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亞여성 최초의 토니상 후보…K팝 뮤지컬로 쾌거 이룬 한국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시아계 여성 최초로 미국 브로드웨이 토니상 음악상 후보에 오른 헬렌 박(37·박현정). 사진 헬렌박 홈페이지 캡처

아시아계 여성 최초로 미국 브로드웨이 토니상 음악상 후보에 오른 헬렌 박(37·박현정). 사진 헬렌박 홈페이지 캡처

미국 연극·뮤지컬 분야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의 음악상 후보에 한국계 작곡가 헬렌 박(37·박현정)이 아시아계 여성 최초로 올랐다. 지난해 11월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케이팝(KPOP)'의 작사·작곡을 맡았던 그는 함께 작업한 맥스 버논과 공동으로 후보 명단에 포함됐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헬렌 박은 "8년 동안 공연을 위해 쏟았던 노력을 인정받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라는 격려를 얻은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뮤지컬 'KPOP'은 미국 데뷔를 준비하는 한국 아이돌의 성장기를 다룬 작품이다. 10대에 소속사에 들어가 데뷔하기 전까지 혹독한 '연습생 시절'을 거치고, 어렵게 데뷔해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뛰어야 하는 현실을 담았다. 마침내 팝의 본고장인 뉴욕의 큰 무대에 서기 위해 피·땀·눈물을 쏟으며 고군분투하는 삶을 춤·노래로 녹여냈다. 헬렌 박은 "K-팝이 언어·문화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이유를 포착하고 싶었다"며 "각자의 문화와 역사에 정통한 작품이 많아질수록 브로드웨이의 음악 환경이 풍성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작품으로 헬렌 박 외에도 클린트 라모스와 소피아 최(의상상), 제니퍼 웨버(안무상)가 후보에 올랐다.

지난해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KPOP'의 한 장면. 사진 KPOP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해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KPOP'의 한 장면. 사진 KPOP 인스타그램 캡처

부산에서 태어나 가족을 따라 미국·캐나다 등에서 지낸 그에게 K-팝은 단순히 음악 장르가 아니었다. 타국에서 실력을 증명하고 결실을 내야 하는 주인공들의 모습 속엔, 그가 걸어온 길이 투영돼있다. 그는 "이민자로 두 문화 사이에 있던 경험을 대변했다"며 "두 문화에 속해있고 두 언어를 구사하지만, 가끔은 내 언어가 없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혼혈인 자신의 아들이 극중 혼혈 캐릭터인 브래드의 노래를 좋아한다고도 덧붙였다.

'KPOP'은 2017년 오프-브로드웨이(Off-Broadway·500석 미만의 소규모 극장)에서 연일 매진을 성공시키고 지난해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실제 아이돌이었던 f(x) 루나(30·박선영), 유키스 케빈(32·우성현), 미쓰에이 민(32·이민영) 등이 출연해 화제성과 작품성을 모두 확보했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해 루나는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K-팝 아이돌 루나로 살때 저는 박선영으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있었다"며 "그때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기회로 느껴졌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KPOP'에는 한국 아이돌이었던 f(x) 루나, 유키스 케빈, 미쓰에이 민 등이 출연했다. 사진 KPOP 인스타그램 캡처

'KPOP'에는 한국 아이돌이었던 f(x) 루나, 유키스 케빈, 미쓰에이 민 등이 출연했다. 사진 KPOP 인스타그램 캡처

하지만 브로드웨이의 흥행 성적은 저조했고, 2주 만에 막을 내려야 했다. 특히 NYT의 리뷰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squint-inducing)' 이란 표현이 등장해 인종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뮤지컬에 출연한 에이브러햄 림은 "동양인의 눈을 조롱할 때 쓰는 용어"라고 비판했다. 헬렌 박은 "공연을 시작한 뒤 작품에 대한 잠재력과 애정을 확인했지만, 계속 유지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괴로웠다"고 회상했다.

헬렌 박은 5세부터 피아노를 배웠다고 한다. 학창 시절엔 의대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다가 후회하고 싶지 않아 음악을 전공하기로 마음을 돌렸다. 뉴욕대 티시(Tisch) 예술대에 진학해 뮤지컬 작곡을 전공했다. 대학을 다니며 K-팝 곡을 작곡했고,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뮤지컬 '오버 더 문(Over the Moon)' 의 곡을 썼다.

토니상 시상식은 6월 11일 뉴욕시에서 열린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