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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딱 되는 사건이야" 론스타 냄새 맡은 33세 검사 한동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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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론스타 의혹’ 수사 급반전 내막

론스타 그날

론스타 그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2006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및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이하 론스타 수사)는 중간수사 결과가 나오는 데만 9개월이 소요됐다. 이후 6년 동안 총 여덟 번(파기환송심, 재상고심 포함)의 피 말리는 재판이 진행된 뒤에야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론스타는 우리 곁을 영영 떠난 것 같았다. 그러나 도주했던 핵심 피의자인 스티븐 리(이정환)가 지난 3월 미국에서 체포되면서 론스타는 또다시 한국과 악연을 이어가게 됐다. 빛바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려는 이유다.

론스타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17년 전 어느 날. “형, 이거 할 수 있어. 딱 보니까 되는 사건이야.” 2006년 9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연구관실에 두꺼운 서류 뭉치가 도착한 직후였다. 그걸 일별한 뒤 ‘형’ 이동열(전 서울서부지검장)에게 호언장담을 늘어놓은 이는 33세의 젊은 검사 한동훈(현 법무부 장관)이었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 수사(이하 론스타 수사)는 무수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계좌추적을 통해 사안의 큰 그림은 그려냈지만 끝내 ‘돈’이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그때 사건 하나가 중수부로 되돌아왔다. 6개월 전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의뢰했던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 사건이었다. 론스타는 2003년 8월 말 외환은행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뒤 자회사인 외환카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외환카드 2대 주주였던 미국 사모펀드 올림푸스캐피털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기로 한 바로 그날(11월 20일) 론스타는 외환은행 이사회를 열고 ‘외환카드 합병 추진’ 결의를 했다. 주주 입장에서는 명백한 호재였고, 외환카드 주가는 5400원까지 반등했다.

하지만 이튿날 기자회견에서 이달용 외환은행장 대행이 외환카드 감자(減資)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감자는 주식의 상당 부분이 휴지조각이 된다는 의미라 악재 중의 악재다. 주가는 26일 2550원까지 주저앉았다. 그런데 27일 주가가 갑자기 반등해 2930원이 되자 론스타는 다음 날 급히 이사회를 열고 “감자 없이 합병하겠다”고 선언했다. 론스타가 외환카드를 싸게 합병하기 위해 허위로 감자 의사를 밝혀 주가를 떨어뜨린 뒤 기습 합병한 것 아니냐는 게 의혹의 요지였다.

냄새는 풀풀 났지만 그걸 입증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론스타 수사팀에 있었던 변호사 A씨는 “주가조작 세력의 ‘내심(內心)의 의사’를 파헤쳐야 하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전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이 그걸 증명할 수 있는 길은 명백한 증거 확보밖에 없었다.

이동열과 한동훈이 기초자료 검토를 마친 뒤 주목한 건 론스타의 재무자문사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씨티증권)이었다. 론스타 직접수사가 여의치 않았던 만큼 론스타와 ‘작전 모의’한 곳을 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압수수색을 단행했고, 큰 서류 상자로 10개 분량에 달하는 자료를 확보했다.

대부분 영어 자료였다. 두 사람은 열흘 동안 번역한 결과 론스타의 수뇌부와 씨티증권의 자문 인력들, 그리고 김앤장 등 로펌과의 사이에 은밀하게 오간 e메일을 무더기로 확보했다. 거기에는 주가조작 사건뿐 아니라 ‘본류’였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수사에 도움이 될 내용도 대거 포함돼 있었다. 이후 론스타 수사는 새로운 추진력을 얻어 다시 한번 요동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냉철하고도 비정했던 론스타의 행보가 낱낱이 밝혀지는가 하면 이사회 현장을 몰래 녹음해 주가조작 혐의 입증의 결정적 물증을 제공했던 ‘숨은 영웅’들이 나타나는 등 사건은 아연 극적이고 긴박하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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