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심심해, 때릴래"…더글로리 능가한 '노는 애들' 고문급 폭력

중앙일보

입력

학교폭력 그래픽 이미지

학교폭력 그래픽 이미지

머리카락을 라이터로 태웠다. 속옷만 입게 한 뒤 동영상을 촬영하고 담뱃불로 손등을 지졌다. 옥상 난간에 세워 떨어뜨려 버린다고 협박했다. 학교폭력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 나오는 장면이 아니다. 2006년생 등 울산에서 이른바 '노는 애들'이라는 10대 청소년이 또래에게 저지른 폭력 행위 일부다.

울산지법은 최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양(17)에게 장기 4년 단기 3년형을,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양(17)에겐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또래 2명 등은 가정법원 소년부로 사건을 송치했다. 재판부는 A양에 대해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난폭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잊기 어려운 상처를 남겼다"라고 밝혔다. 판결문과 검찰 공소사실을 통해 이들 10대 폭력 행위를 재구성했다.

PC방·아파트 옥상…"피보면 기분 좋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 파트2 스틸컷. 중앙포토

넷플릭스 ‘더 글로리’ 파트2 스틸컷. 중앙포토

2021년 2월 울산시내 한 피시방 옥상. A양과 또래 친구 10여명이 담배를 피우며 C양(당시 만 14세) 주변에 모였다. 자신들을 험담한 한 C양을 혼내기 위해서였다. A양 등은 돌아가면서 손찌검을 하기 시작했다. 뺨을 수십차례 때리고, 발과 주먹으로 폭행했다. 영화나 드라마 속 악역이 할만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씹고 있던 껌을 머리카락에 붙이고, 담뱃재를 머리에 털었다. 피우던 담배로 왼쪽 손등을 지지기도 했다. C양이 코피를 흘리자 "나는 피를 보면 기분이 좋다"라며 머리카락을 움켜잡은 채 끌고 다녔다. 폭행 강도는 더 세졌다. 옥상 난간에 C양을 세운 뒤 "떨어뜨려 줄까?"하고 위협하고, 라이터로 머리카락을 잡아 태웠다. 상의를 강제로 벗겨 함께 있던 남자 청소년들에게 성폭행을 제안하기까지 했다.

울산지검 전경. 김윤호 기자

울산지검 전경. 김윤호 기자

A양 등 범행은 한명만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 이번엔 당시 16살인 D양을 타깃으로 삼았다. 평소 거짓말을 하고 험담한다는 걸 트집 잡았다. A양 등 5명은 같은 해 2월 울산의 한 아파트 옥상으로 D양을 불러내 얼굴 등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찼다.

이들 행각은 이렇게 끝이 나는 듯했다. A양이 또래에게 행사한 폭력으로 소년 보호처분을 받아 소년원에 가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말쯤 임시퇴원(가석방)했고, 다시 A양을 중심으로 한 비행이 시작됐다.

모텔에서 "심심해 나도 때릴래" 
소년원을 다녀온 뒤 A양 등 범행은 더 폭력적이었다. 지난해 7월쯤 A양 등 3명은 평소 알고 지낸 15살 E양을 불렀다. 같이 다니는 친구에게 겁을 줬다는 등 이유였다. 이번엔 옥상이 아니라 모텔로 데려갔다. A양 친구들이 먼저 주먹을 휘둘렀다. "우는 것을 보고 싶다"면서 뺨을 때리고 허벅지를 발로 찼다. A양이 "심심하다. 나도 때릴래"라고 나섰다. 옷걸이로 눈 부위 찌르고, 화장실에 데려가 담배꽁초가 들어있는 세면대에 물을 받아 머리를 찍어눌렀다. 무릎 꿇게 한 뒤 샤워기로 물을 뿌리기도 했다. 고문 현장이 따로 없었다. 옷을 벗긴 뒤 휴대전화로 속옷만 입은 E양 전신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인스타그램 등에 올렸다.

이들은 또 길에서 주운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길에서 처음 본 사람에게 시비를 걸어 폭행을 일삼기도 했다. 20대 30대 어른들과도 "XX 년아, XX 새끼"라고 욕설을 하며 맞붙었다.

해당 판결에 대해 검찰과 A양 측 모두 '양형 부당'을 주장하며 항소했다. 검찰 측은 "2년여에 걸친 범행으로, 피해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힌 점 등을 고려해 죄에 상응하는 선고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