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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일 셔틀외교 복원, 진정한 미래협력 발걸음 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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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 셋째)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양국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일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 셋째)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양국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일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안보·경제 협력 강화키로…일부 진전 입장 눈길

첫술에 배부를 수 없어, 교집합 점차 늘려 가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어제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지난 3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한·일 관계 개선을 시도한 지 52일 만의 답방이다. 이로써 한·일은 2011년 10월 이후 12년 만에 양 정상이 수시로 오가며 현안을 실무 협의하는 셔틀외교를 복원했다. 기시다 총리는 당초 6~7월께 방한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직후 일본 측이 기시다 총리의 조기 방한을 제안했다고 한다. 한·미의 대북 억제력 강화(워싱턴 선언)에 이어 북한 위협의 실질적 당사자인 한·일 양국의 안보 연대와 협력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양 정상이 어제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100분 넘게 외교안보 분야 소인수 회담과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북한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하기로 합의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양 정상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위한 협의를 환영하고, 한·미·일이 관련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북한의 핵 억제력 강화를 위한 워싱턴 선언에 일본의 참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와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업체 간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고,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한국 전문가의 현장 시찰단 파견을 일본 측이 수용한 것 역시 평가할 만하다. 양측이 실무협의를 통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결과를 끌어내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G7 정상회담 기간 중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함께 히로시마 원자폭탄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키로 하고 과거사 문제를 치유하려는 시도는 셔틀외교 재개의 성과로 볼 수 있다. 기시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식민지 시절) 당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한 데 대해 가슴아프게 생각한다”고 했다. 비록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기존보다 한걸음 진전된 입장으로 볼 수 있다.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고, 일본 정부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지난 3월 16일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양측이 차근차근 인식의 공통점을 확대해 교집합을 늘려 나가는 것이 이제 막 첫 단추를 끼운 관계 복원을 가속하는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

일본에서 오무라이스 회동을 한 두 정상은 이날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숯불 불고기를 메뉴로 만찬을 하며 신뢰의 탑을 한층 더 쌓았다. 12년 만에 재개한 셔틀외교와 정상의 신뢰 회복이 정부 및 민간 교류 확대로 이어져 실질적인 미래 협력을 위한 걸음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나아가 과거사 피해자들의 아픔도 달래는 등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관계 복원으로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