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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청년들의 위화감 부추기는 아침밥 포퓰리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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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상명대학교 학생식당에서 학생이 '천원의 아침밥'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상명대학교 학생식당에서 학생이 '천원의 아침밥'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편의점 컵밥에 70명 한정 등 ‘속 빈 강정’ 많아

3월 학교별 30% 감축, 참여 대학 숫자만 급급

그제 정부가 ‘천원의 아침밥’ 사업 확대를 발표했다. 올 초 41곳이던 참여 대학을 이번에 145개 학교로 늘린다고 했는데, 실상을 알고 나면 속 빈 강정이라고 느낄 만하다.

당초 69만 명이던 혜택 인원이 지난 3월 150만 명, 7일 234만 명으로 계속 늘었다. 그러나 이는 234만 명의 학생이 꾸준하게 아침을 먹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학생 한 명이 234일 동안 조식을 먹으면 1만 명이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소요 예산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는데 20억원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속 빈 강정이라고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는 내실을 다지기보다 참여 대학 확대에만 신경 쓰고 있는 모습이어서다. 지난 3월 1차 확대 발표 때는 개별 대학의 혜택 인원이 오히려 30%씩 줄었다. 그 때문에 전북의 한 국립대는 인원수가 90명에서 70명으로 감소했다. 매일 아침 학생들의 오픈런은 더욱 심화됐다. 이번에 정부가 삭감 인원을 원 상태로 돌려놓겠다곤 했지만 ‘천원의 아침밥’ 인원은 여전히 대부분 대학에서 100명 안팎이다. 당장의 이슈 몰이로 참여 대학이 늘긴 했지만 내실을 기하긴 어렵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숟가락을 얹으려 한 정치권의 탓이 크다. 2012년 순천향대에서 시작한 ‘천원의 아침밥’은 최근 1, 2년 사이 물가가 크게 오르며 큰 인기를 얻었다. 정부도 쌀 소비 촉진을 목적으로 2017년부터 예산 일부를 지원하다 올해 들어 사업을 적극 키웠다. 여기에 김기현(3월 28일), 이재명(4월 7일) 등 여야 대표가 직접 대학 식당을 찾아 원조 경쟁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점심·저녁도 제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당의 청년정책 1호인 ‘천원의 아침밥’을 전국 대학에 확대하자”고 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천원의 아침밥’은 값싸고 효율적인 홍보 수단이다. 배곯는 학생들에게 따뜻한 아침밥을 제공한다는 서사까지 더해 기성세대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에 동참했고, 전국 대학 중 3분의 2는 여전히 참여할 엄두도 못 낸다. 어떤 대학은 인원과 식사가 무제한인 반면, 어떤 대학은 편의점 컵밥이 전부다. 아침밥 디바이드로 학생들의 위화감까지 조성한다.

그렇다고 모든 대학에 재정을 투입할 수도 없다. 대학은 선택교육이기 때문에 초·중·고처럼 무상급식을 하기 어렵다. 처음 대학 자율로 이뤄진 ‘천원의 아침밥’은 미담 사례였지만, 정치권이 정략적으로 편승하면서 아침밥 양극화만 부추기는 포퓰리즘 경쟁이 되고 말았다. 지금이라도 정치권은 총선용 청년 표 포퓰리즘에서 손을 떼고, 정부는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하기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