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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 안들린 개 번식장 왜…농장주가 50마리 성대 없애버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개·고양이 1256마리를 굶겨 죽인 ‘양평 고물상 동물학대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고물상 주인 이모(67)씨에게 동물 처리를 맡긴 번식 농장주 등 32명을 붙잡아 17일 불구속 송치했다.

경기 양평군 자택에서 개 수백 마리를 굶겨 죽인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구속된 이모(67)씨는 지난 11일 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동물권단체 케어 제공=연합뉴스

경기 양평군 자택에서 개 수백 마리를 굶겨 죽인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구속된 이모(67)씨는 지난 11일 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동물권단체 케어 제공=연합뉴스

경기 양평경찰서에 따르면,농장주들은 2020년 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자신들이 번식 시킨 반려동물 중 나이가 들어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한 동물 등을 선별한 뒤 이씨에게 넘긴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를 받는다. 이 중 7명은 동물생산업 허가를 받지 않고 개 농장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60대 농장주 A씨의 경우 수의사 자격을 갖추지 않았는데도 개 50여 마리가 짖지 못하도록 직접 성대 제거 수술을 한 혐의(수의사법 위반)도 받고 있다.

인천·경기도·강원도 등에서 개 농장을 운영하는 이들은 상품 가치가 높은 동물들은 경매장에 팔고, 노령견 등 700여마리는 이씨에게 넘기며 한 마리당 1만원씩의 처리 비용을 지급했다. 비용은 주로 현금으로 지급했으며, 경기도 김포시와 남양주시, 인천 강화군 소재 경매장 인근에서 이씨와 만나 한번에 20~30마리씩 냉동 탑차에 실어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에게 넘겨진 개들은 밀폐된 냉동 탑차 안에 실린채 경기도 양평군 용문리에 있는 이씨의 고물상으로 향했다. 대부분은 고물상까지 가는 도중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냉동 탑차 안에서 이미 죽은 개들을 이씨가 물통에 쌓아뒀고, 이 때문에 고물상 주변에선 개가 짖는 소리를 들은 사람이 없었다”며 “이씨에게 개를 넘긴 농장주들이 이씨가 개를 키우려는 게 아니라 죽여서 처리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앞서 개와 고양이 등 동물에게 물과 먹이를 주지 않아 죽게 만든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이씨에 대해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1단독 박종현 판사는 지난 11일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에게 법정 최고형이 선고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씨는 지난달 18일 결심 공판에서 “장애 3급 아들의 치료비와 가족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본의 아닌 일을 했다”고 선처를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학대 내용과 그 정도, 개체 수, 피해 동물 고통 등을 고려할 때 죄책 매우 중해 엄벌을 피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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