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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내전으로 1900만명 굶주림 내몰려” WFP 지부장의 호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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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해 1월 22일(현지시간) 마이클 던포드 유엔세계식량계획(WFP) 동아프리카 지역본부장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아다들 지역에 방문해 극심한 가뭄에 대해 듣고 있다. 사진 WFP 제공

지난해 1월 22일(현지시간) 마이클 던포드 유엔세계식량계획(WFP) 동아프리카 지역본부장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아다들 지역에 방문해 극심한 가뭄에 대해 듣고 있다. 사진 WFP 제공

“향후 3~6개월 내 수단에서 기아에 직면한 이들은 1900만명에 달할 수 있습니다.”

내전 중인 수단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마이클 던포드 동아프리카 지역본부장은 8일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현지 분위기를 이 같이 전해 왔다.

그는 “내전으로 인해 수단에서 인근 국가들로 난민 유출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수단의 불안정한 상황이 ‘아프리카의 뿔’ 지역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프리카의 뿔 지역은 아덴만의 남부에 걸친 동아프리카 지역으로, 코뿔소의 뿔처럼 돌출해 있는 지역을 일컫는다. 에티오피아·소말리아·지부티 등이 속해 있다.

지난달 수단에선 지난달 정부군 측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의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 사이에 무력 충돌이 벌어져 피비린내 나는 교전을 이어오고 있다. 양측 군벌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인도주의적 휴전 논의에 돌입한 7일(현지시간)에도 수도 하르툼에서 교전을 벌이며 유혈 사태를 이어갔다.

내전 이후 외국인은 물론 수단인들도 ‘필사의 엑소더스’에 나서며 난민이 최대 86만명 발생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5일 한국인 28명이 우리 군의 구출 작전 ‘프라미스’를 통해 천신만고 끝에 탈출하기도 했다.

수단 내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들면서 유엔과 같은 국제 구호 단체들의 활동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일선의 구호 단체 직원들은 말그대로 목숨을 걸고 활동하고 있다. WFP도 지난달 16일 수단의 북다르푸르 지역에서 구호 활동 중 직원 3명이 교전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다. WFP는 이 사건으로 활동을 잠시 중단했다가 이달 1일 신디 매케인 WFP 사무총장이 구호를 임시로 재개한다고 알렸다.

던포드 본부장은 “현재 동부 게다레프주에서 배급이 이뤄지고 있고, 향후 게지라·카살라·화이트 나일주에서 38만4000명의 주민들에게 식량을 배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포트 수단에 8000t의 식량을 대기 시켜 놓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며칠 내로 3만 3000t의 식량을 실은 배가 도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포트 수단은 우리 교민들이 탈출했던 그 루트다.

동아프리카 지역(일명 '아프리카의 뿔')은 40년 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으로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다. 서민들의 생계 수단인 가축들이 풀이 없어 집단 폐사하는 일이 잦다. 지난해 에티오피아에서 뼈만 남은 소를 몰고 가는 한 여인. WFP·로이터=연합뉴스

동아프리카 지역(일명 '아프리카의 뿔')은 40년 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으로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다. 서민들의 생계 수단인 가축들이 풀이 없어 집단 폐사하는 일이 잦다. 지난해 에티오피아에서 뼈만 남은 소를 몰고 가는 한 여인. WFP·로이터=연합뉴스

“WFP 원조 받던 韓, 동아프리카 ‘톱 5’ 공여국 돼”

동아프리카는 오랜 정치 불안으로 고질적 식량 위기를 겪고 있지만, 최근 들어 40년 만에 가장 건조한 기후를 맞닥뜨리면서 식량난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한다. 던포드 본부장은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아 등에선 생계 수단인 가축이 가뭄과 기상 이변에 따른 홍수 등으로 1300만 마리가 폐사했고, 최대 8000만명이 굶주림에 내몰려 있다”고 말했다. 한국 인구의 1.5배에 달하는 인구가 기아 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던포드 본부장은 “2023년 동아프리카의 식량 전망은 지난해보다 암울한 상황”이라며 “국제사회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던포드 본부장은 WFP의 10위 공여국인 한국에 각별한 사의를 표했다. 그는 지난달 18~19일 방한해 정부·의회 관계자를 만나고 돌아갔다. 한국은 2018년부터 매년 5만t씩 30만t의 쌀을 WFP에 현물 지원해왔다. 동아프리카 지역만 놓고 봐도 한국은 기부국 ‘톱 5’에 들어가는 중견 지원국이라고 한다. 던포드 본부장은 “한국은 인도적 지원을 받던 나라에서 주요 원조국으로 전환된 나라”라면서 “1964~84년까지 WFP가 한국에 식량 지원과 홍수 지원, 도로 건설 지원해왔는데 한국은 오늘날 WFP의 최대 기부국 대열에 들었다”고 언급했다.

한편 지난해 기준 WFP의 최대 공여국은 미국으로 29억6000만 달러(약 3조9000억원) 규모를 지원했다. 아시아에선 일본이 6000만 달러(789억원)로 5위, 중국은 37위권의 공여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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