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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전세버스'엔 6명뿐…골드라인 "아악!" 비명은 계속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일 오전 걸포북변역 버스 정류장에 김포골드라인 혼잡율 해소를 위해 대체로 투입한 전세버스가 들어오고 있다. 장서윤 기자

8일 오전 걸포북변역 버스 정류장에 김포골드라인 혼잡율 해소를 위해 대체로 투입한 전세버스가 들어오고 있다. 장서윤 기자

 김포골드라인 혼잡 해소를 위해 16대의 전세버스가 투입된 첫날 김포시민들은 버스를 외면했다. 출근길 김포골드라인의 비명 소리는 계속됐다. 8일 오전 7시 30분 김포골드라인 걸포북변역 2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에는 ‘골드라인 혼잡률 대책 70번 정류장’이라고 새 푯말이 들어서 있었지만 그 앞에 선 승객은 서너 명뿐이었다. 여의도로 출근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김숙연(52)씨는 “오늘부터 버스가 바뀐다고 해서 시험 삼아 타보는 것”이라며 “평소에는 버스를 타면 출근 시간이 2배 넘게 걸려서 버스를 잘 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김포시는 이날부터 70번 버스의 운행 횟수를 24회 증회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단기 대책으로 70번 버스의 운행 횟수를 8회 늘린 데 이어 급행 노선 24회를 추가한 것이다. 70A번, 70B번 버스로 이름도 바꿨다.

 익숙한 모습의 초록색 시내버스가 아닌 빨간색, 파란색의 전세버스가 걸포북변역 정류장에 들어섰다. 70A번 버스는 기존 70번 노선에서 고촌역을 무정차하고, 70B번 버스는 걸포북변역, 풍무역을 무정차하는 대신 사우역에서 추가로 정차한다. 기존 70번 노선에서 한 개 정류소씩 건너뛰어 총 소요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계획이다.

7시 33분 70A버스가 도착했다. 취재진 2명을 포함해 6명이 탑승했다. 다음 역인 풍무역까지는 모든 승객이 좌석에 앉아서 갔고 길도 막히지 않았다. 하지만 풍무역, 고촌역을 지나 개화역으로 가는 구간에서 차가 급격히 밀리기 시작했다. 개화역 근처에서 멈춘 버스 안에서 목동으로 출근하던 신주영(73) 씨는 “오늘도 막히네”라며 “고촌역에서 지하철 타면 김포공항역까지 길어봐야 5분인데, 버스는 20분 이상 걸린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시간을 재보니, 걸포북변역에서 고촌역까지는 12분이 걸렸지만, 고촌역에서 김포공항역까지는 20분이 소요됐다. 김포골드라인으로는 각각 10분, 6분이 걸리는 거리다.

김포공항역에는 8시 5분에 도착했다. 9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김포공항역 버스 정류장에서 역사 안으로 들어가 지하 3층 승강장까지 가는데 추가로 10분이 걸렸다. 걸포북변역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해 9호선 환승을 하는 데까지 총 42분이 걸린 셈이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70A번 버스는 사우역과 고촌역을 정차하지 않지만, 모르고 탄 승객들이 많았다. 버스 기사는 “이제 안 서는데 오늘은 설게요”라는 말을 승객들이 타고 내릴 때마다 반복했다. 승객들끼리도 “이건 고촌 안 서요?” “사우역에서는 A가 서는 거예요? B가 서는 거예요?”라고 말을 주고받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8일 오전 출근길 김포골드라인에 탄 승객들이 광고판 틈새에 손가락을 걸친 채 몸을 겨우 버티고 있다. 윤정민 기자

8일 오전 출근길 김포골드라인에 탄 승객들이 광고판 틈새에 손가락을 걸친 채 몸을 겨우 버티고 있다. 윤정민 기자

 같은 시각 김포골드라인은 여전히 혼잡했다. 오전 7시 36분 걸포북변역에 도착한 열차엔 이미 10명 남짓 들어갈 공간밖에 안 보였지만, 50명 넘는 승객이 떠밀리 듯 올라탔다. 사우역에서도 열차 입구마다 10명 정도가 더 탔다. 풍무역으로 향하는 열차는 이미 제 발로 서 있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위태롭게 선 사람들은 벽에 붙은 광고판 틈새에 손가락을 걸쳐 겨우 버티고 있었다.

풍무역에 정차한 열차의 문이 열리자마자 승객들은 돌진하며 들어왔고 겨우 문마다 기다리던 승객 20명 중 반도 타지 못했다. 곳곳에서 “아악” “발 좀 뺄게요. 잠시만요!”라는 비명이 들려왔다. 김포공항역에 도착해 9호선 승강장 앞에 도착한 시간은 7시 54분, 버스보다 20분가량 빨랐다. 이날 오전 8시 30분 쯤에는 김포공항역에서 하차한 20대 여성 승객이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해 응급처치를 받는 일도 벌어졌다.

8일 오전 9시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 도착한 열차에서 승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장서윤 기자

8일 오전 9시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 도착한 열차에서 승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장서윤 기자

이날 전세버스를 이용한 승객 중엔 김포골드라인보다 안전하고 편해서 만족한다는 승객도 있긴 했다. 최윤동(45)씨는 지난달부터 버스 증편 소식을 듣고 골드라인 대신 버스를 타고 있다고 했다. 최씨는 “지하철보다 버스가 오래 걸리긴 하지만, 편하게 앉아 가기 위해 아침에 한 10~20분 정도 일찍 나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승객은 도로 교통체증이 해결되지 않으면 버스를 아무리 늘려도 승객이 분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김소정(27)씨는 “지하철이 빠르긴 한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7대를 보낸 적이 있다”며 “애초에 2량으로 설계한 게 문제다. 최소한 4량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성모씨도 “버스를 타면 올림픽대로에서 꽉 막혀 움직이지를 못한다”며 “올림픽대로에 버스전용차로를 만들지 않는 한 버스가 대안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시는 서울시와 협력해 이달 말까지 개화역~김포공항 구간 가로변에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할 계획이다. 김포시 관계자는 “버스전용차로와 도로 확장을 같이하면 70번 버스 노선의 소요 시간이 10분 정도 더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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