과된 것 중 역대 최고액이다. 2021년 룩셈부르크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 부과한 7억4600만 유로(약 1조600억원)의 1.5배가 넘는 금액이다. 다만 2019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가 개인정보 침해 혐의로 메타에 부과한 벌금 50억 달러(약 6조5600억원)보다는 규모가 작다.

DPC의 이번 결정은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이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내용을 근거로 한 오스트리아 개인정보 보호 활동가 막스 슈렘스의 제소에 따른 것이다. 슈렘스는 페이스북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유럽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미국으로 전송할 때 개인정보를 제대로 보호하고 있지 않다면서 2013년 제소했다.

앞서 지난 2020년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미국 정부의 개인정보 감시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EU와 미국 간 데이터 전송 합의가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후 미국과 EU는 지난해 국경을 초월한 데이터 전송을 위한 새로운 틀을 마련하고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아직 발효되지 않아 ‘제도적 공백’ 상태가 이어져왔다.

이번에 DPC는 메타가 ECJ의 무효 판결 이후에도 유럽 내 페이스북 사용자의 방대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미국에 전송한 점을 문제 삼았다. 메타의 증권 문서에 따르면, 유럽 내 페이스북 사용자는 2억5500만 명 이상이며 메타의 유럽 지역 매출은 전체 매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안드레아 옐리네크 EU 개인정보보호규제위원장은 “페이스북은 유럽에 엄청난 사용자를 두고 있기 때문에 전송되는 개인 데이터의 양이 방대하다”면서 “전례 없는 규모의 과징금은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가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강력한 신호”라고 말했다.

하지만 메타는 데이터 전송을 중단하면 유럽에서 페이스북 서비스를 운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DPC의 결정 직후 메타는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결함이 있고 부당하며 EU와 미국 간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수많은 다른 회사에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며 항소의 뜻을 밝혔다. 이어 법원을 통해 집행정지를 신청하겠다고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타가 과징금 부과 기한이 도래하기 전에 미국과 EU간 새로운 데이터 개인정보보호 협정이 발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타의 글로벌 이슈 담당 사장인 닉 클레그는 “이행 마감일 전에 협정이 발효된다면 우리는 현재와 같은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 연합 국기 위에 메타 로고가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 연합 국기 위에 메타 로고가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DPC의 이번 과징금 부과 결정이 당장은 페이스북에만 적용되지만, 향후 미국에서 유럽인의 데이터에 접근하거나 저장하는 수천 개의 다국적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이들 기업은 이번 결정으로 언제든지 EU의 개인 정보보호 조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WSJ는 (DPC 결정 이후) 메타뿐 아니라 수많은 빅테크 기업이 미국 정부에 “유럽인의 정보를 전송할 수 있게 하는 협상을 조속히 완료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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