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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D] AI로 누구나 나만의 음악을 만드는 시대

중앙일보

입력

트랜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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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모든 산업의 흐름을 바꾸고 있습니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는 업무 효율을 높이고 챗봇 등 기업 비즈니스 영역에서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소설과 시를 쓰기도 하고, 그림과 사진 같은 이미지 분야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음악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음악은 더 이상 인간만의 영역이 아니다

1877년 토머스 에디슨은 세계 최초의 음악 레코드 플레이어로 알려진 축음기를 공개했습니다. 당시 축음기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마치 마법 같으면서 놀랍기도 하고, 귀신이 씌운 기계처럼 두렵기도 했습니다. 음악가들은 축음기가 자신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축음기가 탄생한 이후 음악 감상의 영역이 확대되고 세계 음악 산업에 더 많은 일자리와 관심이 생겨났습니다.

축음기 이후 음악은 끊임없이 변화했습니다. 라디오와 LP, 카세트테이프, MP3가 등장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생겨난 이후에는 음악이 더 빠르게 세상에 공유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음악을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본격적으로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고대부터 기술이 음악의 영역에 침투하기 전까지 음악은 오랫동안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AI가 최근 몇 년간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음악은 더는 인간만의 영역이 아니게 됐습니다. AI는 빠르게 세상의 음악 데이터를 학습합니다. AI가 학습한 데이터와 생성 모델만 있다면 누구나 피아노나 화성학을 배우지 않아도 음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진 엔바토

사진 엔바토

이미 수년 전부터 AI로 음악을 만드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구글, 아마존을 비롯해 챗GPT로 유명한 오픈AI 등 거대 IT 기업들이 AI 기반 음악 생성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모델은 많은 양의 음악을 학습해 패턴을 인식하고 공통 요소를 식별하며 음악의 구조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생성형 AI는 AI 음악을 창작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챗GPT와 같은 텍스트 기반 AI는 몇 초 만에 사용자의 지시대로 가사를 써냅니다. 특정 가수의 가사를 입력해 학습한 후, 비슷한 느낌의 가사를 작성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심지어 음악의 코드 진행과 함께 가사를 만들게 시킬 수도 있습니다. 가령, 챗GPT에 '가을 분위기의 이별을 주제로 한 발라드곡을 코드 진행과 함께 만들어줘'라고 입력하면 불과 몇십 초 만에 이를 만들어 냅니다.

챗GPT-4에서 가능한 작곡과 작사. 사진 오픈AI

챗GPT-4에서 가능한 작곡과 작사. 사진 오픈AI

구글은 지난 1월 텍스트를 입력하면 음악으로 바꿔주는 AI 음악 서비스 '뮤직LM(MusicLM)'을 개발했습니다. 특정 장르와 악기뿐만 아니라, AI의 음악 경험치를 설정하거나 운동용 음악과 같은 특정 목적도 지정할 수도 있습니다. 뮤직LM은 28만 시간의 음악을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음악을 생성합니다. 한 곡을 5분이라고 가정하면 무려 300만 곡이 넘는 분량에 해당합니다. 다만 학습한 곡을 그대로 복제하는 등 문제점이 발견됨에 따라 공식 출시는 미뤄진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구글, 아마존과 같은 거대 기업이 아닌 AI 음악 스타트업의 서비스가 AI 음악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사운드풀(Soundful)과 사운드로우(Soundraw) 같은 플랫폼은 사용자가 장르나 분위기를 선택하고 클릭 한 두 번만으로 AI가 음악을 생성합니다. AI가 음악을 생성하면 원하는 악기를 추가하거나 템포 등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음악에 관한 전문 지식이 있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전문 지식이 없어도 음악을 만들고 수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사운드로우에서는 음악 만들기 버튼과 음악 장르 선택 버튼을 클릭만 하면 음악이 자동으로 생성됩니다. 생성된 음악을 들어본 후 템포를 빠르게 혹은 느리게 바꿀 수 있습니다. 피아노나 일렉트릭 기타, 신디사이저와 같은 악기를 추가하거나 음악의 특정 부분을 강조하는 에너지를 변경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생성한 음악은 이용자가 다운로드한 후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거나 보컬을 얹어 완성된 곡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유명 가수들의 음성을 학습해 둔 AI 사이트에서 챗GPT로 작성한 가사를 학습시키고 생성한 음악과 결합하면 유명 가수가 실제로 부르는 것과 유사한 곡을 만들 수 있습니다.

클릭 한 번으로 시티팝 분위기의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사진 사운드로우

클릭 한 번으로 시티팝 분위기의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사진 사운드로우

넘쳐나는 음악과 저작권 보호 문제도

문제는 AI가 이렇게 단시간에 수많은 음악을 생성하다 보니 비슷한 음악이 탄생하는 등 무분별한 복제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미국레코딩산업협회(RIAA)는 "AI 음악 생성기를 통해 저작권이 있는 음악을 AI 모델 학습에 사용하는 것은 무단 사용"이라며 "이는 협회 회원인 음악가들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세계 3대 메이저 레코드 레이블인 유니버설뮤직그룹은 AI가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 등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저작권이 있는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스크랩할 수 없도록 막아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곡이 이러한 AI 기반 모델에 활용됐는지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AI가 만든 음악을 저작권 협회나 스트리밍 서비스에 정식으로 등록할 수 있는지, 저작권자는 누구인지 등도 앞으로 수립될 제도와 법안 등을 통해 결정돼야 합니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사운드로우 같은 AI 음악 생성 서비스는 자체적인 규칙을 두고 있습니다. AI가 생성한 음악 그대로를 상업적인 목적으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등록할 수 없고, 곡 전체 중 60% 이상은 보컬이나 다른 악기 등을 추가한 형태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적응하고 대응하기에는 AI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빠릅니다. 계속해서 유사한 곡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 가사도 표절과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음악 창작의 저변은 넓어지겠지만, 저작권 보호는 점차 어려워질 것입니다.

누구나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AI 기반 음악 생성은 작곡에 대한 장벽을 크게 낮춥니다. 물론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 좋은 것인가는 각각의 입장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앞으로 AI가 만든 곡인지 판별하는 시스템이 나오고, 어느 정도 이상이면 표절이라는 기준이 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규제가 특별히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진 미드저니

사진 미드저니

AI, 음악 산업을 위협할까

AI 기술이 음악 산업을 혁신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AI를 활용한 음악 추천이나 검색, 마케팅 등 이미 음악 산업에서 많은 영향을 끼치는 기술이 됐습니다. AI를 잘 활용하면 고가의 장비나 음악 지식을 보유한 사람만이 아닌 누구나 음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음악 창작의 경계를 넓히고,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AI로 인한 음악 산업의 변화는 우리 예상보다 더욱 빠르고 광범위하게 진행될 것입니다. 앞으로는 AI가 만든 수많은 음악이 스트리밍으로 쏟아져 나올 수 있습니다. AI 작사, AI 작곡의 음악이 가요 프로그램이나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1위를 차지하는 날이 오게 될까요?

윤준탁 비트블루 CSO

윤준탁 비트블루 CSO

윤준탁 비트블루 CSO는 웹3 전문 기업인 비트블루를 공동창업했다. SK플래닛, 한국IBM 등에서 근무했으며 뉴욕대학교에서 기술경영 석사를 취득했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에 관심이 많고 웹3.0과 디지털 경제 등 IT 분야에 대한 다수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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