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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청문회서 얻어맞은 틱톡…모회사가 낸 3년전 앱 '역주행' 왜? [트랜D]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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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추 쇼우즈 틱톡 CEO는 틱톡은 중국 정부에 데이터를 전달한 적이 없고 미국 규제를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일 미국 정부의 틱톡 때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ByteDance)가 출시한 모바일 앱이 최근 화제입니다. 3년 전에 출시되어 앱스토어에서 200위 권에 머물던 앱이 갑자기 순위가 급등해 미국 앱스토어 10위 안에 안착했습니다.

새로운 소셜미디어의 등장?

미국의 공세에 위기설이 대두한 틱톡 대신 바이트댄스는 또 다른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인기 차트에 진입시켰습니다. ‘레몬8(Lemon8)’ 이라는 이름의 서비스는 갑자기 급등한 순위 때문에 어떻게 레몬8이 빠르게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었는지 정확히 알려진 내용이 없습니다. 앱 분석 업체, 리서치 기관은 아직 레몬8에 관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최근 레몬8은 마케팅 대행사를 통해 미국 공식 출시 전 레몬8에 초대한다는 메일을 여러 크리에이터에게 보냈습니다. 틱톡의 성공 사례를 언급하며 틱톡의 추천 알고리즘을 활용하며 최고의 글로벌 소셜미디어 서비스가 되겠다는 목표가 담겨있었다고 합니다. 5월에 글로벌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면, 틱톡이 규제의 화살을 맞더라도 레몬8으로 틱톡의 빈자리를 메꾸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레몬8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2020년 초 이미 출시된 앱이 갑자기 순위권에 들어왔다는 의미는 앱 설치 광고에 상당한 규모의 마케팅 비용이 쓰였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가장 합리적인 예상은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활용한 앱 설치 전략을 활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유명 틱톡 크리에이터(틱톡커)들이 레몬8에 관한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틱톡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의 팔로워들이 레몬8 앱을 다운로드 받고 레몬8에서 자신을 팔로우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틱톡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레몬8 숏폼 영상. 사진 틱톡

틱톡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레몬8 숏폼 영상. 사진 틱톡

레몬8은 SNS보다 커머스를 노린 앱

레몬8은 패션, 미용, 웰빙, 뷰티, 여행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관한 사용자의 관심사를 동영상 및 사진으로 공유하는 소셜미디어 서비스입니다. 라이프스타일 관련 영상이 자동으로 추천되고 해당 콘텐트에 등장한 옷이 얼마인지 어디서 구매할 수 있는지를 남길 수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레몬8의 크리에이터가 추천한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스타그램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인스타그램이나 틱톡보다는 특정 분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이 주로 서비스에서 활동합니다. 레몬8에서 활동하면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을 내세워 이미 수백 명의 크리에이터 풀을 확보했습니다. 아직 대형 크리에이터는 없지만 100~3,000명 정도 수준의 팔로워를 보유한 마이크로 크리에이터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초기 파트너만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했습니다.

다루는 주제가 라이프스타일이지만 콘텐트를 통해 홍보나 마케팅에 초점을 두고 있는 점은 인스타그램, 틱톡과는 다른 전략으로 보입니다. 뷰티나 패션 제품을 홍보하는 기업들의 광고를 받아 팔로워들에게 추천하는 마케팅 앱에 가깝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면 크리에이터가 특정 제품을 판매, 홍보하고 팔로워들이 공동 구매하는 등의 형태로 소셜미디어가 아닌 소셜 커머스의 형태를 목표로 삼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되는 재미 위주의 영상이나 멋진 사진을 공유하는 소셜미디어가 아닌, 잘 촬영된 사진과 크리에이터의 정성 어린 리뷰가 포함된 커머스 서비스에 가깝습니다.

틱톡과는 다른 레몬8. 사진 Lemon8

틱톡과는 다른 레몬8. 사진 Lemon8

실제로 앱을 사용해본 사용자는 마치 인스타그램과 핀터레스트와 같은 이미지 중심의 앱이 제품 홍보와 결합한 형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사진과 설명이 쇼핑을 위한 추천에 적합하도록 구성되어 있어 사용자 입장에서는 커머스 추천 및 리뷰 서비스를 쓰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크리에이터를 위해서는 다양한 사진 편집 기능을 지원하고, 콘텐트 공유가 쉽도록 UX/UI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수익 창출이 가능한 프로세스가 도입되면 소셜 서비스로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크리에이터들을 더 많이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트댄스로서는 틱톡이 규제받을 상황에서 같은 추천 엔진을 사용하는 레몬8이 같은 길을 따라갈 수 있다고 이미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1억5000만 명이 넘는 틱톡 사용자를 미국에서 확보한 바이트댄스는 레몬8을 목표가 다른 새로운 앱으로 정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 Z세대가 이용하는 재미난 숏폼 영상 서비스가 아닌 실제 생활과 관련된 잘 다듬어지고 고급스럽게 촬영된 이미지를 제공하면서 크리에이터와 팔로워를 확보하려는 모습입니다.

틱톡에 이어 레몬8까지 미국 Z세대를 공략하게 되면 바이트댄스를 지지하는 미국 내 여론이 더욱 거세질 수 있습니다. 레몬8이 틱톡에 힘을 실어주거나 틱톡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소셜 서비스가 될 수 있을지 5월 글로벌 출시 이후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윤준탁 비트블루 CSO

윤준탁 비트블루 CSO

윤준탁 비트블루 CSO는 웹3 전문 기업인 비트블루를 공동창업했다. SK플래닛, 한국IBM 등에서 근무했으며 뉴욕대학교에서 기술경영 석사를 취득했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에 관심이 많고 웹3.0과 디지털 경제 등 IT 분야에 대한 다수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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