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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선관위 채용된 사무총장·차장 자녀…선관위 "父영향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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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선관위 사무처의 일인자인 사무총장과 이인자인 사무차장의 자녀가 지방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선관위에 채용돼 국가공무원이 된 사실이 확인됐다. 직전 사무총장인 김세환 전 총장 역시 사무차장 시절 지방공무원 아들이 선관위에 채용되고, 반년 만에 승진한 사실이 알려져 특혜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사전 투표 부실 관리 책임론이 제기되며 사퇴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법과 절차에 따른 공정한 채용으로 아버지들의 영향력 행사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광주 근무하던 총장 딸 지난해 선관위 이직 #보령 근무하던 차장 딸 5년 전 선관위 이직 #아버지들 사무차장·국장급 간부 재직 시절 #전임 사무총장도 아들 이직 논란 끝 사퇴 #선관위 "부친들 영향력 전무한 공정한 채용 #오지근무라 인기 없어 공모 연장할 정도"반박 #무혐의 처리된 전 총장, 훈장 요청했으나 부결 #오후5시 유튜브'강찬호의 투머치토커' 상세보도

 선관위에 따르면 박찬진 선관위 사무총장의 딸 박모씨는 광주 남구청에서 9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1월 전남 선관위가 대선과 지방선거에 대비해 실시한 7급 이하 경력직 6명 공모에 지원해 9급에 채용됐다. 그는 지난해 3월 14일 전남 강진 선관위로 발령 났으며, 현재 선관위 9급 공무원으로 근무 중이다. 당시 공모에는 18명이 지원했으나 2명은 지원을 철회하고 6명은 면접에 결시해 최종 면접자 10명 중 6명이 채용됐는데 박씨가 그중 1명이었다고 선관위는 밝혔다. 당시 박 사무총장은 선관위 사무처 이인자인 사무차장이었다.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 강정현 기자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 강정현 기자

 선관위에 따르면 송봉섭 사무차장의 딸 송모씨도 충남 보령시에서 8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2018년 선관위의 8급 이하 경력직 공모에 지원해 8급으로 채용됐다. 선관위에 따르면 당시 지원자는 2명이었고 합격자도 2명이었다고 한다. 송모씨는 채용 뒤 충북 단양 선관위에 발령 났고 이후 수년간 근무 끝에 현재 선관위 7급 공무원으로 재직 중이라고 선관위는 밝혔다. 박씨의 선관위 채용 당시 아버지 송봉섭 사무차장은 중앙선관위 기획국장(2016~17년)을 지낸 뒤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연수 중이었다.

 선관위 측은 "박씨와 송씨의 채용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졌고 아버지들이 영향을 미친 바는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선관위 경력직 채용은 중앙과 지방 공무원 모두에 열려있다. 또 경력직에 채용되면 원거리 지역에 배치되고 전보 제한으로 수년간 근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지원자 미달로 공모 기간을 연장하는 등 인기가 높지 않다. 광주에서 근무하던 박씨도 선관위 채용 뒤 원거리 지역인 강진에 배치돼 자취하는 등 고생했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나 한 전직 선관위 간부는 "국가 공무원은 동급 지방 공무원보다 한 직급 높은 자리로 인식되는 게 공직 사회 현실이다. 또 선관위 공무원은 노력하면 대개 서기관(4급)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지방공무원은 서기관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법적으론 문제가 없더라도, 구설수를 낳을 수 있는 채용"이라고 했다.

 앞서 직전 선관위 사무총장이었던 김세환 전 총장도 2020년1월 강화군에서 근무하던 아들 김모씨가 인천시 선관위로 이직했고, 6개월 뒤인 7월 7급으로 승진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아들 이직 당시 김 전 총장은 선관위 이인자인 사무차장이었고 아들의 승진 3개월 뒤인 2020년 10월 사무총장(장관급)에 취임했다. 아들 김씨는 또 지난해 2월 중앙선관위가 파견한 12명의 미국 출장단에 포함되면서 특혜 논란이 일었다.

 김 전 총장은 아들 채용 논란이 보도된 지 하루만인 지난해 3월16일 "사전 투표 부실 관리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했다. 이어 시민단체에 의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했으나 경찰은 지난해 말 "김 전 총장이 아들의 채용 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중앙선관위도 특별감찰을 실시했으나 김 전 총장이 아들 채용 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아들 김씨의 인천시 선관위 관사 사용과 미국 출장자 선발에 부적정한 업무 처리가 있었음을 확인하고 담당 부서장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총장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나 규정 위반이 없었어도 결과적으로 특혜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출장 업무 등에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 기준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한편 김세환 전 총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인 올초 선관위에 퇴임 사무총장에게 관례로 주어져 온 ^국가 훈장 ^재직 시절을 담은 사진첩 ^직원들이 만든 감사패 등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선관위는 내·외부 위원 8명으로 구성된 공적심사위원회에 이 요청을 올렸으나 부결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김 전 총장은 경찰의 무혐의 처분을 통해 결백이 입증된 만큼 퇴직 사무총장들이 받아온 훈장과 감사패 등이 자신에게도 주어져야 한다는 요청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며 "위원회에선 '훈장을 주자'는 의견과 '사전 투표 관리 부실 책임이 있어 안된다'는 의견이 대립하다 부결로 결론 났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10일 오후5시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에 상세 보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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