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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류호정이 응답하다

국회의원 권한을 축소하고 명예직화하면 안 되나요?

중앙일보

입력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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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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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소리는 자칫 일방적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소통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반응이 필요합니다.〈소리내다〉는 대학 학보사 출신 대학생 10명으로 구성된 패널을 만들었습니다. 소리내다 칼럼 중 일부를 선정해 대학생들의 의견을 묻고, 필진의 답변을 들어봤습니다. 이번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한 류호정 의원의 〈왜 국회의원이 스스로 쓸모없다 하나...의석 늘리고 표만큼 나누자〉 칼럼에 대한 질문에 그가 응답합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난달 10∼13일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토론을 펼치기 위해 국회에서 전원위원회(이하 전원위)가 개최됐습니다. 의원 100명이 발언한 전원위에서는 비례대표제 선출방식이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습니다. 권역별 비례제와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조합하거나 전국병립형, 권역별 병립형, 전국준연동형 등 다양한 비례대표제 선출방식이 제시됐습니다. 이 중 권역별 비례제와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 조합을 선호하는 의원이 32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전원위에서 비례성 강화의 필요성을 피력하며 국민이 찍은 표만큼 의석을 나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류 의원은 지난 칼럼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요구되는 ‘비례대표정수 확대’를 이야기했습니다. 또 의원정수 확대와 의원 세비 감액을 제안했습니다. 이러한 류 의원의 목소리에 대학생 패널단이 다양한 질문을 보내왔습니다. 류 의원이 응답합니다.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주장에 대해 세금 투입만 늘어난다는 반발이 있습니다. 나아가 국회의원을 명예직화하자는 의견도 있는데요.
저는 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대신 그만큼 개별 의원의 권한과 세비를 축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입법권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N분의 1로 나누는데, N의 수가 많아지면 당연히 개별 의원의 권력은 줄어들지 않겠습니까. ‘국회의원 명예직’은 절대 반대합니다. 정치인은 정치가 직업이어야 합니다. 정치가 아니라 건설 같은 사업이 직업이면 비리와 부패가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정치인이 정치로 생계를 이을 수 없으면 돈 많은 사람만 국회의원에 도전할 것이고, 돈 많은 사람만 국회의원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지금보다 정치는 더 나빠진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전원위가 비례대표제에 합의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었다고 보시나요.
“어차피 안 될 건데 뭐”가 가장 큰 벽이었습니다. 지금 국회에 있는 국회의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선거제도가 아니라 ‘공천’입니다. 따라서 누가 당대표가 되느냐, 그 당대표는 총선 시기까지 당대표로 남을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어차피 1등은 집권당, 2등은 제1야당이 되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로는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없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최근 여론조사의 동향을 보면 양당의 극단적 대립 정치에 지친 국민의 수가 굉장히 늘어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국민의 변화된 마음을 정치인들이 분명히 읽어야 합니다. 지도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선거제도 개혁이 가장 중요하다고 외치는 국회의원들을 잘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및 국회의원 정수 확대 논의에 앞서 공천제도 개혁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연동형 비례대표제 확대, 국회의원 정수 확대와 관계없이 모든 정당의 공천제도 역시 개혁의 대상입니다. 당내 민주주의를 실현하면서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정당은 일반 시민의 의사가 내부적 의사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비례대표 의원은 지역구가 아니라 전국구 의원인 만큼 지역구의 특성과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전체 시민’을 대표할 수 있는 좋은 인재를 당원과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선출하고,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비례대표 후보자의 공천 과정 및 순번 작성에 관한 류호정 의원님만의 개선 방안이 있나요.
류호정만의 무엇까지 필요하겠습니까. 이미 좋은 제도들이 많습니다. 이미 많은 민주주의 선진국에서 다양한 비례대표 공천 및 순번 작성에 관한 제도들이 시행 중입니다. 제가 제일 선호하는 방식은 ‘개방형 명부제’입니다. 개방형 명부제는 명부는 정당이 작성하되, 당선 순위는 유권자의 투표에 따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유권자의 성향을 충족하려면 현재로서는 개방형 명부제가 가장 알맞은 제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의당에서는 비례대표제에 대해 어떤 방법으로 국민적 동의를 얻어낼 계획인가요.
정의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이 비례대표제의 쓸모를 잘 증명했어야 하는데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현재로서는 가장 아픈 지점입니다. 지역구보다 비례대표가 다수인 정의당의 쓸모를 잘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정의당에 ‘새로운 흐름’이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 출범한 ‘세 번째 권력’이라는 정치 그룹 역시 그런 이유에서 나왔습니다. 양당은 물론 소수정당과도 다른 종류의 정당의 창당으로 정의당의 재창당을 완성하겠다는 포부입니다.
소수 정당이 전보다 힘을 얻는다고 해서 여당과 제1야당에 맞서 경쟁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지는 의문입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니 그런 의문은 당연합니다. 경쟁력이라는 건 경쟁을 통해서만 갖출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 정치 시장에는 국회의원들끼리의 공천 경쟁만 있지, 정당의 정책 경쟁이 없습니다. 3, 4, 5당의 존재 때문에 여당과 제1야당이 자기들 멋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구조가 중요합니다. 소수당과의 연합을 통해서 제1당의 지위를 빼앗거나, 빼앗길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1, 2당이 겁을 먹습니다. 지금은 겁들이 없지 않습니까.
지역구 의원 선거방식이 변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은데요.
지역구제 개편 관련해서 각 지역구 의원, 지역구에 도전하려는 정치인들의 이해관계도 비례대표제 못지않게 복잡합니다. 제 일관된 입장은 ‘반보의 진전’이라도 좋다는 것입니다. 각 반의 1등이 모여 학생회를 구성하고, 그 학생회가 학교의 모든 의사결정을 담당하면 공부 잘하지 못하는 학생의 권익은 전혀 신장하지 못합니다. 현재의 단순다수제 지역구제가 가진 문제점입니다. 거기서 한 걸음, 아니 반걸음이라도 앞으로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리=이서영·조유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