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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덕연에 파텍필립 받은 투자자 압색…범죄수익 정조준 한 檢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發) 시세조종 및 주가폭락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거액 투자자 중 일부가 주가조작 일당의 범죄수익 은닉 창구로 활용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 합수1팀(팀장 이승학)은 19일 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라덕연(42·구속) R투자자문사 대표 일당을 통해 거액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뒤 라 대표로부터 페라리 등 고가의 외제차와 파텍필립·바쉐론콘스탄틴 등 개당 수억원에 달하는 고급 시계 여러 점을 받아낸 투자자 진모(42)씨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압수물 대부분을 확보했지만, 차량의 경우 진씨가 이미 처분해 추가로 추적할 계획이라고 한다. 검찰은 진씨 외에도 범죄수익 은닉처로 의심되는 관련자의 주거지·사무실 여러 곳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으로 체포된 라덕연 R투자자문사 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으로 체포된 라덕연 R투자자문사 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라 대표 등이 투자 손실을 메워주겠다는 명목으로 일부 거액 투자자에게 자신의 재산을 건넨 것도 범죄수익은닉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수사망을 넓혀 왔다. 검찰은 라 대표 등이 데이비드 호크니, 알렉스 카츠, 에텔 아드난, 김창열 등 최대 수억원에 달하는 유명 작가의 그림을 투자수익 수수료 세탁 창구로 활용한 것으로 판단, 이날 이들 그림을 전시 중인 서울 신사동 N갤러리와 이 갤러리 대표의 자택도 압수수색해 그림 10여점을 압수했다.

라 대표 일당은 투자자들로부터 신분증을 받아 차명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투자일임업을 하면서 투자 수익의 절반을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 챙겼다는 혐의(자본시장법상 무등록 투자일임업)를 받는다. 수수료를 측근 명의의 법인 계좌에 송금하도록 해 세금을 회피한 혐의(조세포탈)도 있다. 이 밖에도 검찰은 라 대표 일당이 지난해 4월부터 주가폭락 전까지 투자자 계좌 116개를 이용해 1200여회에 걸쳐 474억원어치의 주식을 통정매매한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통정매매란 매수·매도자가 서로 짜고 미리 정한 가격에 거래하는 행위로, 한 투자자 명의로 시세보다 비싼 값에 주식을 매수하면 동시에 다른 투자자 명의로 오른 가격에 매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띄우는 방식이다. 이들은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도 물량을 빨아들이는 이른바 ‘물량 소진’ 방식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11일 발부된 라 대표의 구속영장에 적시(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됐다고 한다.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라덕연 투자자문업체 대표 측근 프로골퍼 출신 안모씨가 12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라덕연 투자자문업체 대표 측근 프로골퍼 출신 안모씨가 12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검찰은 라 대표 일당이 이 같은 시세조종 행위로 벌어들인 돈이 2642억원,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1321억원을 투자자들로부터 수수료로 받아 챙긴 것으로 보고 지난 17일 라 대표의 부동산, 예금, 주식, 암호화폐, 법인 명의의 부동산, 사무실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 등 재산을 추징보전했다. 라 대표는 이러한 재산 대부분을 12곳의 법인 명의로 소유해 왔는데, 특히 이번에 추징보전한 부동산 68건 중 대다수는 라 대표 일당 중 한 명인 프로골퍼 출신 안모(33·구속)씨가 등기임원인 승마리조트 회사 소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검찰은 시세조종 의심 종목 중 하나인 다우데이터 지분을 주가폭락 직전 대량 매도했단 의혹을 받는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 수사엔 여전히 미온적이다. 주가조작 일당 중 한 명인 A씨가 김 전 회장의 아들인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이지만, 검찰은 이날 현재까지 김 전 회장 등을 피의자로 입건하지 않았다. 김 전 회장과 키움증권 등에 대해선 한 차례의 압수수색도 없었다. 그 사이 김 전 회장은 전직 검사장 출신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수사에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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