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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구금된 언론인만 363명…美 '기자 방패'에 120억 냈다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구금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에반 게르시코비치 기자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법정의 유리창 안에 서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구금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에반 게르시코비치 기자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법정의 유리창 안에 서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유력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에반 게르시코비치, 중국 공산당 기관지 광밍일보의 둥위위(董郁玉) 논설 부주임. 이들은 러시아와 중국이 각각 간첩 혐의를 적용해 구금한 언론인들이다. '세계 언론 자유의 날'(5월 3일)을 맞아 2일(현지시간) 미 뉴욕 유엔본부에선 최근 전 세계에서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언론인 구금 문제 논의가 활발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언론인들이 진실의 편에 서는 한 전 세계도 그들과 함께할 것”이라며 “기자들을 구금하거나 투옥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미 뉴욕타임스(NYT)의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발행인은 “전 세계적으로 독재자들과 그 대열에 합류하기를 희망하는 이들이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검열과 탄압, 언론인에 대한 공격을 자행하고 있다”며 “언론 자유가 침해되면 거의 항상 민주주의에 대한 침식이 뒤따른다”고 우려했다.

미 비영리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 세계에서 각국 정부 당국에 의해 구금된 언론인은 30개국 이상, 36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한해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기자도 최소 67명이었다.

지난해 2월 21일 중국 수도 베이징의 번화가에서 체포된 광밍일보의 논설 부주임 둥위위. NYT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2월 21일 중국 수도 베이징의 번화가에서 체포된 광밍일보의 논설 부주임 둥위위. NYT 홈페이지 캡처

WSJ 모스크바 지국 특파원인 게르시코비치는 지난 3월 29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시에서 취재하던 중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됐다. FSB 측은 “그가 미국을 위해 러시아 군사 산업단지의 정보를 모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WSJ는 성명을 통해 “FSB 측의 주장을 강력히 부인하며, 게르시코비치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한다”고 반박했다.

중국 광밍일보 논설간부인 둥 부주임은 지난해 2월 대낮에 베이징 도심에서 공안 당국에 끌려간 뒤 1년 넘게 수감 중인 사실이 최근 NYT 보도로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 정부는 세계 각국에서 민·형사상 법정 싸움에 휘말린 기자들의 소송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름하여 '기자 방패(Reporters Shield) 프로그램이다. 미 국제개발처(USAID)의 사만다 파워 처장은 “기자들의 법적 보호를 돕는 다국적 비영리단체가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에 최대 900만 달러(약 120억원)의 기초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빠르면 다음 달부터 독립·지역 언론인들을 우선적으로 변호하는 비용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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