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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엔지니어링의 날, 에너지 기술 글로벌 선도기업에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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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윤지웅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윤지웅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오는 6월 3일은 올해로 20돌을 맞은 엔지니어링의 날이다.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기여한 엔지니어링의 업적을 기리고 엔지니어링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제정됐다. 엔지니어링은 대표적인 지식 집약적 산업이다. 엔지니어의 창의성과 축적된 경험이 핵심 경쟁력으로 이어져 양질의 고급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 2018년 국내 고용유발계수도 엔지니어링 산업은 10억원당 11명으로 우리나라 전 산업 평균 8명보다 높다. 하지만 글로벌 엔지니어링 산업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은 아직 미약하다. 고부가가치 영역을 선점한 선진국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등 후발국으로 시장이 양분되면서, 1600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시장에서 대한민국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1% 정도에 그친다. 정부도 위기감을 갖고 2020년 관계부처 합동으로 ‘엔지니어링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하고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에너지 분야의 세계적인 종합 엔지니어링 기업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한국전력기술(이하 한전기술)이 바로 그 기업이다. 1975년 설립된 한전기술은 원자력 분야 엔지니어링 기술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한국형 APR1400을 턴키방식으로 수출하는 쾌거로 이어졌다. 최근 3월에는 한전기술의 APR1000 모델이 유럽의 까다로운 안전성 기준을 통과하면서, 해외 경쟁 노형 대비 최고 수준의 요건을 획득했다. 원전 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이 오랜 운영 노하우와 관리 경험으로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으나, 원전 설계기술 분야에서도 선도적 위치로 가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실력을 높여 온 엔지니어들이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다시 도전과 기회의 변곡점에 이르렀다. 에너지 안보 위기 속에 주요 선진국들이 점점 자국 에너지 기술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1년 러시아발 천연가스 대란으로 고생한 유럽 각국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원자력에 대한 적극적인 수요를 표출하고 있다. 나아가 소형모듈원자로(SMR)는 전략기술로 선정돼 미래 에너지산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매김을 시도 중이다. 이러한 대내외 환경 변화를 감지한 한전기술은 글로벌 종합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특히 최근 노사 공동 비전 선포식을 통해 그간 탈원전으로 무너진 산업생태계를 복원하고자 하는 노력은 다른 산업 분야에 귀감이 될 만하다. 아무쪼록 대한민국에도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윤지웅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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