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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의혹만 더 키운 김남국 의원의 꼬리자르기식 탈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감찰 지시 이틀 만에 당 떠나 진상 조사 무력화

당도 말린 정황 없어 논란…신속한 수사만이 답

전방위로 확산 중인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코인 의혹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뒤늦게 윤리감찰을 지시하고 민주당이 자체 조사를 개시했지만, 진정성을 믿는 국민은 많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김 의원은 이틀 만인 14일 탈당했다. 민주당은 즉각 “탈당을 막을 방법이 없다”면서 감찰 중단을 선언했다. “공모가 아니냐”란 의심이 지나치지 않은, ‘꼬리 자르기’의 전형이다.

민주당은 당내의 각종 의혹을 덮는 ‘탈당’ 카드를 남발해 왔다. ‘검수완박’ 민형배 의원에 이어 ‘돈봉투 의혹’에 연관된 윤관석·이성만 의원과 송영길 직전 대표까지 사례가 이어져 왔다. 이런 마당에 의혹의 규모에선 이들을 능가하는 김 의원까지 탈당에 가세했다. “탈당이 면죄부용 만능 치트키냐”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민주당 진상조사단은 김 의원의 탈당 시점에 그가 게임업체들이 무상 배포한 코인을 수수한 사실을 파악한 상태였다고 한다. 김 의원 개인은 위기를 모면하고, 당도 ‘불편한 진실’을 피하는 데 서로 이해가 맞아떨어져 김 의원이 ‘위장 탈당’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을 지니는 배경이다. 김 의원도 탈당의 변에 “잠시 떠난다”고 적어 그런 의심을 스스로 부채질했다.

민주당 당규에 따르면 탈당자도 징계 사유 해당 여부와 징계 시효 완성 여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럴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김 의원 의혹이 당의 손을 떠났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김 의원에게 권고했던 코인 매각 이행 여부 역시 “확인하지 못했다. 본인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정확하다”면서 남의 일 쳐다보듯 하고 있다. 오죽하면 같은 민주당 중진 이원욱 의원이 “당원에게 사과 운운하며 대국민 책임은 피해 가는 꼼수 탈당”이라 비판하겠는가.

이재명 대표의 대응에도 의문점이 많다. 그는 김 의원 의혹이 터진 뒤에도 침묵만 지키다 당 지지율이 폭락 기미를 보이자 떠밀리듯 감찰을 지시했다. 그러자 김 의원이 이틀 만에 탈당해 감찰을 없던 일로 만들었는데도 이 대표가 이를 말리려고 노력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 이 대표 측근인 김 의원은 대선 때 위믹스 코인을 보유한 가운데 이재명 캠프 온라인 소통단장을 맡아 ‘이재명 펀드’를 출시했고  P2E게임 규제 완화를 논의하는 토론회까지 열었었다. 당시 대선후보였던 이 대표도 P2E 게임의 합법화를 주장했었다. 이 대표가 김 의원 의혹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이유를 궁금해 하는 이들이 적잖은 이유다.

‘김남국 코인 의혹’은 대장동 게이트, 돈봉투 의혹과 함께 민주당의 도덕적 위기를 상징한다. 검찰은 신속한 수사를 통해 의혹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 또 김 의원은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만으로도 의원직 수행에 어려움을 인정하고 자신의 거취를 숙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