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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위험 높은 '무늬만 방탄복'…100억원 주고 5만벌 산 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3월 20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의 한 국가중요시설에서 육군 장병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20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의 한 국가중요시설에서 육군 장병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 장병들이 사용중인 방탄복 4만9000여벌 중 대부분이 성능이 기준에 못 미쳐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18일 감사원이 공개한 ‘장병 복무여건 개선 추진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2021년 12월 A군수업체로부터 방탄복 5만6280벌, 107억7800만원어치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는 방탄복 납품 계약을 맺은 A업체가 성능시험을 하는 특정 부위에 방탄 소재를 추가로 덧댄 사실을 알고도 지난해 2월 덧댄 방탄복을 제작하도록 승인했다. 또 이 사실을 시험기관에 알리지 않아 덧댄 부위에 사격시험을 하면서 성능 기준이 충족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기연은 지난해 5월 A업체가 방탄 소재를 덧대 방탄복의 성능을 조작하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취약한 중앙 부위는 제외하고 덧댄 부위 경계 등으로 사격 위치를 조정해 방탄복을 시험한 후 방탄성능을 충족한다고 판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감사원이 A업체가 납품한 방탄복을 대상으로 덧대지 않은 부분까지 시험해보니 일부 방탄복이 중앙 부위에서 후면변형량 허용기준(44㎜)을 초과하는 등 피격 시 사망확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는 방탄복 전면의 30%를 차지하는 세폭직물에 대한 적외선 반사율 관련 성능 기준 없이 국방규격을 제정하고 적외선 반사 기능이 없는 세폭직물로 구성된 방탄복을 보급해 야간 위장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품질보증 업무를 소홀히 해 ‘성능미달’ 방탄복이 군에 보급됐다”고 지적했다. 또 해당 방탄복은 외피 원단에 세폭직물이 줄처럼 식별돼 야간 위장능력이 떨어졌고, 착용할 경우 표적화 가능성이 커져 야간 작전 환경에서의 안전이 담보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감사원은 방사청에 A업체에 대해 입찰 자격을 제한하고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담당 연구원 2명에 대해 징계 처분하라고 기관에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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