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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디지털 문명 시대를 열어나갈 부산엑스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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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교수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교수

2020년 1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가 시행되었고 인류는 생존을 위해 강제로 디지털 문명으로 이동했다. ‘친구에게 급하게 5만원을 송금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면 우리 국민 중 열에 여덟은 무의식 중에 스마트폰을 열고 은행 앱이나 카카오페이를 활용해 이를 해결한다. 그런데 이 뱅킹 앱들은 땅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 인지과학자들은 그래서 인간의 생활공간과 인지공간이 땅 위를 벗어나 가상의 디지털 신대륙으로 확장됐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디지털 원주민인 MZ세대는 이전부터 디지털 신대륙에서 생활 중이었다. 이들에겐 국경도, 언어 장벽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MZ세대가 즐기는 디지털 신대륙의 대중문화를 데이터로 보면 대한민국은 이미 초강대국이다.

2022년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은 시청 시간을 기록한 100개의 작품을 보면 1위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무려 15개가 한국 드라마다. K-팝(pop)의 위력은 여전하고 우리의 웹툰 플랫폼은 세계 100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연봉 세계 100위권 내 프로게이머 중 50% 이상이 한국인일 정도로 e-스포츠에서의 한국 파워도 막강하다.

최근에는 그 인기가 식품산업으로 번져 K-푸드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다고 한다. 검은 반도체로 불리는 김은 우리나라 농산물 수출 1위 품목으로 올라섰고, 라면은 MZ세대의 소울푸드가 되었다.

국경 없이 콘텐트를 즐기고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스마트폰 속 메타 세상에서 생활하는 전 세계 MZ세대에게는 한국은 매우 친근한 선진국 중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디지털 신대륙의 소비문화 특징은 한마디로 팬덤 경제라고 할 수 있다. TV 광고나 자본의 거대한 힘으로 파는 것이 아니라 한번 경험한 사람들이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너도 꼭 해봐야 해’라고 추천하면서 소비 대폭발을 촉진하는 것이다. 지금 메타 세상에서 살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생활하는 MZ세대가 어림잡아 10억 명이다. 세계박람회가 열리는 2030년이면 가볍게 20억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은 예로부터 새로운 문화를 쉽게 흡수하고 그걸 또 우리다운 것으로 잘 만들어 뿜어내는 신비한 능력을 갖춘 도시다. 코로나 이후 인류가 이동한 디지털 신대륙, 디지털 신문명에서 펼쳐지는 엑스포가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펼쳐진다는 것은 땅 위를 벗어나 인류가 새로운 메타 세상으로 함께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을 수 있다.

MZ세대가 사는 메타 세계에서 K-컬처를 만들어낸 대한민국이 부산엑스포를 통해 땅과 디지털 신대륙의 미래를 연결하는 멋진 디딤돌 역할을 해내길 기대해본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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