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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건물 킬러 흰개미오늘 범정부 합동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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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주택에서 발견된 흰개미. 날개가 있는 개체(왼쪽 사진)는 결혼 비행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환경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주택에서 발견된 흰개미. 날개가 있는 개체(왼쪽 사진)는 결혼 비행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환경부]

최근 서울 강남구 주택가에서 발견된 흰개미가 국내에서는 처음 발견된 외래종 마른나무 흰개미과(Kalotermitidae) 크립토털미스속(Cryptotermes) 흰개미로 밝혀졌다.

환경부는 이 흰개미의 위험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농림축산검역본부, 산림청 등 유관기관과 공동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관계자는 21일 “침입 경로를 확인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22일 현장에서 범부처 합동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크립토털미스속 흰개미는 땅이 아닌 나무 속에 서식지를 만드는 종으로 악명이 높다. 호주에서는 이들로 인해 목조건물 붕괴 사고도 발생했다. 주로 아열대 지역에서 서식하는 마른나무 흰개미의 북방한계는 1월 평균온도 10도 선이다. 올 1월 국내 날씨가 따뜻했고, 기후 변화로 겨울이 짧아져 이들이 국내에서 살아남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흰개미는 날개가 달린 상태여서 이미 군락지를 형성하고 결혼 비행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도 마른나무 흰개미와의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번 발견에 촉각을 곤두세운 쪽은 문화재청이다. 국내에 서식하던 흰개미가 팔만대장경(경남 합천 해인사 소장) 경판을 갉아먹는 일이 발생한 일이 있어, 문화재청은 1973년부터 흰개미 피해 방제를 해왔다.

흰개미는 벌목에 속하는 개미와 달리 바퀴목에 속한다. 과학계는 흰개미를 ‘바퀴벌레의 사촌’ 정도로 본다. 바퀴벌레와 함께 약 2억년 전 고생대부터 지금까지 진화 없이 살아남은 지구의 터줏대감이라는 얘기다. 흰개미는 생존력뿐만 아니라 활동 영역도 가공할 만하다.

실제로 영국 전체 면적에 육박하는 23만㎢ 규모의 흰개미 군락지가 브라질 북부에서 발견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2018년 11월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브라질 북부 카팅가 관목 지대에서 2~4m 높이, 9m 너비에 이르는 언덕 2억 개(추산)가 발견됐다. 이는 흰개미들이 땅을 파며 쌓은 흙으로 생긴 것이며, 그 땅속에는 터널로 연결된 거대 흰개미 왕국이 존재했다.

연구진 조사 결과, 가장 오래된 언덕은 382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요컨대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가 만들어지던 시기부터 흰개미들이 수천 년에 걸쳐 흙 언덕을 쌓았다는 얘기다. 그 분량은 기자 피라미드 4000개를 지을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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