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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돌아온 구제역, 해외 유입 가능성…축산물가 '경고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구제역이 4년4개월 만에 충북 청주 한우농가에서 발생해 방역당국이 초비상에 걸렸다. 지난 11일 오후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한 한우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구제역이 4년4개월 만에 충북 청주 한우농가에서 발생해 방역당국이 초비상에 걸렸다. 지난 11일 오후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한 한우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4년여 만에 발생한 구제역이 해외에서 유입됐을 거란 분석 결과가 나왔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백신으로 막을 수 있는 바이러스 유형이라고 정부는 진단했지만 추가 확산 가능성은 여전하다. 급속도로 구제역이 번지면 가뜩이나 고공행진 중인 먹거리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충북 청주 지역 한우 농장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 유전자를 분석했더니 캄보디아ㆍ라오스 등 동남아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98.8% 수준으로 유사(상동성)했다고 밝혔다. 2017년과 2019년 국내에서 번진 구제역 바이러스와 유전형은 같지만 상동성은 94.7~96.3%로 그보다 낮았다. 해외에서 유입된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검역본부 측은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면 이번 청주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다만 국내에서 사용 중인 백신이 바이러스를 막는 데 효과가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추가 실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2일까지 충북 청주 지역 농장 5곳이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엔 초동방역팀과 역학조사반을 파견했다. 방역팀은 사람ㆍ가축ㆍ차량의 농장 출입을 통제하고, 정밀검사ㆍ소독ㆍ역학조사 등 긴급 방역을 했다. 농장에서 사육 중인 한우는 모두 살(殺)처분에 들어갔다. 검역 당국은 구제역 발생 직후인 11일 0시부터 13일 0시까지 발령했던 농장ㆍ도축장ㆍ사료공장 등에 대한 일시이동 중지 명령도 연장하기로 했다.

청주 외 지역에서도 구제역 의심 사례가 나왔다. 농식품부는 이날 충북 증평군에 위치한 한우 농장 1곳에서 구제역 의심 증상이 확인돼 정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확진 판정을 받으면 구제역 발생 농가는 6곳으로 늘게 된다.

이번 구제역 바이러스가 국내에 보급된 백신으로 막을 수 있는 유형으로 드러났지만, 농식품부는 백신 효능이 떨어져 항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구제역에 걸린 소들은 모두 항체 형성률이 낮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백신을 접종한 뒤 재접종을 하기 전 항체가 없었던 시기에 구제역에 걸린 것 같다”며 “해당 농장이 백신 접종을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청주와 인근 7개 지역에서 사육하는 한우는 98만 마리다. 국내 한우 사육 두수(350만 마리)의 30%에 가깝다. 이곳을 중심으로 구제역 바이러스가 확산한다면 한우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구제역이 돼지로까지 번지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돼지는 소보다 사육 밀집도가 높다.

구제역이 크게 번진다면 소고기ㆍ돼지고기 유통에 차질이 생겨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소비가 늘어나는데, 일부 도매ㆍ유통상이 ‘사재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서다. 전국에서 소ㆍ돼지 348만 마리를 살처분한 2010~2011년 ‘구제역 파동’ 당시엔 돼지고깃값이 40% 이상 폭등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한우 소비자 가격은 100g당 1만3000~1만4000원대(안심 기준)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돼지고기 소비자 가격은 100g당 2500원대다. 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6월(100g당 2900원대)보다 많이 떨어졌다. 지난달 외식 물가가 전년 대비 7.6% 오르는 등 먹거리 물가가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 소고기ㆍ돼지고기 가격마저 들썩일 경우 서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정부는 백신 접종률이 90% 이상인 만큼 대규모 확산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제역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은 감염되지 않는다”며“구제역에 걸린 가축은 모두 살처분해 축산물로 시중 유통되지 않는 만큼 안심하고 소비해도 된다”고 말했다.

구제역(口蹄疫)

우제류(소·돼지·염소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가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병이다. 전염성이 높아 국내에선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감염된 동물은 입·혀·잇몸·코 등에 물집이 생기고 체온 상승과 식욕 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폐사한다. 국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건 2019년 1월 이후 4년 4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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