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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톡 스트레스…‘퇴톡금지법’ 언제 나오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김 대리~ 퇴근했지? 미안한데….’

오후 8시, 대기업 직장인 김모(31)씨의 카톡이 어김없이 울렸다. 카톡에선 상사의 추가 업무지시가 이어졌다. ‘부장님 급하신 일인가요?’(김씨)→‘잊어버릴까 봐 미리 보내 놓는 거예요’(부장) 등의 대화가 오갔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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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1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가끔 퇴근 후 상사의 카톡 업무지시에 화가 치밀 때가 있다”며 “상사가 ‘바쁘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라고는 하지만, 후폭풍이 두려워 대답을 안 할 수 없다. 난감하다”고 말했다.

밤낮 모르고 울려대는 카톡에 갈등을 빚는 사례도 다수다. 중견기업 직장인 이모(34·여)씨는 “퇴근 후 부서 단톡방에서 상사가 보낸 메시지에 답을 안 했다가 핀잔을 들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세대 간 ‘퇴근 후 업무 연락’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다. 20~30대 직장인들은 “퇴근 후에 초과근무 수당을 주는 것도 아닌데 업무지시가 부당하다”고 하고, 기성세대는 “그래도 업무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렇다 보니 최근 업무시간 외에 업무 관련 연락을 받지 않을 ‘연결되지 않을 권리’(연결차단권)가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가 발전하고, 재택근무가 늘어나 업무 시간과 장소의 범주가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업무와 사생활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 직장인들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하지만 직장인들은 퇴근 후에도 업무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전문사이트 잡코리아가 지난달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64.3%는 “퇴근 후 집에서도 업무를 한다”고 답했다. 정부·국회 등에선 이른바 ‘퇴톡금지’(퇴근 후 카톡 금지)를 법제화하는 등의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고, 올해 안에 관련 정책을 내놓겠다고 지난 3월 밝힌 바 있다.

기업들은 퇴근 후 업무 연락을 제지하도록 에티켓·사내문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5월부터 조직문화 혁신캠페인 ‘리인벤트’를 시작했다. 업무 관련 대화는 사내 메신저(M메신저)를 활용토록 하고, 불필요한 회의·보고를 줄이기 위해 업무협업 플랫폼(팀즈)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삼성전자도 업무와 사생활을 분리할 수 있도록 업무 관련 대화는 사내 메신저를 활용토록 한다. 여기에 오후 10시~익일 새벽 6시 메신저에 접속할 경우 ‘밤 시간 입니다’라는 경고 알림을 띄워, 연락을 자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2016년 ‘즐거운 직장 및 건강한 조직문화 만들기’ 캠페인을 시작하며 오후 10시 이후엔 업무 카톡을 금지했다. CJ그룹도 2017년 퇴근 후나 주말에 문자·카톡 업무 지시 금지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해외기업들은 더 적극적이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독일 폭스바겐은 업무종료 시 업무용 메일을 중지하고, 다임러(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는 휴가 중인 직원에게 수신된 메일을 해당 직원이 요청할 경우 자동삭제하는 기능을 도입했다. 이를 아예 법제화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프랑스는 이른바 ‘로그오프법’을 통해 업무시간 외 전화·e메일·SNS·회사 전산망 등의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단절될 권리’를 마련해 휴식시간이나 업무 시간 외엔 휴대폰 등 작업 도구로부터 분리되도록 하는 방안을 기업에 마련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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