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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숲 공익가치 221조…G8 한국의 전략자산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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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백우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백우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 숲의 온실가스 흡수·저장 가치는 2014년 기준 4조9000억원에서 2018년 기준 75조6000억원으로 급상승(공익가치 총 221조원, 산림청 통계)했다. 숲의 생물 다양성, 미세먼지 완화 등의 가치도 유사하다. 이러한 숲의 가치 재평가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며, 정치·경제적 국가 역량(state capacity)의 문제로 격상하고 있다.

2020년대 숲은 생존·번영·영속의 희망으로 전 지구적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수단과 목적으로서 천문학적인 부가가치를 지닌다. 이제 숲은 생과 사의 문제다.

숲은 희소한 자원으로서 정치화·안보화 되어 가까운 미래에 전략 자산(strategic asset)과 같은 위상을 지니게 될 것이다. 숲이 있는 지역·국가는 유리한 국가 역량의 기반을 갖춘 셈이다.

탄소흡수·저장을 둘러싼 세계 주요국들의 경쟁은 긍정적 의미의 숲(땅) 따먹기 ‘블루마블(blue marble)’ 게임을 연상시킨다. 소위 하드파워(hard power) 외교의 한 영역으로 부상했다. 소프트파워(soft power) 외교 포트폴리오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부여받은 숲은, 글로벌중견 선진국으로 정점에 다다르고 있는 한국에 절실하게 필요하다.

현재 한국의 4대 국가브랜드·이미지는 경제발전, 민주주의, 과학기술,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형성되었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충족시키고 인정받았지만 가장 크게 결여된 분야는 자연이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국가 위상은 G7의 확장을 가정할 때 가장 먼저 G8으로 참여를 기대할 정도로 상승했다. 그러나 G8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G7 국가들이 갖지 못한 또 하나의 국가브랜드, 국가 역량이 필수적이다.

소프트파워에서 숲은 이를 보완하는 가장 긍정적이고 생산적이며 평화적인 사물이다. 국제 사회에서 ‘숲’을 언급할 때 한국을 떠올린다면, 우리나라가 속한 인도 태평양을 넘어 유럽 대서양, 그리고 대다수의 지역에서 한국의 국가브랜드로서 작용할 것이다. 숲의 소프트파워는 앞서 언급한 숲의 정치·경제적 하드파워와 밀고 끌어주는 선순환의 화학적 결합, 혼합 국가 전략으로 나아간다.

숲 외교는 숲을 위한(for), 숲을 통한(through), 숲을 수단으로 한(by) 외교 행위다. 글로벌 중추 국가 한국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숲 외교를 구체적으로 실행할 시공간에 위치했다. 군사안보가 경제안보, 과학기술안보, 환경안보와 결합·통합돼 가는 복합안보, 초연결의 시대에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양 측면에서 전략자산이 되는 것이 숲이다. 이제, 숲을 새롭게 바라볼 때다.

백우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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