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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 낙인' 납북귀환 어부…檢, 55년 만에 직권재심 신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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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끌려갔다 돌아왔지만 반공법 위반 혐의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어부들에 대해 검찰이 55년 만에 피해 회복에 나선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뉴스1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뉴스1

대검찰청은 16일 전국 5개 관할 검찰청에 납북귀환 어부 100명에 대해 직권재심 청구 절차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이 반공법위반·수산업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받은 납북귀환 어부에 대해 대규모로 직권재심을 청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납북귀환 어부는 어로작업을 하다 북한 경비정에 납치돼 북한에 체류하다 돌아온 사람들이다. 검찰의 직권재심 청구 대상은 1968년 10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동해에서 조업 중 북한에 억류돼 강제로 북한의 체제 선전 교육 등을 받은 후 1969년 5월 28일에 돌아온 이들이다. 귀환 어부 150명은 돌아온 후 구금돼 수사를 받았고 149명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1명은 재판 중 사망했다.

유죄를 받은 이들 중 17명에게는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고, 집행유예를 받은 132명도 3~7개월간 구금된 뒤 석방됐다.

검찰은 이들 중 당사자가 직접 재심을 청구한 40명과 지난해 검찰의 재심 청구로 무죄가 선고된 9명을 제외한 100명에 대해 재심 청구를 추진한다. 검찰은 남북 긴장과 체제 경쟁 속에서 납북귀환 어부들이 ‘빨갱이’라는 낙인까지 찍힌 피해자임을 강조하며 명예회복과 신속한 권리구제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논어의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잘못하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를 인용하며 “검찰의 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허물이 있을 수 있다. 어부들이 고령인 점을 고려해 신속한 명예 회복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춘삼 동해안 납북귀환 어부 피해자모임 대표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당시 납북귀환 어부를 간첩으로 조작하는 일에 있어 검찰은 방조자가 아니라 모든 것을 주도한 책임자였다”며 “검찰은 직권재심으로 자신들의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진실화해위의 권고대로 검찰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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