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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물·불, 동북아 삼위일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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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안나 성형외과 전문의·서점 ‘채그로’ 대표

이안나 성형외과 전문의·서점 ‘채그로’ 대표

일본어와 한국어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같은 뿌리에서 나온 다른 꽃’으로 한반도와 일본 문화 해석을 시도한 책이 있다. 『풍·수·화-한·중·일 문명비평서』다. 저자인 김용운 박사(1927∼2020)는 수학자지만, 언어학자·역사학자로서도 많은 저서를 남겼다. 나당 연합군과 백제·왜 연합군 간 AD 663년 백강전투가 한·중·일 3국을 지금의 형태로 결정짓게 된 큰 사건이었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또 역사기록과 한·중·일 고대언어 분석을 통해 현재의 한국어는 신라어에, 일본어는 백제어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주장한다.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책은 한·중·일 3국에 대해 3색의 원형을 제시했다. 대륙과 해양문화가 만나 신바람을 만들어내는 한국은 바람(風), 문화의 흡수융화가 일어나는 중국은 물(水), 섬 탈출을 꿈꾸는 대륙 콤플렉스의 일본은 호전적인 불(火)이란 해석이다. 민족의 ‘원형’은 민족역사의 초기에 형성된 민족의 ‘성격’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의 ‘문화전달자’이자 집단기억의 복제자 개념이다.

같은 뿌리가 다르게 발전한 세 나라의 비교도 흥미롭다. 유교 문화만 보더라도, 한국은 ‘옳고 그름’이 중요한 유교 원리주의적이다. 반면 중국은 이익이 우선시되는 현실주의적 성향, 일본은 승자를 추종하고 중시하는 대세주의적 성향으로 자리 잡았다. 시간관도 직선으로 흐르는 일본, 원으로 순환하는 한국 등으로 다르다.

책은 지정학 때문에 겪었던 역사 갈등이 지피지기를 통해 지정학의 축복이 되는 방법론을 제안한다. 동북아 신삼국시대에 한국주도의 ‘골든 밸런스(golden balance)’다. 형제 유전자를 지닌 미국과 영국이 ‘다름과 같음’으로 번영했듯이 말이다. 근대 세계에서 서구 여러 나라는 같은 뿌리를 기반으로 해 ‘따로 또 같이’ 문명을 꽃 피웠다. 많이 달라 보이지만 같은 뿌리의 한·중·일이 미래 동북아 세계에서 삼위일체로 함께 번영하는 비전을 저자는 우리에게 선물하고 있다.

이안나 성형외과 전문의·서점 ‘채그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